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공적 금융기관들이 석유·천연가스 관련 사업에 최근 10년 동안 141조 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31일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 현황과 문제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내 대표적 공적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총 141조 1,804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융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중 수출입은행이 89조 6천억 원(63%), 무역보험공사가 41조 2천억 원(29%), 산업은행이 10조 3천억 원(8%)을 제공했다. 금융제공 방식은 보증이 68%, 대출이 32%였다.
사업 부문별로는 업스트림(탐사·시추·개발·생산 단계)에 35.7조 원, 미드스트림(운송 단계)에 55.4조 원, 다운스트림(정유·석유화학·발전 단계)에 50조 원이 투입됐다.
지역별로는 중동 지역 사업에 39조 원의 금융지원이 제공되면서 전체 지원금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단, 해당 비중은 지역 특정이 어려운 선박 관련 금융지원 64조 3천억 원을 제외하고 계산한 것이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드러난 이들 기관의 금융제공은 화석연료 사업 전반에 금융제공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평가이다.
석유·천연가스 사업과 관련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전 세계 CO₂ 배출량의 절반에 달하며, 이에 국제기구를 필두로 EU, 미국, 환경단체 등에서 그 생산과 소비를 신속히 감축해야 한다는 경고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의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아울러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석탄 논의도 활발해졌다.
반면, 석유와 천연가스에 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천연가스는 연소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석탄보다 적을 뿐, 생산 및 운송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므로 엄밀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친환경 연료로 인식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오늘날 온실가스로 촉발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감소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련 시장 규모는 점차 축소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산업 공급망 전체의 위축과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업 지속성의 불확실성은 물론 향후 자산 가치 평가조차 현재 수준으로 이루어질지 불분명하다. 이를 `좌초자산 위험`이라고 하며,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금융기관들 역시 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 강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이상기후 증가 등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이전보다 더 큰 변동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이러한 가격 변동성의 증가로 최근에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50조 원 규모의 천연가스 인프라 사업 계획이 취소됐다.
유럽투자은행도 올해 1월, 연말까지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모든 투자를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스웨덴의 수출신용기관인 스웨덴수출신용공사와 수출신용보증청 역시 2022년까지 화석연료 탐사·시추 사업에 대한 금융제공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더불어 지난 4월에는 영국, 스웨덴, 프랑스, 덴마크, 독일, 스페인이 `미래를 위한 수출신용 연맹`(Export Finance for Future Coalition, E3F)를 결성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 금융 중단을 논의하기 위한 연대체를 결성했다.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 내에서도 최근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은 2021년 5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TCFD) 가이드라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TCFD는 G20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발족한 협의체로 일찍이 재무 정보 공시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포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현재 전 세계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 기준에 기초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공적 금융기관들의 이번 TCFD 가이드라인 지지 선언은,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할 수 있게 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는 판단이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금융제공 현황을 자세히 다룬 첫 보고서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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