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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더·라이벌(8)]하이닉스 VS 삼성, 'K반도체' 듀오의 물러설 수 없는 'HBM전쟁'

하이닉스, HBM시장 기선제압...4세대 'HBM3E' 세계 첫 양산 '2인자탈피' 삼성, 세계 첫 12층 'HBM3E' 개발로 반전 도모...자존심 걸고 역전 모색

K반도체 듀오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HBM시장 주도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뉴스1
K반도체 듀오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HBM시장 주도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뉴스1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2인자였다. 세계적으로도, 국내서도 늘 2위업체였다. SK그룹이 1990년대 LG반도체를 인수, 메모리사업에 뛰어든 이후 하이닉스는 삼성을 이겨본 적이 거의 없다.

하이닉스에게 삼성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라이벌이자 높은 벽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삼성은 별로 하이닉스를 라이벌로 간주하지 않았다.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 삼성과 하이닉스는 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대신 메모리 부문의 막강파워를 바탕으로 종합반도체(IDM) 왕국을 꿈꾸며 비메모리사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이 생각하는 라이벌은 메모리의 하이닉스가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 최강자 대만 TSMC와 인텔, 퀄컴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시스템반도체업체들이었다.
◆하이닉스, HBM3E 조기양산 선두 굳히기 돌입
이는 정확히 HBM(고대역폭메모리)이란 D램이 나오기전까지의 상황이다. 삼성이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하이닉스가 일을 낸 것이다.
삼성과 달리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몰두하던 하이닉스의 HBM이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리며 그야말로 빵터지면서 메모리는 물론 반도체 시황까지 송두리째 바꿔버린 것이다.
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이달말 양산, 공급할 HBM3E 신제품. 사진=SK하이닉스
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이달말 양산, 공급할 HBM3E 신제품. 사진=SK하이닉스

여러개, 통상 4의 배수로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림으로써 프로세서(GPU)와의 데이터 송수신 속도를 획기적으로로 높일 수 있는 HBM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 및 추론하는 거대 AI의 필수품으로 급부상했다.

"머지않아 HBM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 확신하며 HBM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해온 하이닉스가 HBM시장을 선점하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찌보면 하이닉스가 HBM으로 잭팟을 터트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이닉스는 삼성,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먼저, 더 강력하게 HBM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데다가 거대 AI용 GPU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매우 밀접한 전략적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2022년말 오픈AI의 AI챗봇 '챗GPT'가 등장하고, AI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엔비디아의 GPU와 하이닉스의 HBM은 귀한몸이 됐다.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됐고,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메모리 분야에서 영원히 삼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만년 2위에 그칠 것 같았던 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부가 메모리인 HBM시장에서 메모리 최강자인 삼성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현재 하이닉스의 HBM시장 점유율은 50%를 크게 웃돈다. 나머지를 삼성과 마이크론이 나눠갖고 있다.
게다가 하이닉스는 4세대 HBM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부가가치가 높은 HBM3에선 점유율이 더욱 막강하다. HBM부문에서 삼성과의 실질적인 격차가 시장점유율 차이 그 이상이란 얘기다.
하이닉스는 여세를 몰아 이달부터 세계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를 양산, 이달말부터 공급을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삼성보다 또다시 수 개월 앞서 양산에 착수하며 선두 굳히기에 돌입한 것이다. 1차 고객사는 AI칩시장의 절대적 지배자이자 최대 협력사인 엔비디아다.
18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콘퍼런스에 마련된 전시관에 SK하이닉스가 공개한 HBM3E모델. 사진=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콘퍼런스에 마련된 전시관에 SK하이닉스가 공개한 HBM3E모델.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하이닉스가 초고성능 AI용 HBM3E 개발했다고 공개한 지 7개월만의 양산이다. 삼성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자 HBM3E 조기양산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하이닉스로선 "HBM만큼은 천하의 삼성이라도 안된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류성수 하이닉스 HBM담당 부사장은 "세계 최초 HBM3E 양산으로 AI메모리 업계를 선도하는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면서 "성공적인 HBM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토털 AI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의 위상을 굳힐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 12단 HBM3E로 역전 꾀해...캐파도 우위 예고 
누가 봐도 현 상황만 놓고보면 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절대강자다. 그러나, 그냥 앉아서 당할 삼성이 아니다. 3, 4세대 HBM시장에서 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며 자존심이 큰 상처를 입은 삼성이 칼을 갈기 시작했다.
삼성은 와신상담 4세대(HBM3)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곧바로 5세대(HBM3E)제품에 대한 주요 고객사 품질 검증을 서두르며 선두 하이닉스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HBM수요가 폭증하는 타이밍에 맞춰 캐파(공급능력)을 대폭 확충하며 하이닉스를 따라잡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올 연말 HBM 캐파가 웨이퍼기준 월 13만장으로, 하이닉스(12만장)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닉스가 지배하고 있는 HBM3 공급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작년 3분기 HBM3 양산을 시작, 4분기에 엔비디아, AMD 등 주요 GPU업체의 품질검증을 통과하며 공급에 나섰다.

삼성은 하이닉스와 HBM 경쟁이 5세대제품인 HBM3E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HBM3E의 양산 공정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삼성은 심지어 자존심까지 죽여가며 효율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 하이닉스의 매스리플로우 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을 도입한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GTC 2024’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12단 HBM3E 실물. 사진=연합뉴스
특히 삼성은 지난달말 공개한 세계 최초 12단 HBM3E가 하이닉스를 따라잡을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BM3에 이어 HBM3E에서도 하이닉스에 기선을 제압당한만큼 8단으로 쫓아가느니 12단으로 단수를 올려 역전의 기틀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HBM3E는 그만큼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초당 최대 1280GB의 대역폭과 현존 최대 용량인 36GB을 제공한다.
성능과 용량 모두 전세대인 8단 HBM3 대비 50% 이상 업그레이드됐다. 24Gb(기가비트) D램 칩을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로 12단 적층에 성공했단는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행사장에서 12단 HBM3E 실물을 전격 공개했다.
AI반도체 최강이자 잠재적인 최대고객인 엔비디아와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야심차게 개발한 5세대 HBM임을 집중적으로 어필하고 나선 셈이다.
업계에선 삼성과 하이닉스가 사활을 걸고 벌이는 HBM 전쟁의 승패는 5세대 HBM3E 싸움에서 어느정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번 GTC에서 공개한 차세대 AI반도체 B100에도 HBM3E가 주력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삼성이 HBM수요가 폭발한 이후 선두 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정조준해온 전략적 타깃이 HBM3E이다. 하이닉스 역시 HBM시장에서 삼성과 마이크론과의 격차를 확실하게 벌리기 위해 준비해온 필승카드가 HBM3E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선제적 투자 여파로 올 상반기까지는 HBM시장에서 하이닉스가 확실한 우세가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삼성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데다, 12단 HBM3E를 먼저 내놓아 하반기 이후 경쟁구도가 또 어떻게 바뀔지 예측불허다"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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