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2회 대한민국미술대전공예 부문에서 최고상인 공예대상을 받은 작품은 ‘십장생’도이다. 소재는 동양적인데 기법은 서양화 같고 분류하자면 민화작품이다.
작가인 김현숙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산수화에서 찾다가 그 산수화에서 표현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았다고 한다. 그것이 아마 이번 민화도 ‘십장생’으로 탄생한 듯싶다.
인간의 종국적 염원 담은 십장생도
인간은 자신들의 의도나 염원을 직접 표현하기 보다는 상징이나 비유적 표현으로 대체하길 즐긴다. 각종 예술의 탄생도 그것에 기인한 바 크다.
유한성을 운명으로 타고 난 인간의 한계를 깨달은 조상들은 열 개의 자연물과 동물에 자신들의 유한성을 보완해 줄 기원을 담아 그렸다. ‘십장생도’이다. 작가 김현숙은 십장생도를 민화적 기법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묘하다. 한국적 소재에 서양화 터치를 가미하면서 민화적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작가 자신 평소에 “한국적 정신이 가미된 서양화를 그리되 민화적 기법을 활용하고 싶다”고 피력한 그대로의 십장생도가 나왔다.
선연한 붉은색으로 떠오른 해 아래에 깍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파도가 높은 바다가 배경으로 깔린다. 화폭 전면에는 보기에도 장구한 세월을 살아 낸듯한 적송들이 배치돼있다. 소나무 우듬지에는 학들이 날아와 사뿐히 앉아 있고, 소나무 기둥들 사이로 사슴과 거북이 한가롭다. 무릉도원에 있을 엷은 분홍빛으로 탐스런 복숭아도 보인다. 불로초도 보인다.
긴 횡단 화폭에 모인 십장생들이 들어찼는데도 전혀 답답하지 않다. 지나치게 초월적 자세를 취하지도 않았다. 선망인 듯 친근한 듯 그렇게 다가온다. 너무 고고하지 않은 서민적 체취를 풍기는 현세복락적 염원이 그대로 묻어난다. 민화는 조선시대의 ‘팝아트’라는 어느 작가의 지적처럼 동경과 선망보다는 편안함을 주는 화폭이다.
민화같이 평범한 미술 접근, 생활 속에서 욕구하는 미술
김현숙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부스전을 포함해 개인전 8회를 열었고 (사)한국미술협회, 한국민화협회 등에 적을 두며 화단과 교류하고 있다. 민화는 중국과 일본등에 해외 전시회를 나가면서 느끼게 된, 같은 동양화이면서도 보다 한국적인 소재를 찾다가 발견한 장르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정적인 산수화에 더 매료됐던 김현숙 작가가 자신의 전공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한국적 소재를 취할 수 있는 표현 기법을 민화에서 찾은 것이다.
주변에서 김현숙 작가의 그림을 보고 ‘동양화를 그리면 서양화같고 서양화를 그리면 동양화 같다’고 평해준 것들이 고스란히 김현숙의 민화에 녹아있다. 김현숙 작가는 이번 ‘십장생도’를 지나친 작가적 열의로 맹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민화에서 요구되는 평범성과 친근성, 서민적 풍취가 오롯이 표현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민화 십장생도를 시작했다가 같이 배웠던 팀원들이 흩어지면서 다른 선생님께 사사하게 되었어요. 그때 약간의 기법 차이가 생겼어요. 간극을 어떻게 메울까 고민하다가 완성 못하고 접어두고 있었는데, 둘째 아들의 이사 선물로 주려고 다시 시작했지요.”민화의 용도가 서민들의 행복과 평화에 대한 소망과 열망을 담아내는 있다는 것에 착안한다면 이보다 더한 목적은 없을 것이다. 부모지정이 민화에 오롯이 담겨 있으므로 보는 이도 그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화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재창조하고 싶어
김현숙 작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민화적 기법에 그의 예술적 방법론을 접목할 듯싶다. ‘조상들의 모습을 재현하고 복원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민화의 재창조를 통한 예술적 감흥을 느끼고 싶어’한다. 예술가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후원자가 든든하면 작품 활동의 안정성이 보장된다. 김현숙 작가에게는 항만업을 하는 남편(조상철)이 바로 그러한 존재라고 한다. 늘 부족함을 느껴 많은 스승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작가적 역량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남편은 그런 김현숙 작가의 행보에 절대 제동을 걸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미술계의 조명받는 스타로서 조용한 가운데 힘을 발휘하는 역량을 가진 작가다. 동료작가들은 그를 “미술계의 숨은 보물”이라고 한다. 신사임당을 연상케하는 한국여인상의 자태 그대로다. 서양화, 동양화, 서예, 판화, 한국화, 공예, 민화를 모두 아우르는 한국 최고의 작가라해도 표현이 부족할 뿐이다. 최근엔 미술계에서 민화에 대한 관심이 열풍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한 기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중문화가 중요한 향유문화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국적인 작품을 민화 속에서 모색해온 김현숙 작가가 그 저력을 평가받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녀의 선구적 안목이 또 다른 민화적 소재를 발굴해 화폭에서 발화할 날이 멀지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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