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환율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막았다. 달러 강세 속에서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한국은행의 연속 금리인하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존금리를 현재의 3.0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0월 금통위부터 이어져온 금리인하 행진을 멈춘 것이다.
장기 경기부진 속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중반까지 떨어져 긴축완화의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통위의 고민 강도가 높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안한 환율 움직임에 대내외 여견변화 점검 필요성
한은 금통위가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대로 유지했다. 탄핵정국 장기화, 트럼프집권 2기출범 등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심상치않은 흐름을 보이자 결국 금통위원들이 금리동결쪽에 무게가 쏠린 것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이어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3연속 금리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며, 결국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읽힌다.
사실 최근의 환율의 움직임은 불안하기 짝이없다. 자칫 저상장이 예상되는 올해 우리 경제 전반에 예상하기 어려운 악성변수가 될 수도 있다. 환율은 16일 다소 진정기미를 보였지만, 12.3계엄 선포 이후 오름폭을 키우며 연말에 금융위기 이후 처음 1500원선마저 뚫을 듯했던 기세가 꺾인 것은 아니다.
탄핵정국 속에서 윤석열대통령이 공수처의 의해 체포되는 등 국정불안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강력한 관세폭탄과 철저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2기정부가 오는 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런 마당에 기준금리가 더 낮아지면, 달러 대비 원화의 상대가치가 더 떨어져 1500원벽이 깨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수입물가가 오른다.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선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1%초반까지 낮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 후반까지 뛰어올랐다. 한은으로선 고강도 긴축완화를 통해 안정권을 유지한 인플레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은 매우 불편한 시나리오다.
◆잇따른 저성장 전망 속 경기부양 정챡 역행 우려
한은 입장에선 환율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상황에 금리안하를 멈추고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을 살펴볼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다. 한은 금통위는 일정상 다음달에도 통화정책방향회의가 예정돼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움직임도 한은이 동결 결정의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전망치(3.4%)보다 0.5%p나 높아진 것이다.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올해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변수를 감안하면 한은이 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은은 결국 이달 20일(현지 시각)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드러날 통상정책의 윤곽과 이달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연준(Fed)의 긴축완화 속도 관련 언급, 국내 재정 집행상황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여부 등을 확인한 후 추가 금리인하를 결정해도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문제는 경기부진이다. 통화정책은 경기와 직결된다. 한은이 통화를 풀면 경기는 살아나는게 통상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말 이후 계엄·탄핵 사태가 극도의 정국혼란을 야기하며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졌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던 이유다.
한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10∼17일 조사해 분석한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에 전월대비 12.3포인트(p)나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성장에 한계가 따른다. 수출이 제아무리 고공행진을 거듭해도 소비가 부진하면 성장률을 갉아먹는다. 최근 국내외 기관이 줄줄이 한국경쟁 성장률 전망치는 낮춘게 이를 방증한다. 특히 JP모건의 경우 최근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0.4%p나 끌어내렸다.
관심은 벌써부터 다음달 금통위로 쏠려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환율과 경기부양의 딜레마에 빠진 한은의 고민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 집권을 계기로 강달러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