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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2:3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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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갈수록 심해지는 ‘주취폭력’, 해결점은 없나

주폭(酒暴)‘: 술김’에 휘두른 폭력에 우리 사회가 멍든다

갈수록 심해지는 ‘주취폭력’, 해결점은 없나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발길이 분주했던 지난 2월 8일. 설 명절을 하루 앞둔 이날 저녁 9시께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주점에서 중년의 한 남성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주점 여주인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이 남성은 급기야 주점 안의 집기들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30여 분간 주점에서 영업을 방해하며 행패를 부린 이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업무방해 및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런데 경찰서에 도착해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아연실색했다. 놀랍게도 이 남성은 의정부시청에 근무하는 시청공무원이었다.

흐트러진‘술’문화, 이제는 관대하지 말아야

이 시청직원은 한 달 전 지방행정주사로 승진한 공무원으로 의정부시청 감사담당관실에서 조사 업무와 부패영향평가 등을 담당하는 감찰 공무원이었다. 행실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이 같은 추태를 버젓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2013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른 바 주취폭력의 수위가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취폭력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타인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하는 등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음주 후 무전취식이나 고성방가 등의 행패를 부리는 행위도 주취폭력에 해당된다.

 

경찰청은 지난 2012년 6월부터‘조직폭력, 갈취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주취폭력’등‘5대 폭력’범죄 척결을 위해 모든 치안 역량을 집중해오고 있는데 그 가운데‘주취폭력’은 일반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체감하는 폭력의 유형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주취폭력’에 대해 경찰은 각 지방청과 경찰서 별로‘테스크포스팀’을 편성, 운영해오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말까지‘집중단속’기간으로 정해 강력 대응했지만 올해 2월까지 주취폭력의 수치는 점점 늘고 있는 형편이다.

그간 너그럽게치부돼오던 탓인지 주취폭력은 폭력사건 세 건 가운데 한건의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으며 연간 발생건수가 36만여건에 달하고 있는 심각한 범죄 가운데 하나다. 주목되는 점은 주취폭력의 가해자가 일부 노숙인이나 일용직 노동자등 빈민계층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계층에 이르러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일반인을 넘어서 이제는 공무원까지 주취폭력을 일삼는 분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의 한 경찰서 소속 40대 경찰이 같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폭행, 폭언 등을 일삼아 불안에 떨게 하고, 함께사는 팔순 노모를 폭행해 내쫓는 등 상습적으로 주취 폭력을 저질러온 혐의로 구속돼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여타의 폭력사건과 달리 주취폭력자의 경우 일반인들은 물론 경찰과 119소방대원 등 치안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 ‘술’의 힘을 빌린 탓에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리낌이 없어진 탓이다.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주취폭력의 주요 피해자가 치안의 사각지대에 있는 서민과 부녀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보복과  수치심으로 인해 신고를 기피, 또 다시주취폭력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있다.

주취폭력은‘정신병’

주취폭력이 심각한 이유는, 주취폭력의 가해자가 연령과 사회적 계층에 상관없이 전 방위적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는점이다. 술을 마시기 전에는 얌전하고 말수가 적거나 신사적인 이들이 술만 취하면 폭력적으로 변해 온갖 추태를 부리는예가 비일비재하다. 즉, 술을 마시는 이라면 누구든 잠재적 주취폭력 가해자라는 것이다. 주취폭력은 자기주량 이상의알코올을 섭취할 때 뇌의 전두엽에 일시적인 손상을 줘 감정조절이 어렵기 때문

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자신의 주량을 지켜 음주를 하게 되면주취폭력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의학계의 주장이다. 더불어 주취폭력은 유전으로 인한 증상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기에 습관화된, 잘못된 음주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주취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한두 차례에 그치지 않고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즉, 대부분의 주취폭력자는 상습범인 경우가 많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주취폭력으로 구속된 범죄자 대부분이 재범 이상이었고 그 가운데약 10%가 50범 이상의 고도 상습범이었다. 이러한 통계가 말해주는 것은 주취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그 순간, 가해자는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있다는사실을 우회적으로 말해준다. 다시 말해술에 취해 자신의 행동이 어땠는지 몰랐다는 대부분 주취폭력자의 진술은 거짓인 셈.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취폭력이,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술버릇에서 오는 실수와는 구분돼야 하며 이는 명백한범죄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최근 주취폭력의 발생빈도가 급속도로높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실직자의 증가,민생고의 문제가 악화되는 사회현상과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불황으로 인해 경제적 고충이 크다보니 술로마음을 달래는 것. 이에 따라 주취폭력으로 인한 연간 사회적 비용 손실은 약 20조 990억 원에 이르며 이는 GDP의 3%가량 될 것이라고 관계당국은 파악하고있다.

이 가운데 과다한 음주로 인한 노동력 손실과 생산성 저하로 약 8조 원의비용이, 음주로 인한 조기사망과 이의 미래소득 손실분이 약 5조 6,000억 원으로단순히 술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 손실은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또 경찰청이 발표한 지난 2011년 주취폭력자의 범죄 양상을 살펴보면 전체 범죄의 75.8%가‘공무집행방해’로 주취폭력이 경찰력 낭비의 온상임이 드러났다.더불어‘살인(38.9%)’, ‘폭력(35.5%)’,‘성폭력(29.9%)’, ‘강도 및 절도(22.6%)’등 강력범죄로 직접 연결되고있어 그 심각성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가져오는 주취폭력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으로 잘못된 음주문화를 들 수 있다. 유달리 술에 관대한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주취폭력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술이 원수지, 사람이 무슨 죄냐’는 식의 궁색한 논리가 우리 인식 속에서 뿌리 뽑히지 않는 한 주취폭력피해는 근절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지배적이다. 여기에 지나친‘남성우월주의’와‘가부장제’역시 주취폭력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또 1인 음주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은 주취폭력 등술과 관련한 범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현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또 다른‘독버섯’으로 자라나고 있는 주취폭력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6월 18일 양형위원회를열고 피해규모가 심각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주취폭력을 휘두른 상습 주취폭력자에게 최고 징역 2년까지 가중처벌 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2012년 7월 23일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주최로 코엑스에서 열린‘주취폭력 근절 학술세미나’를 통해 단국대 법대 이호용 교수는 주제발표에서‘주취자특별법’제정을 정부에 촉구하는 등 각계에서 주취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술의 힘을 빌려 폭력을 휘두르고 타인에게 시비를 거는 등의 행위를 단순한 술주정의 차원이라는 이해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도를 넘은 음주문화와 이로 인한 주취폭력 행위는 이미 사적 영역을 넘어서 구조적인 사회문제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자칫 사회적인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우리의 음주문화는 이제 변해야 한다. 특히 주취폭력은사회적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해 남의 일이라고 생각지 말고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주취폭력을 근절하는 범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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