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장 사생주의의 화가’로 불리는 공진모 작가는 자연을 대하는 남다른 관점과 열정으로 자연과 몰아일체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다.
공진모 작가의 작품들은 사람들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자연을 옮겨놓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들이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온 것이다. 스쳐 지나 기억 속에 들어오지 못한 풍경들이 작품으로 관람객의 눈앞에 그대로 펼쳐진다. 이로써 관람자의 시선은 작품 공간에 빠져 들어가 마침내 풍경을 마주했던 작가의 시선과 동일시된다.
자연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이 작품에 투영
사실적 표현으로 대상을 객관화시키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공진모 화가는 자연을 대하는 방법이 가장 자연적인 작가로 평가된다. 자연이 주제의 대상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화폭에 옮겨 놓음으로써 작가와 그림, 관람자 모두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완성된 구조를 그려낸다.
그가 가진 ‘自然 寫生(자연 사생)’의 열정과 자연에 대한 숭고한 동경심은 평생의 화두로, 자연의 풍광으로부터 오는 천연의 빛깔과 그 변화무쌍함은 그의 작품에 오롯이 터치로 그려진다.
작가가 그림을 평생의 화두로 살아가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판 그림에서 시작됐다.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었지만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그에게 ‘큰 화가가 되겠다’는 칭찬과 함께 거금 5000원짜리 두 장을 그림 값으로 주면서 구매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공 작가는 “그림이 재미있어 그리던 아이에 불과했던 나를 그 때의 말 한마디가 화가의 길로 접어들게 만들었죠”라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채색과 건조의 과정을 거쳐 빚어낸 자연의 풍경
공진모 작가의 작품들은 평면의 캔버스에 풍경을 담았지만 공간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득히 먼 하늘, 나무와 나무가 겹쳐서 이루어진 산하의 풍경들은 그대로 그려내기만 하면 제대로 된 느낌을 표현할 수가 없다.
공 작가는 사실적인 풍경을 화폭에 그려내기 위해 스키마토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채색과 기름칠, 건조의 과정을 되풀이해 덧칠하는 스키마토 기법은 공간의 원근감을 표현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공 작가의 대표적인 작법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인 모나리자 역시 스키마토 기법으로 그려져 오묘하면서도 살아 있는 미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공 작가의 설명이다.
채색과 건조의 반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공 작가의 작업은 시간을 요할 수밖에 없다. 공진모 작가는 “작은 크기의 그림이라도 7~10번의 덧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림 하나를 완성하려면 보름에서 20일에서 최대 한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 작업은 짐짓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묘사를 통해 자연의 깊이를 담는 다는 것은 혼을 담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한다.
특히 눈앞에 보이는 즐비한 나무와 그 아득함, 그리고 먼 산과 그보다 더 뒤에 있는 하늘의 전경을 화폭에 담는 다는 것은 화가에게 있어 일종의 벽이라고 한다. 그와 같은 벽을 넘어야만 캔버스를 뚫고 하늘이 열리는 것과 같은 풍경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공 작가의 그림 속 하늘은 캔버스에 갇혀 있지 않고 캔버스 너머로 하늘이 열려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풍경의 세밀한 변화를 포착
예술작품의 세계는 기법으로 대변되는 기교만으로 완성할 수 없는 깊이의 세계다. 즉 대상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그것은 단지 표면만을 수사하는 것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작가는 대상과 조응하는 내면의 세계를 가져야만 대상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가질 수 있다. 공 작가는 기법적인 측면에서는 스카마토로 입체감을 느끼고 했고, 자연과 조응하는 내면세계로써 작품에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낸다.
공 작가가 작품의 대상이 되는 자연을 대하는 방법은 몰아일체로 표현할 수 있다. 한 작품을 시작하면 그 자리에 주저 않아 자연의 일부가 되고, 자연을 하염없이 조응하는 것이 공 작가의 작업 스타일이다. 해가 뜨면서 시작되는 빛의 세계를 눈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시간과 빛의 변화에 따라 춤추는 자연의 풍경, 그리고 해질 녘의 붉게 물든 노을과 그 이후에 찾아오는 어두움의 깊이마저 그에게는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의 영감이 된다.
공 작가는 “순간적인 영감으로 그린다고들 하는데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자연이 제일 아름다운 순간을 찰라가 아닌 시간의 흐름에서 찾습니다. 자연을 계속 보고 있으면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러한 감탄의 연속이 작품 속에 담기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자연과 조응하는 그만의 방식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눈물 흘릴 수 있는 작품 그려낼 것”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정도로 그림으로 감동을 선사하고 싶습니다”라는 공 작가는 관객과의 만남에서도 철학이 있다. 수많은 작품전을 열어왔지만 그는 한 번도 팸플릿을 인쇄해 배포한 적이 없다. 달랑 엽서 한 장에 자신의 그림을 넣었을 뿐이다.
작은 엽서에 담긴 그림이지만 그 그림으로도 사람들이 갤러리에 찾아올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작품은 그림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고집과 철학 때문이다.
자신을 알리는 일에 소홀한데도 언제나 공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공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 보고 자라왔던 풍경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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