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끌고 자동차가 밀어주면서 대한민국 수출이 새해 첫 달부터 20% 가까이 껑충뛰오르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핵심 품목인 반도체와 새로운 수출효자로 떠오른 자동차가 전체 수출을 쌍끌이하며, 마치 날개를 단 듯 수출증가세의 보폭을 넓혔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를 딛고 작년 4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서며 회복 조짐을 보이던 수출이 이젠 본격적인 재도약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누가 뭐래도 수출은 한국 경젱의 중심축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기반이 취약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수출만이 살길이다.
이런 점에서 수출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저성장의 늪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엔 분명 희망적인 소식이다. K-수출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AI특수 메모리 반도체 수출, 전년比 90% 이상 증가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액은 총 546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8.0% 증가했다.
작년 9월까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10월에 플러스로 돌아선 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월 수출증가율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도 2022년 5월(21.4%) 이후 20개월 만이다.
1월 수출이 급증한 것은 일부 기저효과 탓도 있다. 작년 같은 기간에 수출이 워낙 부진했던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출주력 품목 대부분이 호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수출회복세가 뚜렷한 것만은 분명하다.
1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15대 주력 품목 중 무선통신과 2차전지(배터리)를 제외한 13개 품목이 일제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는 2022년 5월 14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한 이후 가장 많은 품목의 수출플러스 기록이다.
가장 돋보이는 품목은 역시 반도체와 자동차다. 이중 특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수출효자 반도체의 호조세가 두드러졌다. 1월 반도체 수출은 총 93억7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56.2% 급증했다.
2017년 12월 이후 6년1개월만에 최고 증가율이다. 수출의 발목을 잡던 반도체가 작년 11월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효자의 위상을 되찾았다.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의 약진이 돋보인다. 메모리 수출은 총 52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배 가까이(90.5%) 늘어났다. 반도체 수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56%를 넘는다.
산업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 및 수급 개선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월 반도체 수출이 강하게 반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HBM은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고성능 메모리로, AI열풍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DDR4 등 PC 등에 탑재된 범용메모리에 비해 가격이 7배 이상 비싸다.
게다가 HBM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거대 AI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현재는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다. HBM이 이끄는 반도체 수출이 당분간 초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자동차 신흥 수출효자 자리매김...선박, '수출트리오' 한축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도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은 2022년 4분기부터 고성장세를 지속하며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을 제치고 수출2위 품목으로 자리를 굳혔다.
1월 자동차 수출은 6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8% 늘어났다. 19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흐름을 이어가며 신흥 수출효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자동차 수출호조의 일등공신은 전기차와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모델이다. 'K-자동차'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전기차는 북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1월에도 15.8%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자동차가 잘나가자 자동차 부품 수출도 상승효과를 내며 덩달에 호조를 띠고 있다. 1월 자동차부품 수출은 전장부품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총 19억1천만달러를 달성했다. 두자릿수(10.8%) 성장세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류의 1윌 수출 총액은 81억2천만달러로 반도체에 이은 확실한 수출주력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K-자동차형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역대 최고 실적을 연신 갈아치우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선박이 수출총액(25억1천만달러)은 다소 처지지만 76%의 고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가율 기준으론 15대 수출품목중 당당히 1위다. 선박은 이제 수출 재도약을 이끄는 트리오 품목, 이른바 '반차선(反車船)'의 한축으로 자리잡았다.
선박은 특히 향후 전망도 매우 밝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고부가 LNG운반선과 특수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장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K-조선 빅3의 독무대다.
중국이 글로벌 조선시장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지만, 고부가 선박만큼은 K-조선의 상대가 아니다.
전반적인 조선업 불황에도 불구, 고부가선박을 중심으로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이 진입, 선박수출이 상당기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반도체효과' 대 중국 수출 반등...대미 수출도 호조세
국제유가의 불안한 흐름 속에서도 석유제품(11.8%)과 석유화학(4.0%) 수출은 비교적 선방했다. 일반기계(14.5%), 철강(2.0%), 디스플레이(2.1%), 바이오헬스(3.6%), 섬유(8.5%), 컴퓨터(37.2%), 가전(14.2%) 등도 수출 호조세를 보였다.
전기차 수요위축과 핵심원료(리튬) 가격인하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2차전지(-26.2%)와 무선통신(-14.2%)은 전년동기 대비 두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무선통신은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일정상 매년 12월과 1월이 최대 비수기다.
지역별로는 대 중국수출이 107억달러로 작년보다 16.1% 증가했다. 대중 수출 증가율은 2022년 5월 이후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이다.
중국 수출이 반등한 것은 반도체효과 덕분으로 풀이된다. K-반도체 수출의 60%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데, 반도체 업황이 크게 호전됐기 때문이란 의미다.
중국은 이로써 지난 12월 미국에 넘겨줬던 수출1위국 자리를 되찾아왔다. 대 미국 수출은 102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6.9% 증가하며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으나 중국과는 5억달러의 차이로 2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대미 수출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대중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돼 수출 플러스, 무역수지 흑자, 반도체수출 플러스 등 수출 회복의 네가지 퍼즐이 완벽히 맞춰졌다"고 자평했다.
한편 1월 수입액은 총 543억9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7.8% 줄었다. 원유 수입이 6.0% 증가했지만, 가스(-41.9%)와 석탄(-8.2%) 수입액이 큰 폭으로 줄면서 전체 에너지 수입액이 16.3% 감소한게 크게 작용했다. 이로써 1월 무역수지는 3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월간 무역수지는 작년 6월부터 8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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