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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6:4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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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

국내 최초로 전 재산 2000억 통일운동 펀드에 쾌척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


국내 최초로 전 재산 2000억 통일운동 펀드에 쾌척

후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통일

최근 우리 사회는 공동체적 연대감 약화, 절대빈곤층 증가, 빈부격차의 심화 등으로 많은 취약계층이 양산되고 있다. 더구나 인구학적인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노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가족해체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복지제도가 발달한다 하더라도 이웃 간의 오가는 따뜻한 정이 없으면 삭막한 사회가 되고 만다. 이웃 간에 서로 나누는 문화가 널리 존재하는 가운데 정부의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사회가 진정한 복지사회이다. 기부문화는 아주 조금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사회적인 문화이다.


남북 주민간 공동체의식 함양사업을 수행위한 기금 조성

반면에 한국은 기부 문화에 있어 아직 후진국 신세다. 초고속 경제성장을 겪으면서 자신이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에게 쓰는 선행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까가 미덕인 사회가 돼버렸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하루아침에 수백억원의 자산가로 둔갑한 사람을 추앙하고 열망한다. 수십억원의 자산을 모아도 10원 하나 기부하지 않는 중산층도 수두룩하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영생 뿐 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재벌이라 불리는 기업사회를 들춰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 현대차, SK 등등 국내 대표기업들도 나름 사회 기여 운동을 위해 재단을 각각 설립하고 운용하지만 파격적인 기부활동 보다는 소소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 간신히 수행할 뿐이다. 우리에게 인상적인 기부선행의 인물로는 경주 최 부자나 유일한 유한양행 회장 정도다. 실제로 한국의 기부활동은 전세계에서도 꼴찌 그룹에 속한다. 영국의 자선원조재단이 지난해 한국의 기부지수를 세계 60위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에도 뒤처지는 순위였다. 갈수록 슈퍼 도네이션은 찾기 힘들고 슈퍼 리치들만 득세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팍팍한 한국사회에서 이준용(77)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통 큰 기부가 작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이 가진 전 재산 2000억원을 통일운동 펀드에 기부하겠다고 지난 18일 선언했다. 대림코퍼레이션 지분(42.65%)을 포함해 자신의 사재를 탈탈 털어 2000억원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에서 재벌가가 자신의 전재산을 다른 곳에 기부하겠다는 사례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사실 이준용 명예회장도 다른 대기업 총수처럼 자신의 이름이나, 대림이라는 간판을 내건 계열사 형식의 공익재단을 새롭게 만들 수 있었다. 이는 기업 기부활동의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이미 대림산업 산하에는 대림수암장학문재단도 있었다. 자신의 공익재단에 기부를 하면 나중에 가업승계를 할 때도 유리하다. 그럼에도 이 명예회장은 자신만의 기부문화를 창조했다.

이 명예회장은 자신의 기부를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외곽재단에 맡겼다. 그가 기부하기로 한 통일과나눔 재단은 설립된 지 석달도 되지 않은 신생 재단이다. 남북 교류협력과 인도적 대북지원, 남북 주민간 공동체의식 함양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이를 위한 기금을 조성해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설립취지다. 최근 조선일보가 기부문화 확산 운동으로 전개하는 통일나눔펀드의 모체가 바로 이곳이다.

통 큰 기부 넘어 특별한 기부 평가

이준용 명예회장은 말했다. “내가 내 이름을 걸어서 재단을 새로 만들고 운영해도 되지만 그러려면 그게 다 비용이 들어갑니다. 워런 버핏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것을 보면 좋은 일은 제대로 하는 곳에다 기부하는 게 맞는 일이지요.”

그동안 재계의 기부는 암묵적으로 경영권을 우회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로 통용돼 왔던 게 사실이다. 오너가의 자산이 자신의 공익재단으로 예치되면 일단 세금을 줄일 수가 있다. 오너가가 재단의 이사장으로 앉으면서 재단과 계열사간의 지분관계로 경영권을 승계하거나 공고히 할 수도 있다.

