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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기획] AI 시대, 한국 벤처의 ‘성공 사다리’는 사라지는가

거대 자본·인프라 장벽에 가로막힌 스타트업… “독립적 성장 구조 재설계 절실”

[기획] AI 시대, 한국 벤처의 ‘성공 사다리’는 사라지는가

 

[기획] AI 시대, 한국 벤처의 ‘성공 사다리’는 사라지는가

이승건·김봉진 등 2세대 주역들 가세했지만… “성공 공식 변했다” 거대 자본·인프라 장벽에 가로막힌 스타트업… “독립적 성장 구조 재설계 절실”

한국 벤처의 역사는 도전과 혁신의 기록이다. 1세대 신화를 쓴 이해진(네이버), 김범수(카카오), 김택진(엔씨소프트)을 시작으로, 모바일 혁명기를 거치며 이승건(비바리퍼블리카·토스), 김봉진(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장병규(크래프톤) 등 새로운 거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산업군에서 대기업의 장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기술적 변곡점에 선 지금, 업계 안팎에서는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AI 시대에도 이러한 ‘개천에서 용 나는’ 성공 사다리가 여전히 작동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 1세대 '포털'부터 2세대 '유니콘'까지… 화려했던 벤처 연대기

과거 한국 벤처의 성공 모델은 명확했다. 인터넷 보급기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정보와 소통을 장악했고, 게임 산업에서는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글로벌 시장을 뚫었다. 이어 모바일 시대에는 토스의 이승건 대표와 배달의민족 김봉진 의장이 등장하며 금융과 유통의 판도를 흔들었다. 이들은 모두 **"작은 아이디어와 빠른 실행력"**만으로 거대 기득권과 싸워 승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 AI가 세운 새로운 장벽… “아이디어만으론 부족”

문제는 지금부터다. 오늘날 AI 산업은 과거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진입 장벽을 요구한다.

AI 경쟁의 핵심은 천문학적인 데이터, 막대한 컴퓨팅 파워(GPU),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이다. 이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다. Open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에서도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가 쏠리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이 자생적으로 독자적인 초거대 AI 모델을 구축하거나 거물급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진 셈이다.

■ ‘독립 기업’ 대신 ‘플랫폼 종속’… 사다리의 변질

일각에서는 앞서 언급된 창업가들이 대기업에 맞서 독자적인 제국을 건설한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최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과거처럼 [벤처 → 중견기업 →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독립적 성장 경로보다는, [벤처 → 빅테크 플랫폼 내 서비스 안착 →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 혁신의 주체가 되기보다 거대 생태계의 부속품으로 흡수되는 ‘엑시트(Exit)’ 모델이 주류가 된 것이다.

■ 다시 ‘벤처의 시대’를 열기 위한 조건

전문가들은 한국 벤처 생태계가 AI 시대에도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기술 인프라 공유: 스타트업이 거대 자본 없이도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국가적 인프라 지원.

  • 버티컬 AI(Vertical AI) 전략: 범용 AI보다는 특정 산업 분야(의료, 법률, 제조 등)에 특화된 혁신을 통해 독보적 영역 구축.

  • M&A 활성화와 재투자: 대기업으로의 흡수가 끝이 아니라, 창업자가 다시 새로운 모험에 나설 수 있는 선순환 구조.


■ 결론: 사다리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

한국은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기마다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하며 산업 판도를 바꿔온 저력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자본 집중형’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이승건이나 김봉진 같은 인물들을 향해 “한국 벤처 역사의 마지막 성공 신화”라 회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제2의 네이버와 토스가 나올 수 있는 ‘성공 사다리’를 다시 설계하는 국가적 고민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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