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반도체 시장판도를 바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용 메모리 특수에 힘입어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폭발적인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판도를 뒤흔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은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으나 범용 메모리의 판매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 덕분에 라이벌 인텔을 멀치감치 따돌리고 세계 1위에 복귀했다.
◆삼성 79% 폭풍 성장...인텔 단 13% 성장에 그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1~3월)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반도체업계 중 1위에 올랐다. 하이닉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며 미국 마이크론을 따돌리고 전체 3위에 등극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1분기에 148억7300만달러(20조298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미국 인텔(121억3900만달러)을 2위로 주저앉히고 다시 정상에 올랐다. 양사의 매출 격차는 27억달러가 조금 넘는다.
삼성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8.8% 증가한 반면, 인텔은 같은 기간 13.9% 증가하는 데 그치며 두 회사의 순위가 역전됐다. 삼성은 메모리, 인텔은 비메모리 부문에서 최강업체이지만, AI붐 조성으로 인해 메모리의 성장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번 IDC집계에선 팹리스와 파운드리 기업은 제외됐다. 팹리스와 파운드리까지 포함할 경우 상황이 좀 달라진다. 엔비디아는 AI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며 1분기에 삼성보다 110억달러 이상 많은 260억4천만달러를 올렸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TSMC 역시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5926억4400만 대만달러, 한화로 약 25조1932억원의 매출을 냈다. 삼성과는 약 5조원 가량 매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삼성의 파운드리 매출이 TSMC의 약 6분의 1을 약간 넘는 것을 감안하면 TSMC가 다소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트렌드포스가 지난 6월 발표한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전 분기보다 7.2% 줄어든 33억6천만달러다.
하이닉스는 삼성의 거의 두배 가까운 144.3%의 가공할 성장률로 90억74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하이닉스 1분기 매출 증가율은 엔비디아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하이닉스는 AI가속기 시장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 엔비디아향 HBM수요를 독식하며 비약적인 매출증가와 실적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다.
◆IDC "AI PC와 AI폰이 메모리성장 이끌어"
미국 메모리산업의 희망 마이크론은 K반도체 듀오 삼성과 하이닉스의 위세에 눌려 4위에 만족해야했다. 마이크론 역시 사업구조가 메모리 비중이 높아 AI특수를 톡톡히 봤다.
마이크론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57.7% 증가한 58억2400만달러로 선전했다. 마이크론은 HBM은 하이닉스에 범용메모리는 삼성전자에 공급능력이 크게 달린다.
그 뒤로는 독일의 반도체기업 인피니온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어든 39억5900만달러 매출로 5위에 올랐고 TI와 ST마이크로가 각각 전년대비 16.4%와 18.4% 감소하며 6~7위를 머물렀다.
IDC는 "단말기 시장의 안정화와 데이터 센터의 AI 학습 및 추론 시장 성장에 힘 입어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메모리보다 가격이 4~5배 높은 HBM의 수요 증가는 D램 생산을 제약하고 가격을 상승시켜 전체 메모리 시장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캐파(공급능력)가 한정된 상황에서 HBM생산이 크게 늘어 범용 메모리 공급축소와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IDC는 또 분야별로 컴퓨팅 관련 매출 점유율이 35%로 전년 동기(29%) 대비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차량용 반도체와 산업용 반도체는 고객들이 올 상반기동안 고객들이 재고 조정에 우선 순위를 둬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IDC는 평가했다.
IDC는 이와 함께 "새롭게 출시된 AI PC와 AI 스마트폰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용량의 메모리를 요구하며 메모리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IDC는 올 하반기에는 자동차 및 산업 분야의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디바이스 시장에서 AI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메모리는 올해 하반기에도 글로벌 IDM시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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