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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국격 높인 “2012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인류의 공동대응과 의지로 핵없는 지구 평화 염원

국격 높인 “2012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일부 국가, 핵물질 보유량 공개하지 않은 한계점 드러나…

인류의 발달은 상상을 뛰어넘는 과학기술 발달에 힘입어 물질문명이 이기를 생산하며 편리성을 안겼다. 현대문명의 위력은 그 지평을 계속적으로 넓혀가고 있지만 불행히도 동전의 양면처럼 문명이기의 파괴력도 간과할 수 없는 지경이다. 과학기술이 안겨준 풍요와 행복의 무서운 이면에 양날처럼 참혹한 인류의 불행을 가져올 위험성을 다분이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 가운데서도 원자력이 대표적이다. 현대사회의 소중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원전 안전관리에 실패하거나 폭탄으로 악용된다면 인류의 생명과 자연환경은 송두리째 파괴시키는 위력을 지녔다.

‘서울 코뮈니케(공동선언문)’ 채택

인류의 공동의 대응과 의지로 초래될 수 있는 비극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지구촌이 하나되어 힘써야할 마지막 보루인셈이다. 기술과 원자력 에너지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방안을 위해 열리는 것이 바로 핵안보정상회의다. 지구촌의 공동 대응 의지를 다지고 국제적 안보·안전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정상회의는 21세기 지구촌의 공존·공영의 방향을 모색하고 심도 있는 타진을 통해 안전하고 행복한 인류사회를 지켜가겠다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를 갖는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없는 지구평화를 염원하는 출발점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이번 회의의 의제는 HEU 제거와 최소화, 비군사용 전환 그리고 불법거래 방지로 요약된다.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핵물질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핵 군축과 핵물질의 확산 방지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런 의도대로 각국 정상들은 핵물질 감축을 위한 HEU 제거와 비군사용 전환 등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걸음 다가갔다.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핵물질들이 잘못 관리되어 비(非)국가 단체의 손에 들어가 테러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핵안보정상회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2010년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렸고, 두 번째 회의가 지난 달 26~27일 서울에서 열렸다. 53개국 정상 및 정상급 수석대표와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워싱턴 회의에서 제시된 포괄적 과제를 실천방안으로 구체화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코뮈니케(공동선언문)’ 채택을 끝으로 회의는 폐막했다. 회의에 참석한 53개국 정상은 내년 말까지 고농축우라늄(HEU) 사용을 최소화하는 자발적 조치를 발표하고 핵과 방사성물질의 불법적 거래를 차단하기로 했다. 지구상에는 1600t의 HEU와 500t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다. 핵무기 12만65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폐막에 맞춰 발표된 ‘서울 코뮈니케’에는 무기급 핵물질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고, 원자력 시설에 대한 물리적 보호를 강화하고, 핵물질의 불법적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이 담겨 있다. 선언적 성격에 그쳤던 1차 회의 결과가 서울회의를 통해 보다 구체화됨으로써 핵 테러 방지라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서게 된 걸로 본다. 핵물질을 감축ㆍ폐기하거나 이를 약속한 나라가 늘어난 점도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한국ㆍ미국ㆍ프랑스ㆍ벨기에 등 4개국이 HEU 연료를 저농축우라늄(LEU) 연료로 전환하는 공동 협력사업에 합의한 것은 핵물질 감축 협력의 모범 사례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의 안전을 핵안보와 통합해 접근하기로 한 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회의의 또 다른 성과이다.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주요국 정상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점도 의미를 지닌다.

서울 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의로 시작된 핵안보정상회의를 핵 안전과 비확산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최상위 포럼으로 승격시켰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아쉬운 한계

인류가 지향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 핵무기 제조 원료인 핵물질 안전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핵 보유국의 핵무기 감축과 비확산 노력 등 세 가지가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한 것이다. 핵무기는 놓아두고 그 원료의 감축 내지 폐기를 다루는 것은 아쉽게도 핵안보정상회의의 한계라고 지적받고 있다. 합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 없이 각국의 자발적 이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한다. 참가국 이외에 이란 등 핵 테러의 온상이 될 개연성이 큰 국가들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제가 남는다.

미국 9·11테러로 드러났듯이 테러범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지구촌의 평화를 위협한다. 무기급 핵물질은 각국이 엄격히 보호하고 있지만 민수용 핵물질 관리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핵물질에 대한 물리적 방호 조치를 규정한 개정 핵물질방호협약(CPPNM)을 2014년까지 발효하기로 한 것도 큰 진전이다.

정상들은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삼아 핵안보와 핵안전을 연계해 효과적인 대응을 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했다.

핵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인류사회에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현실은 핵물질 최소화가 인류공영과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함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국제사회의 이슈가 돼 있고, 특히 북한은 핵추진 기술을 염두에 둔 광명성 3호 발사를 천명한 상황이라 시기적으로도 각국 정상들의 관심을 더욱 모으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핵물질 최소화의 논의는 한 개인과 개별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각국 모두가 중요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할 수준의 문제로 인류사회를 위협한다는 반증이다.

