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세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WHO)는 이번 유행이 수개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감염 규모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병의 중심지는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동부 이투리(Ituri) 지역이다. 금광 노동자와 난민들의 국경 이동이 빈번한 데다, 장기간 이어진 무장 충돌로 의료 체계가 붕괴 상태에 빠지면서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
콩고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심 사망자는 130명을 넘어섰으며, 의심 환자는 540명 이상 보고됐다. 하지만 실제 감염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이 제기된다.
WHO 콩고 대표인 앤 안시아(Anne Ancia) 박사는 “과거 이 지역 에볼라 유행은 종식까지 2년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길 바라지만 최소 수개월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콩고 보건부 장관 사무엘 로제 캄바(Samuel-Roger Kamba)는 “보건팀이 지역 사회를 방문해 최근 사망자와 감염 사례를 추적하면서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실험실 검사를 통해 공식 확인된 환자는 32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수주 동안 바이러스가 사실상 통제 없이 퍼졌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유행은 상대적으로 드문 ‘분디부교(Bundibugyo)’ 계열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계열은 현재 승인된 백신과 치료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국제 보건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WHO 사무총장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는 스위스 제네바 회의에서 “발병의 규모와 확산 속도에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진 감염 사례와 백신·치료제 부재 상황이 사태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산하 감염병 분석센터도 최근 모델링 결과를 통해 실제 환자 수가 이미 1000명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감염병 모델링 전문가 앤 코리(Anne Cori) 교수는 “공식 확인 사례보다 실제 감염자가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지 의료 대응 역시 심각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 WHO는 진단 키트와 방호복, 소독 장비 등을 긴급 공수했지만 인력과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특히 반군 세력이 동부 핵심 도시 고마(Goma)를 장악하면서 공항 물류망까지 흔들려 의료 물자 수송이 더욱 어려워졌다.
또 초기에는 일부 주민들이 에볼라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전통 장례 절차를 진행하면서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공식 발병 선언 이후 주민들의 협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감염 사례는 우간다 수도 캄팔라(Kampala)와 콩고 동부 도시 고마 등 도시 지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WHO는 추가 실험 장비를 긴급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 최초 감염원인 ‘환자 제로(patient zero)’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국제사회도 긴급 대응에 착수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는 최근 21일 이내 콩고, 우간다, 남수단(South Sudan)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국무부(State Department) 역시 자국민들에게 해당 국가 여행을 자제할 것을 강력 권고했다.
반면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entre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과도한 여행 제한이 국제 공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프리카 CDC 수장 장 카세야(Jean Kaseya)는 “발병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한 국가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면 글로벌 보건 안보는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발병 과정에서 미국인 의료 선교사 피터 스태퍼드(Peter Stafford) 박사도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콩고 이투리 지역 병원에서 활동하다 바이러스에 노출됐으며, 전문 치료를 위해 긴급 이송됐다.
또 다른 미국인 의사도 예방적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체코 보건부는 에볼라에 노출된 미국인 의사가 엄격한 안전 조치 아래 프라하(Prague)의 불로브카 대학병원(Bulovka University Hospital)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해당 환자가 예방적 관찰을 받고 있으며 철저한 생물안전 절차가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리베카 스태퍼드(Rebekah Stafford) 박사와 패트릭 라로셸(Patrick LaRochelle) 박사 역시 잠재적 노출 가능성 때문에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중앙아프리카 지역 보건 체계와 국제 감염병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감염병 예측기관 에피스톰(EPISTORM)의 감염병 분석가 알레산드로 베스피냐니(Alessandro Vespignani)는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 하루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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