공익재단을 통해서라면 가업승계에도 상당히 유리해진다. 공익재단에 지분을 주는 경우 지분의 5%까지 면세대상이다. 공익재단이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되면 지분의 10%까지 세금을 물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에게 그룹을 물려받을 때 재단을 적극 활용했다. 이 회장이 삼성 공익재단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던 것.

당시만 해도 세법상 기부 재산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가업승계의 지분 확보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조금 더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기부 관행과 비교하면 분명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에는 통 큰 기부를 넘어 특별한 기부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이 명예회장이 약속한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주회사격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을 22.14%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의 지분을 덜어낸다는 것은 이 명예회장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한 선투자의 성격

또 다른 측면에서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바로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준용 명예회장이 기부를 결정한 통일과나눔 재단은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곳이다. 이미 재계에는 통일 이후 막대한 경제효과를 예측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수혜주가 바로 건설업이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울 첫번째 과업은 SOC사업, 전력 인프라 조성 등이기 때문에 대림산업의 강점과도 일맥상통한다.

과거 동독과 서독의 통일에서도 건설사의 대박행진이 있었다. 현재 독일 최대 건설그룹인 호흐티프는 통일 이전인 1989년과 견줘 통일 뒤 10여년 동안 매출이 7배 넘게 증가했다. 대림산업이 통일 기반 조성에 기부라는 큰 포석을 까는 것은 어쩌면 미래를 위한 선투자의 성격일 수도 있다. 한국판 호흐티프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통일은 입도선매하는 자가 통일이후의 경제판도를 호령할 자격을 부여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미 투자의 귀재라고 손꼽히는 짐 로저스 회장마저 “할 수 있다면 북한에 전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공언했다. 반면 이준용 명예회장은 겸손하게 기부의 목적을 말했다. “후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통일입니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는 또 다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재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여론을 환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롯데그룹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그리고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광복절 사면 등 올해 재계 오너들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난세 속에서 이준용 명예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더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의 기부 목적과 숨은 뜻을 따지고 분석하기 이전에 순수하게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점에서 한국도 미국처럼 슈퍼 도네이션 확산의 불씨가 당겨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50년을 통틀어 재계에서 2000억원의 돈을 이처럼 제대로 잘 쓴 적은 없었던 거 같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닮은 기부왕 많이 나온 세상 돼야

“돈을 버는 것 보다 쓰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자선 활동을 위해 누가 더 효과적으로 돈을 쓰는지 빌 게이츠와 경쟁할 것입니다.”

중국의 슈퍼리치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해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기부 라이벌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지목했다. 마윈은 현재 약 26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만 3조원 넘게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100대 기부자 명단에서 1위를 기록했다.

마윈의 라이벌인 빌 게이츠는 이미 기부에 있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1994년부터 최근까지 기부한 액수만 해도 35조원이 넘는다. 지난해에도 1조60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면서 전세계 기부왕 1등을 독식하고 있다. 빌 게이츠의 기부는 개인적인 선행으로 멈추지 않는다. 기부 릴레이라는 강력한 파장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손을 잡고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기부서약(the giving pledge)’ 재단이다. 기부서약 프로그램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자산에 최소 50%를 기부할 것을 촉구하고 약속을 받아내는 기부운동이다. 최초 캠페인을 시작할 때 40명이었던 기부자는 200명 가까이 늘었다.

버핏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기부한 금액은 30조원이 훌쩍 넘는다. 한국의 1년 예산이 300조원이 넘으니, 우리나라 한해 살림살이의 10%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쾌척한 셈이다. 아무리 부호라고 해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용단이다. 기부서약 재단에는 이러한 용기 있는 슈퍼리치들이 즐비하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주, 미국 록펠러 가문의 수장 데이비드 록펠러 등이 동참하고 있다. 애플의 CEO인 팀 쿡은 최근 8800억원의 전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세계적인 슈퍼 리치들의 슈퍼 도네이션에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과감하고 혁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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