이번 회의의 규모는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 국제회의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부각하고 국제공조 또한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가 그동안 핵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20여 개국이 고농축우라늄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적잖게 기여했다. 하지만 회의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핵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핵안전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핵 보유국들의 핵 군축과 더불어 핵무기 확산을 막는 비확산 노력 등 세 가지가 동시에 병행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국가가 핵물질 보유량을 공개하지 않은 점은 앞으로의 회의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특히 미국이 지난 1996년 체결돼 157개국이 비준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의 비준을 미루고 있는 것은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이용해 국제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속내로 비쳐져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이 핵안보에는 열을 올리면서 핵물질 감축에 보다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핵안보정상회의가 핵 보유 강대국의 요구대로 움직인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 지구상에 12만 6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존재하는 현실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핵 군축과 비확산 문제를 제쳐놓고 오로지 핵안전 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핵안보정상회의의 근본적 한계다. 합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핵물질 감축이나 폐기 약속도 각국의 자발적 이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천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핵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핵무기 축소와 폐기를 외면하는 상태에서의 핵안보는 허구라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핵발전 신규건설과 수출에 골몰하면서 외형적인 액션만 취하는 것도 이중적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참가국들은 자국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으면서 탁상공론(卓上空論)에 그치는 실효적이지 못한 회의가 되지 않기 위해 비판의 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또한 미래에 다가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반면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목전의 위기를 애써 외면한 것은 이번 회의가 보여준 극명한 한계점임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인류가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핵테러의 예방을 위해 혼신의 논의가 거듭된 것에 비해 이미 인류가 여러번 목도한 핵재앙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어느덧 1년이 되가고 있다. 원자력은 언젠가 대체돼야 할 위험한 에너지라는 공감대가 과연 얼마나 형성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결국 각국 정계·재계·학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원전은 안전하다는 구호가 지금의 심각성을 눈여겨보지 못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핵무기감축의 실질적인 노력 필요

인류가 직면한 더욱 심각한 핵위협은 비국가행위자가 아니라 ‘국가행위자’에 의해 제기돼왔다. 냉전이 끝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세계에는 여전히 4800여개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외대 강연에서 고백했듯이 미·러 간에 진행 중인 새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더라도 미국은 1500개의 배치된 핵무기와 5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국은 1996년 체결돼 157개국이 비준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미루고 있다. 핵테러의 위험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9·11테러를 겪은 미국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최대 위협인 핵안보에는 열심이면서 정작 인류 공통의 위협인 핵무기 감축에서는 거북이걸음을 하는 것은 사뭇 모순이 있어보인다. 핵안보정상회의가 결국 기존 핵보유국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물론 핵군축과 핵비 확산 및 원전 안전이 이번 회의의 의제는 아니었지만 역시 의제가 아닌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문제는 숱한 양자, 다자 접촉에서 거론됐다. 58명의 국가정상 및 정부대표, 국제기구 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핵재앙의 공포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인류의 권리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핵안보정상회의가 지닌 극복해야할 고질적인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서울 회의에 대한 또하나의 비판섞인 우려는 각국 원전 업체들의 기득권을 인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부대행사로 열린 원자력 업계회의(인더스트리서밋)는 공동합의문에 ‘신규 원자력시설 도입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원전의 프로모션을 선언했다. 그나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은 보다더 피부에 와닿는 메시지를 전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현 상태에서 원전의 신·증설은 곤란하다”면서 특히 “규제당국은 법령에 근거해 원전 사업자를 철저히 감독하면서 일정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국내원전 실태도 철저한 점검 필요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계는 ‘핵 없는 지구’임을 이번 회의를 통해 세계에 다시 한번 천명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을 이용한 테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제사회가 나서 이를 원천봉쇄 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이제 더 높은 인류의 꿈을 위해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회의가 핵물질 최소화를 넘어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 폐기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더 원하고 있다.

한국이 이와같은 글로벌 이슈의 논의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것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이는 국제적 위상과 외교 역량을 한 단계 높여준 소중한 성과로 남게 된다.

 60억 명 지구촌 가족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사적인 평화회의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행보로 이어질 것이다.

회의 기간에 여러 나라 정상들과 부인, 수행원들은 한국 경제에 관심을 갖고 산업 현장을 시찰해 투자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도 펼쳤다. 분명 부산물로 얻은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안보 분야 정상회의를 주관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많은 불편함을 감소하고 정부의 요구에 함께 동참해준 국민의 협조가 컸다. 차량 2부제 운행과 회의장 주변 출입 통제 등 시민들의 협조없이는 원활한 안보회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당국은 잇단 대형 국제회의 경험을 살려 향후에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생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 아울러 이번 회의는 세계의 핵안보 이전에 우리 국내 원전의 안전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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