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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더·라이벌(5)]인텔, 삼성 겨냥 1.8나노 포문...반도체공룡들의 '나노전쟁' 점화

인텔, 연말부터 세계 첫 1.8나노 파운드로 공정 양산..MS AI칩 주력 생산 내년 2나노 양산 준비중인 삼성에 선제 공격...삼성 전략수정 불가피할듯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키노트를 하고 있다. 사진=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키노트를 하고 있다. 사진=인텔

미국의 인텔과 대한민국의 삼성전자는 한-미 양국을 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반도체기업이자 오랜 라이벌이다. 각자 주특기는 다르지만, 업계 1위자리를 놓고 자존심을 건 물밑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PC시대가 도래한 이후 인텔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하나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며 '반도체 공룡'으로 불리웠지만, 2010년대말부터 메모리를 앞세운 삼성에 추격을 허용하며 1위를 내줬다.
지난해는 혹한기로 불리며 반도체 시장이 최악의 침체를 겪으면서 상황이 또 바뀌었다. 인텔보다 삼성의 매출 감소가 더 컸던 탓에 인텔이 2년만에 1위를 탈환했다.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고 있는 '원조 공룡' 인텔과 '신흥 공룡' 삼성이 이젠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분야에서 불꽃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1.8나노 양산 앞당겨...삼성 따라잡기용 '기습공격'
파운드리는 반도체 제조시설이 없이 기획, 설계만하는 이른바 팹리스업체들로부터 수주를 받아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것을 통칭하며, 반도체 산업의 또다른 핵심 축이다.
파운드리는 원래 대만의 국가대표기업 TSMC의 시장지배력이 막강하다. 그런데 삼성이 TSMC 보다 먼저 세계 최초로 3나노(10억분의 3m) 파운드리 공정 양산에 성공하며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CPU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며 세계 1위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인텔의 의지에도 불구,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절치부심하던 인텔이 마침내 '1.8나노'라는 최신 무기를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에 선전포고를 했다. 1차 타깃은 파운드리 2위 삼성이다.
 파운드리 전략을 설명하는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파운드리 전략을 설명하는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삼성은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이 시장의 최첨단 공정인 3나노급을 업계 최초로 양산중이다. 3나노는 회로폭을 300만분의 1mm까지 가능한 현존하는 가장 미세한 공정이다.

반도체는 회로폭이 좁을 수록 한정된 사이즈의 칩에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지만, 3나노 이하 공정은 제조 난이도가 극도로 높아져 파운드리업계가 사활을 걸고 선폭 줄이기에 도전중이다.
3나노 양산에 가장 먼저 시작한 삼성이 여세를 몰아 내년에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기술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인텔이 삼성 보다 선폭을 더 줄인 1.8나노를 그것도 삼성의 2나노 보다 먼저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키노트를 통해 올 연말부터 1.8나노공정의 양산에 들어간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4년간 5개 공정을 개발하겠다며 7나노부터 1.8나노까지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는데, 만 3년이 채 안돼 최선단인 1.8나노의 양산 액션플랜을 제시한 것이다.
인텔은 당초 1.8나노 양산 시작 시점을 2025년으로 잡았는데, 이를 크게 앞당긴 것은 3나노 공정으로 기술우위를 내세운 삼성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9월 1.8나노급인 18A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하며 삼성전자와 TSMC를 긴장시킨 바 있다. 시제품 공개후 5개월만에 양산 일정까지 발표한 셈이다.
인텔은 특히 이날 1.8나노 공정의 첫 고객이 인공지능(AI) 시장 선도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라고 공개했다. 인텔이 1.8나노의 첫번째 양산품의 종류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MS가 지난해 발표한 '마이아'라는 AI칩으로 추정된다.
인텔의 파운드리 수주 물량은 현재 150억 달러로, 작년말 100억 달러에서 50% 늘었다. 이 증액분의 상당 규모는 MS의 1.8나노 AI칩일 것으로 예상된다.
ASML이 인텔에 납품한 첫 하이NA EUV노광기. 인텔은 이를 통해 올 연말 세계 최초로 1.8나노급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 사진=ASML
ASML이 인텔에 납품한 첫 하이NA EUV노광기. 인텔은 이를 통해 올 연말 세계 최초로 1.8나노급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 사진=ASML

사티아 나델라 MS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가장 진보되고 고성능이며 고품질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인텔과 함께 일하는 것에 매우 흥분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겔싱어 인텔 CEO도 "전 세계에서 이것(1.8나노)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단 몇 개뿐"이라며 "인텔의 18A칩은 TSMC의 처리 속도를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겔싱어는 한 술 더떠 이날 오는 2027년 1.4 나노 공정 도입 계획까지 내놓았다. 삼성이 지난 2022년 10월 "오는 2027년부터 1.4 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겔싱어는 특히 "인텔은 2030년까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나노 이하 공정 양산을 기반으로 2위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삼성 2나노 양산 앞당길 듯...ARM과 협력체제 공고히
삼성으로선 TSMC를 따라잡기도 버거운 상황인데, 강력한 라이벌의 맹추격이란 또 다른 부담을 떠안아야할 형편이 됐다.
특히 TSMC 추격의 터닝포인트로 삼았던 2나노급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인텔의 기습 공격에 김이 샌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인텔의 선제공격에 가만히 앉아서 당할 삼성은 아니다. 삼성은 어렵게 잡은 초미세 공정기술의 헤게모니를 절대로 쉽게 놓치 않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은 우선 2나노 이하 공정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공법을 가장 먼저 도입한 강점을 살려나간다는 전략이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여기에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 양산의 필수 장비인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하이NA EUV(극자외선)노광기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세계 최고 반도체 설계기업인 영국 ARM과 협력 체제를 더욱 공고히하고 있다.

삼성은 또 초미세 공정의 기술판도를 결정하는 것이 수율이라고 보고, 3나노 이하 공정의 수율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AI반도체를 중심으로 메이저 팹리스 고객사 확보에 총력태세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삼성이 인텔이 촉발시킨 '나노 전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2나노 공정 양산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와함께 인텔의 1.8나노보다 회로폭을 더 줄인 1.4나노 공정의 조기 개발 및 양산에 사활을 걸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특히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파운드리로 이어지는 토털솔루션 갖춘 유일의 종합반도체(IDM)업체란 장점을 살려 인텔의 도전에 맞설 작정이다.
실제 거대 파운드리시장으로 떠오른 AI시장에서 AI용 필수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이 유일하다.
인텔과 TSMC와 달리 삼성만이 AI칩과 HBM의 연계 생산이 가능하단 의미다. AI업체 입장에선 삼성에 파운드리를 맡기면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통의 반도체 강자 인텔이냐. 세계 최대의 IDM인 삼성이냐. 두 반도체 공룡간의 자존심과 파운드리 사업의 미래를 건 '나노 전쟁'의 결과에 업계 이목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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