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 국제경제] '값이 싸도 팔리지 않는다'…이란산 원유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
시장은 가격보다 '신뢰'를 선택하고 있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최근 주목받는 현상은 이란산 원유가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판매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결제, 보험, 운송 등 거래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원유 구매자들은 가격보다 공급 안정성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해상에서 거래를 기다리는 원유
국제 해운시장에서는 최근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이 최종 구매자를 찾기까지 상당 기간 공해상에서 대기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AIS(선박자동식별장치)와 해운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계에서는 이란산 원유의 약 90%가 최종 판매되기 전 상당한 시간을 공해상에서 항로를 조정하거나 대기 상태를 유지한 뒤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공식 통계라기보다는 선박 이동 패턴을 분석한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에 가깝지만, 이란산 원유가 일반적인 국제 원유보다 판매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판매 시점을 기다리며 바다 위에서 머무르는 유조선이 늘어날수록 저장 비용과 운송 비용도 함께 증가해 수출국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 안정성
시장에서는 원유 가격이 낮으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
글로벌 정유회사들이 실제 계약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는 ▲안정적인 공급 ▲국제 금융결제 가능성 ▲보험 가입 ▲선박 운항의 안전성 ▲장기 계약 이행 능력 등이다.
이란은 가격 경쟁력은 갖추고 있지만, 국제 제재와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이러한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구매자들은 할인된 가격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의존도 높아지는 수출 구조
현재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처는 사실상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도 일부 독립계 정유사를 제외하면 구매가 제한적이며, 중동의 다른 산유국이나 미국산 원유 등 대체 공급원이 확대되면서 이란산 원유의 판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싼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것이 팔린다'
이번 이란산 원유 사례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시장경제는 단순히 가장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구매하는 것은 원유 한 배럴이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망과 계약의 신뢰이다.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공급이 불안정하고 거래 리스크가 크다면 시장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국제 원유시장은 **"싸다고 반드시 팔리는 시장"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급자가 선택받는 시장"**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