미래의학은 인체 구조와 기능의 다계층적 정보통합과 “디지털 의료 분신(Digital Self)” 를 통한 맞춤-예측의학 혁명으로 정의된다. 현재 IT와 BT의 의료 융합은 구글 헬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볼트처럼 온라인 기반의 개인건강정보 서비스시대를 열고 있으며,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유비쿼터스 헬스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환자와 의료인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협력적으로 참여하는 참여의학과, 건강한 상태에서 지속으로 건강상태의 모니터링과 관리를 하는 선제적 예방의학이 의학계의 신 패러다임이다.
“미래에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디지털 의료 분신인
‘헬스아바타’(Health Avatar)를 갖게 되고,
자신이 잠들거나 일에 몰두하는 시간에도 자신의 건강을 돌보게 될 것이다.”
김주한(서울대 의대 교수) ‘시스템 바이오정보의학 국가핵심연구센터’(Systems Biomedical Informatics National Core Research Center, NCRC, http://health avatar.snu.ac.kr/) 소장은 지난 12월 초 센터 개소식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마치 SF영화에나 나옴직한 미래 의학기술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NCRC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선도연구사업의 국가핵심연구센터로 선정돼 7년 동안 총 사업비 약 130억 원을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이 사업은 대학의 산재된 연구역량을 결집해 장기간 특정 과제를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이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국제적인 연구역량을 갖춘 서울대 의대와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진이 팀을 이루고 있다.
“당신이 잠든 시간에 아바타가 진단받는다”
서울의대는 2009년 정보의학실(Division of Biomedical Informatics)을 신설했고 2010년에는 대학원 의료정보학 협동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 역시 2011년 (가칭)생명의료정보학 대학원 과정을 설립할 예정이다. 양 대학은 학점교류 및 공동-복수학위 수여 등도 추진해 본격적인 BT-IT-의학 융합인재 육성을 추진한다.
김주한 소장은 “이처럼 강력한 연구진의 융합이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헬스아바타’를 갖게 되고, 이 ‘헬스아바타’는 개인의 유전적, 생물학적, 의학적 소인에 관한 자신의 정보를 기반으로 재구성돼 BT-IT-의학의 진정한 결합체로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여기에다 인공지능과 유전체정보학 기술을 접합해 진단, 평가, 건강관리 등을 수행하는, 즉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다양한 아바타들이 상호작용하게 된다”면서 “전산학적으로는 분산형 에이전트 기술이 접목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유전자, 단백질을 비롯한 분자 수준에서, 세포, 조직, 장기 및 개체에 이르는 생명공학적 정보의 체계적 재구성과 의료기록을 포함한 임상의학의 모든 정보의 통합을 통해 구체화된다.
자신의 아바타는 자신의 모든 건강정보로 구성된다면, 의사, 간호사 아바타는 이들의 건강을 돌보고 조언한다. 또한 다양한 기능의 아바타들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평가자, 관리자 아바타도 생성되어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아바타들의 상호작용을 위한 정보학적 하부구조인 ‘헬스아바타 플랫폼’도 함께 개발된다. 다양한 디지털 분신들이 헬스아바타 플랫폼에 플러그인 돼 자신이 잠든 사이에도 아바타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건강 증진 활동을 수행하는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다.
의학과 컴퓨터 공학을 넘나드는 대표적인 융합적 인물로써 연구센터를 진두지휘하는 김주한 소장은 “선도연구센터 선정을 통해 국내 융합분야 발전의 기전을 마련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면서 “미래지향적 융합인재 양성과, 융합을 바탕으로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헬스아바타’ 사업으로 맞춤의학의 미래와 바이오정보의학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센터가 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차원 다계층적 정보통합을 추구하는 ‘헬스아바타’는 3개의 계층, 7개의 과제로 이루어져있다. ‘헬스아바타’의 단계별 연구는 △유전체 분신, 생리체 분신, 현상체 분신의 분자 · 세포 · 조직 · 장기 수준을 이루는 제1계층 △증강현실 분신 및 의미론적 분신인 제2계층 △개체 수준 재구성, 분산 및 연결의 제3계층인 유비쿼터스 분신의 재구성으로 구성된다.
