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자동차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자 일각에선 자동차 업황이 절정을 지났다는 이른바 '피크아웃'설이 제기됐다.
K자동차 수출을 이끌었던 전기차가 새로운 기기를 남보다 먼저 경험하고 싶어하는 '얼리어댑터'들이 대부분 구매해 수요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게 그 근거였다.
첨단 제품이 본격적인 활성화 시기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수요가 둔화되는 '캐즘'(Chasm) 현상이 전세계로 확산, K자동차 수출이 위축될 것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같은 우려는 반은 맞혔고 반은 틀렸다. 캐즘 여파로 K전기차 수출은 분명 꺾었으나 하이브리드·SUV 등 고부가차로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상반기 자동차 수출이 보란듯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캐즘 여파 속 3.8% 성장...대미 수출 30% 급증
자동차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다시 썼다. 대한민국의 수출이 다시 뛰는데 중심역할을 한 반도체와 K수출의 '쌍포'를 형성하며 '수출 효자'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370억1천만달러(약 51조2천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자동차 수출 신기록이다.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아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역풍,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산 자동차의 저가 공세, 지난해 폭풍성장으로 인한 역기저효과 등 여러가지 악조건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성장세다.
K자동차 수출은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 2014년 252억3천만달러(약 34조9천만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낸 뒤 지난해 356억5천만달러로 9년만에 기록경신을 했는데, 1년 만에 이 기록을 다시 깨진 것이다.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자동차 수출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전년 대비 수출플러스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1분기부터 글로벌 복합위기가 전세계로 확산, 반도체가 사상 초유의 혹한기를 맞은 것과 달리 자동차는 고성장을 거듭하며 K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했다.
상반기 자동차 수출 실적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대 미국수출의 호조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이며,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이다. 이런 미국에서 지난 상반기 K자동차 수출은 184억5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8%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 유럽연합(EU) 수출이 작년과 비교해 30.0%로 급감하고 중동(-18.7%), 중남미(-8.3%) 지역이 두 자릿수 역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유의미한 성장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은 중국 수출은 작년이나 올해나 워낙 미미해서 비교자체가 무의미하다.
◆하이브리드차가 성장 주도...전기차 감소 속 20% 증가
자동차 부문의 선전으로 우리나라 상반기 전체 대미 수출(643억달러)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8.7%로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였다. 수출품목 중 압도적 1위인 반도체도 순수 미국수출은 자동차에 밀린다.
상반기 미국을 중심으로 K자동차의 수출이 호조를 띤 것은 하이브리드차의 선전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 전기차 수출은 70억2천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17.5% 감소했으나 하이브리드차는 19.5% 증가하며, 전기차의 빈자리를 완벽헤 메웠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일반 내연기관차의 경우 SUV와 고급차종을 중심으로 7.2%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전체 수출 플러스를 뒷받침했다.
전기차도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된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상반기에 전기차 수출증가율(90%)이 워낙 컸다.
특히 미국으로의 전기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보조금 정책에 경기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어 지난달 K전기차 수출이 작년 상반기 수출(2억5천만달러)을 넘어서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와 SUV 등 고부가 차량이 최대 시장인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며 자동차 수출이 역대 상반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올 수출목표 750억달러 달성 낙관적...800억 달러 가능성
전기차 캐즘 등 우려 속에서도 자동차 수출이 상반기 양호한 성적표를 내면서 정부가 올해 수출 목표로 제시한 750억달러 달성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보다 단 2.7%만 수출이 늘어도 목표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수출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늘어난다. 조업일 수도 하반기가 더 많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역시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올해 자동차 수출액이 74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자동차 수출이 750억 달러를 달성하면 지난해보다 5.8% 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9억달러였다.
이는 올해 총 수출목표 6800억달러의 11% 수준이다. 업계에선 하반기에 전기차 수요만 좀 살아난다면, 800억 달러 달성도 기대해볼만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K자동차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의 제3시장 수출이 두각을 나타낵고 있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중인 인도 수출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 동남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도 20% 가량 수출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세계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자동차 수요 회복 가능성, 인도 등 신흥 시장의 부상 등 호재가 많아 올해 K자동차 수출이 750억달러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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