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전략이 존재한다. 일본 큐슈대 생물학과 다카스카 게이조 박사 연구팀이 최근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발표한 연구는, 개미 사회에서 일어나는 ‘화학전쟁’을 정밀하게 포착하며 생물학계에 새로운 충격을 안겼다. 기생 개미 여왕이 다른 종의 개미 군체에 침입해, 냄새 조작으로 일개미를 속여 본래의 여왕을 암살하게 만드는 이 교묘한 전략은, 그야말로 셰익스피어적 비극을 방불케 한다.
위장과 침투: 연극은 냄새로 시작된다
개미는 시각보다는 후각으로 상대를 구별한다. 같은 군체 구성원과 적을 구분하는 것도 모두 ‘냄새’다. 기생 여왕은 이 메커니즘을 악용한다. 연구팀은 침입자가 먼저 일개미를 붙잡아 자신의 몸에 비비는 행위를 관찰했다. 이는 곧 군체 고유의 ‘체취’를 자신의 외피에 덧씌우는 위장 작업이었다. 이 냄새 위장은 기생 여왕이 군체 내로 자연스럽게 침투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시민 과학자인 시마다 타쿠와 다나카 유지가 각각 관찰한 사례는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한다. 시마다는 기생종인 ‘L. orientalis’ 여왕을, 다나카는 ‘L. umbratus’ 여왕을 각각 이질 종의 군체에 투입했다. 두 실험 모두 기생 여왕은 일정 기간 숙주 일개미 및 번데기와 함께 지내며 군체의 체취를 습득했다. 이후 급식 구역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한 여왕은 공격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부 일개미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먹이를 제공받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화학 무기 작동: 체액 한 방울의 반역
그러나 침입자의 목적은 단순한 ‘공생’이 아니었다. 군체의 실질적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목표였다. 기생 여왕은 군체의 진짜 여왕에게 접근한 후, 복부에서 생성된 체액을 분사했다. 이 체액의 주요 성분은 포름산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일개미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본래의 여왕이 포름산에 적셔지자, 평소 순종적이던 딸 개미들은 갑자기 적대감을 드러내며 어미 여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격은 단번에 끝나지 않았다. 기생 여왕은 몇 차례에 걸쳐 포름산 체액을 뿌렸고, 그럴 때마다 공격 강도는 높아졌다. 결국 실험 4일째, 진짜 여왕은 자식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어떤 개미는 여왕의 허리를 절단했고, 몸이 찢겨 나간 채 사망한 여왕의 잔해만이 남았다.
군체 전복: 새로운 여왕의 즉위
진짜 여왕이 사라진 군체는 당혹스러움 속에 빠르게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였다. 기생 여왕은 곧바로 산란을 시작했고, 그 알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군체를 장악해 갔다. 시간이 지나며 원래의 군체 구성원들은 점차 줄고, 기생종 개미들로 구성된 완전히 새로운 군체가 형성됐다. 사회적 기생 전략이 완벽히 성공한 것이다.
생물학의 미지영역: “어미를 죽이게 유도한 최초의 사례”
다카스카 박사는 이 연구가 생물학적으로 매우 독창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자식이 어미를 죽이도록 유도하는 현상은 생물학에서 전례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메커니즘까지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이 같은 전략은 단순한 개체 간 경쟁을 넘어, 생태계 내의 정보 조작과 군체 조작의 실체를 드러낸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개미 생태학자 제시카 퍼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탁월한 관찰 연구의 전범”이라 평가했다. 퍼셀 교수는 “기생 여왕이 직접 여왕을 공격하는 사례는 있어 왔지만, 이렇게 화학물질을 통해 군체를 조종해 어미를 죽이는 방식은 놀랍다”고 말했다.
기생 개미의 다양성: 직접 공격에서 군체 조작으로
이전까지 보고된 사회적 기생 개미의 전략은 물리적 공격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부 기생종은 숙주 군체의 번데기를 납치해 노동력으로 활용하거나, 여왕을 직접 살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정보 조작’과 ‘화학적 조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확인했다.
L. orientalis, L. umbratus와 같은 종은 군체에 들어가 숙주 여왕을 제거하고 새로운 왕국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일개미는 진짜 여왕을 직접 공격하며 반역의 도구가 되었다. 이는 곧 ‘집단 기억’이나 ‘사회적 정체성’이 냄새 하나로 뒤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연은 동화보다 더 기이하다
하버드대학교의 민속학자 마리아 타타 교수는 이 연구를 “자연이 신화를 능가한 사례”라고 평했다. “라푼젤이 탑에 갇히고, 백설공주가 사과에 중독되고,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에게 납치되는 이야기는 많지만, 자식이 속아 어미를 살해하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류 신화와 동화 속에서는 어머니의 살해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연구는 자연계의 극단적 전략과 함께, 진화적 경쟁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향후 연구와 생태적 함의
이번 발견은 단순한 생태적 호기심을 넘어, 사회적 기생 전략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기생 개미 여왕의 화학 신호 분석, 분사 체액의 구성물질 정밀 분석, 일개미의 공격 유도 기작 등은 향후 분자생물학 및 행동생태학 분야의 중대한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처럼 ‘조직 내부의 전복’이라는 구조는 생태계의 안정성, 군체 내부 질서 유지, 생태계 내 권력 이동이라는 거시적 문제를 되짚게 한다. 사회적 기생은 단지 경쟁자가 아닌, 정보 조작자, 내부 균열 유도자로 기능하며 생물군집을 뒤흔들 수 있다.
결국 이번 연구는 생명계에 존재하는 지적 전략의 극단적 사례를 조명했다. 자연은 종종 인간의 상상을 능가한다. 그리고 때때로, 그 연극은 너무나도 잔혹하고 완벽하다.
서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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