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성장세가 둔화조짐을 보이며 향후 전망이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내년에도 소폭이나마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러-우 전쟁 격화에 따른 국제정세 불안과 재집권을 앞둔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목소리가 커지며 K수출이 올해와 같은 고성장세가 꺾이겠으나, 성장세는 유효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국가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을 나타낸 수출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내년엔 수출 성장폭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 역시 올해보다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암초, 수출 고성장세 올해까지만 '유효'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지난 25일 발간한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며 올해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내년 수출을 7002억달러로 예상하며 사상 처음 7천억달러 고지를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잡은 수출 7천억달러 돌파가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수출 고공행진이 올해까지만 유효할 것이란 의미다.
보고서는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7천억달러에 다소 못미치는 685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8.4% 성장한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 돋보이는 성장률이다.
그러나 이같은 높은 성장률은 올해까지만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K수출의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들이 곳곳에 도사리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예상한 내년도 13대 주력산업별 수출 전망을 보면 최고 효자인 반도체는 강세가 예상된다. 올해 반도체 폭풍질주를 견인한 AI산업 발전이 이어지고,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IT기기 수요 증가가 맞물료 올해보다 8.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반도체 역시 올해 20%를 웃도는 전년대비 성장률엔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반도체와 함께 정보통신기기(8.4%), 철강(5.0%), 바이오헬스(4.9%), 조선(4.1%), 디스플레이(2.5%)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전체적으로 내년 역시 IT부문이 K수출을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나머지 품목이다. 보고서는 정유(-7.5%), 이차전지(-6.7%), 자동차(-2.7%), 섬유(-1.9%) 등 수출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눈에띄는 것은 자동차 수출 부진 예상이다.
자동차는 지난해 무너지는 수출을 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고, 올해는 반도체의 뒤를 받치며 수출 고공행진의 일익을 담당한 효자 품목이었으나, 내년엔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사실 자동차 수출은 전기차 캐즘여파와 중국업체들의 약진, 글로벌 경기부진이 겹치며 3분기를 기점으로 역성장 분위기로 전환한 상태다.
◆트럼프 보편관세 리스크 커...총체적 수출확대 전략 마련해야
보고서가 이처럼 내년 수출 증가율이 올해 예상치보다 약 4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트럼프 리스크' 여파가 뛰어가는 K수출에 적지않은 장애물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세우는 보편관세(10~20%)가 현실화할 경우 K수출에 적지않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미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공약한 보편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 금액으로 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은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20%를 차지한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보고서의 워스트케이스 추정치인 14%가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전체수출에 3% 안팎가량 마이너스효과를 낼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트럼프는 이미 신정부 출범도 전에 관세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1차 타깃은 중국과 중국산 제품의 대표적인 우회 수출경로인 멕시코와 캐나다이다. 하지만, 그 불똥이 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 전반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게 중론이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각) '관세폭탄'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를 통해 “내년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물리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은 더 말할것도 없다. 그야말로 관세를 무기로 중국과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태세다. 미-중간의 관세전쟁과 이로인한 갈등이 고조된다면, 샌드위치 생태에 놓은 K수출이 유의미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현재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자동차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반도체법의 대폭적인 수정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리스크 외에도 언제 확전될 지 모를 두개의 전쟁(러-우전쟁, 중동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회복에 늦어지고 있는 글로벌 IT업황 악화 등이 내년 K수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미국우선주의와 관세폭탄 등 대미 수출의 향후 전망이 어두운 것은 분명하다"면서 "수출 7천억달러 시대 진입과 올해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제3시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공략과 방산, 푸드, 콘텐츠 등 새로운 유망수출품목 육성, 정부의 실리외교 강화 등 수출확대를 위한 총체적 대응능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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