NCRC는 무엇보다 이들 3계층의 체계적 정보통합을 추구해 인간의 건강 증진과 질병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기술인 Health Avatar Platform으로 완성될 것이다. 플랫폼에서 ‘헬스아바타’와 상호작용하는 의사, 분석, 진단, 평가, 보조자아 등의 다양한 응용 에이전트 프로그램들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개인에 관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의료분신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조합 · 생성하여 의료/건강 서비스에 응용하는 기반 신기술 개발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김 소장은 ‘데이터 관점’에서라면 충분히 개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생명 현상의 데이터 획득기술은 현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 중심의 의료정보 시스템과 모바일 환경 중심의 생활건강 정보시스템도 방대한 유전자 정보와 함께 향후 ‘데이터 관점’과 ‘통신 관점’에서 통합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분신’의 구축과 통합이 향후 국가의료정보망 등의 확장 공간 개념을 통해 활용될 예정이고, 가상자아의 개인별 맞춤화 연구를 통해 맞춤-예측의학의 구현 및 신약개발 지원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아(아바타) 통해 맞춤·예측의학 구현
김 센터장은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메디치 효과’를 예로 들었다. ‘메디치 효과’란 서로 다른 다양한 분야와 영역이 마주치는 교차점에서 혁신적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학문을 후원해 수혜자들이 다양한 전공분야와 문화를 교류하고 협력관계를 이룬 결과, 서로의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새로운 공통의 지적 원리와 사상에 바탕을 둔 르네상스 시대가 개막됐다는 것이다. 우리의 과학기술 또한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이 주목받고 있으며, 융합인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경쟁력을 갖춘 연구와 체계적인 의학교육을 위한 다학제적 통합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NCRC는 서울대 의대와 카이스트 전산학과와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2014년 개교 예정인 서울대/카이스트 청라캠퍼스 내 가상자아센터 설립도 준비 중이다.
NCRC는 2010년 개설돼 운영 중인 서울대 의료정보학 협동과정 및 2011년 카이스트에 개설될 예정인 대학원 과정의 공동운영을 통해 시스템바이오정보의학 협동과정을 양교 공동으로 개설 운영키로 했다.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바이오·정보 계열 융합과목 △계열 공통 융합과목 △의료·정보 계열 융합과목 등 맞춤형 교과과정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국제적 안목과 식견을 바탕으로 세계 바이오-정보-의과학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형 융합 연구자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김주한 소장은 “세상의 복잡해 보이는 문제들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아이디어(simple but powerful idea)’와 통찰로부터 풀 수 있다”고 융합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자유로운 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인프라의 구축과 지원을 약속했다.
2011년 개설예정인 서울대 임상의과학과는 병원을 비롯한 중소기업 컨소시엄과 계약학과로 운영될 예정으로 NCRC 교수진도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걸음마 단계인 아시아 지역의 바이오정보의학 발전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바이오정보의학 국제학술대회 창립 준비를 겸해 ‘바이오 정보의학과 맞춤예측의학’(Translational Bioinformatics for Personalizing Healthcare)이란 주제로 NCRC와 서울의대 정보의학실, 대한의료정보학회와 한국생물정보학회 공동으로 국제적인 저명학자를 초청한 국제심포지엄을 지난 1월 1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성대하게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일본·중국·인도 등의 저명한 바이오정보의학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센터 주관으로 바이오정보의학 국제학술대회 (TBC, Translational Bioinformatics Conference) 창립대회를 오는 11월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NCRC 주최 ‘바이오 정보의학’ 국제심포지엄 창립
NCRC의 궁극적인 목표는 의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바이오-정보-의학 인프라 구축으로 창의적 연구를 선도하고, 의료 서비스 산업 선진화 및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을 선도하는 것이다.
NCRC의 연구활동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의료-바이오-컴퓨터 융합연구의 세계적인 연구와 교육의 메카로 발전 △세계 주요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 추진 및 학술대회 주도로 전문인력 네트워크 허브로 발전 △학제전공 융합교육 및 산학협력 계약학과 운용주체이며 국내 융합인력 육성지원의 중추 △청라 공동캠퍼스의 10개 융합연구센터를 지원하는 바이오-정보-의료의 융합 인프라 지원 △바이오-정보-의료 융합기술로 광범위한 과학기술분야의 플랫폼기술과 인프라기술 기반 제공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센터를 이끌어 나가는 김주한 소장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융합형’ 학자이다. 그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를 전공한 전문의로서, 미국 MIT에서 공학 학위를 받고 하버드의대 칠드런즈병원에서 생명의료정보학 조교수를 역임했다.
의학영상분석 소프트웨어조차 없던 90년대 초 직접 코드를 작성, MRI 뇌영상 분석방법론을 개발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가 1995년 정신과 진료기록체계를 전산화했던 ‘PsyBase’ 프로그램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실제 사용된 국내 최초의 EMR(전자의무기록)로 평가받는다.
2001년 모교인 서울의대로 부임해 의대 교과과정에 의료정보학 교과목을 신설하고, 생명정보학 강좌를 도입했으며, 정보의학실 초대실장과 의료정보학 협동과정의 초대 전공 주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학제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인재양성을 위한 각계 전문가들과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 서울대의 폭넓은 인프라를 활용한 산학연 협력 연구로 바이오-정보-의료 서비스 실용화를 추구하는 김주한 센터장의 ‘서울대 시스템 바이오정보의학 국가핵심연구센터’는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의 또 다른 핵심 성장동력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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