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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시골 장날의 추석 준비… 변하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

평창 진부장터 르포 - 20년째 가격 지키는 할머니, 장터에 피어난 인심

[추석 명절 특집] 평창 진부장터 르포 - 20년째 가격 지키는 할머니, 장터에 피어난 인심

명절 앞두고 북적이는 오대산 자락 5일장

평창군 진부면 |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장날 - 강원도 평창군 진부장터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평소와 다른 활기로 가득했다. 오대산 자락 아래 자리한 이 전통시장은 매월 3일과 8일 등 5일 간격으로 열리는데, 추석 전 마지막 장날을 맞아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올해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명절 차례상 차리기가 걱정이네요."

횡계리에서 왔다는 김순자(67) 씨는 장바구니를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추석 물가는 예년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았다. 사과, 배, 고등어, 참기름 등 명절 필수 식재료들의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장을 보는 주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추석 장터, 먹거리의 향연

그러나 장터 곳곳에서는 명절을 앞둔 특유의 활기가 넘친다. 갓 튀겨낸 튀김 냄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 막걸리 냄새가 뒤섞여 장터 특유의 정취를 자아낸다.

"명절이라고 일부러 더 준비했지. 순대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이잖아!"

단골손님들은 좌판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눈다. 달콤하게 양념한 순대와 바삭한 꽈배기를 파는 박순희(62) 씨는 "명절 때는 고향 떠났던 사람들도 오고, 장날이 되면 옛날 친구들 만나는 것 같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20년 전 그 자리, 그 가격... 변하지 않는 것

하지만 명절 특수를 맞은 장터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좁은 골목 안쪽, 낡은 좌판을 펼친 녹두빈대떡집 앞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05년부터 한 번도 안 올렸어요. 명절이라고 올릴 생각도 없고요."

올해 육십중반을 바라보는 박영숙 할머니의 말이다. 지름 20cm 정도 되는 녹두빈대떡 한 판을 20년 전 그 가격 그대로 판다. 인근 식당에서 비슷한 크기의 빈대떡이 몇 배 더 비싼 것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일이다.

"명절이라고 가격 올리는 게 어디 있어요? 사람들 부담만 되지. 나는 그냥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아서 나오는 거예요."

30분의 기다림, 그 속에 담긴 장날의 정

기자도 줄을 섰다.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빈대떡을 받아 가는 동안, 30분 넘게 기다렸다.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한 판 한 판 정성껏 부친다. 녹두 반죽을 팬에 부어 노릇노릇하게 익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옆에 선 사람들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처음 오셨어요? 아, 그럼 꼭 먹어봐야 해요. 명절 때 여기 빈대떡 먹는 게 우리 집 전통이에요."

10년 넘게 다녔다는 단골손님은 처음 온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추석을 앞두고 더욱 정겨워진 장날의 풍경이었다.

"명절에도 가격 안 올려요... 돈 벌려는 게 아니니까"

드디어 차례가 왔다. "명절인데 재료값도 더 올랐을 텐데,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지. 녹두도 올랐고, 기름값도 두 배 넘게 올랐는디. 그래도 명절이라고 가격 올리면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할까봐. 나는 돈 벌려고 이거 하는 게 아니니까."

할머니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녹두를 불리고 갈아서 준비한다. 특히 명절 전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준비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100판 정도를 부치는데, 재료비와 장터 자리값을 제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명절 때 고향 오는 사람들, 성묘 왔다가 들르는 사람들 얼굴 보는 게 좋아서 나와요. 장사가 뭐 중요해요? 사람이 사람 만나서 정 나누는 게 명절 아니겠어요."

추석 장터의 별미, 기다림의 보상

드디어 받아든 녹두빈대떡.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속이 입안 가득 퍼진다. 녹두 고유의 구수한 맛과 함께 숙주, 김치가 어우러진 그 맛은 30분을 기다린 보람이 충분했다.

"명절 때마다 이 맛이에요. 할머니 빈대떡 먹어야 진짜 추석이죠."

옆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랬다. 이 맛은 단순히 빈대떡의 맛만이 아니었다. 기다리는 동안 나눈 이야기들, 할머니의 정성, 명절을 앞둔 장터의 정취가 모두 함께 어우러진 맛이었다.

"추석 때 꼭 들르는 우리 집 명절 코스예요"

서울에서 왔다는 직장인 이민호(34) 씨는 빈대떡 여러 판을 샀다.

"부모님 산소가 근처에 있어서 추석 때마다 들르는데, 이 빈대떡이 진짜 별미예요. 성묘하고 내려와서 여기서 막걸리 한 잔 하는 게 우리 집 추석 코스죠. 기다리는 시간도 이제는 익숙하고요."

단골손님이라는 최명숙(58) 씨는 "명절마다 친척들한테 나눠주려고 여러 판 사가요. 할머니 빈대떡은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느껴져서 좋아요. 요즘 세상에 명절이라고 가격 안 올리는 분이 어디 있겠어요"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명절 장터에 피어나는 사람의 정

장터 여기저기서 명절 특유의 정겨운 풍경이 이어진다. 오래된 단골끼리는 "올해 추석도 잘 보내라"며 덤을 챙겨주고, 처음 온 손님에게는 "명절인데"라며 하나라도 더 주려는 인심.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안부를 묻고 근황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부장터만의 온기, 그리고 명절의 진짜 의미가 느껴진다.

"명절이 뭐겠어요. 사람 만나는 거지. 여기 장터가 바로 그런 곳이에요."

평창군 관계자는 "진부장터는 단순한 전통시장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명절의 온기가 살아있는 곳"이라며 "특히 박영숙 할머니의 녹두빈대떡은 장터의 명물이자 나눔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추석 여행, 진부장날과 함께하면 더 특별해집니다

진부는 평창 여행의 중심지로,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기 좋은 위치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전나무 숲길을 거닐고, 알펜시아리조트와 용평리조트에서 사계절 레저를 즐기며, 휘닉스파크에서 액티비티를 체험한 후 진부장날과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명절 연휴에 여행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여행 날짜가 진부장날(매월 3일, 8일, 13일, 18일, 23일, 28일)과 맞는다면 꼭 들러보세요. 추석 분위기 제대로 느낄 수 있거든요."

평창군 문화관광과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이 명절 연휴 평창 여행 일정을 짤 때 진부장날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장날에 맞춰 방문한다고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 그것이 명절입니다

오후 2시, 준비해온 녹두 반죽이 모두 떨어지자 박 할머니는 좌판을 정리했다.

"다음 장날에 또 오세요. 추석 잘 보내고요, 건강하게!"

할머니의 인사에 사람들은 "할머니도 건강하세요. 좋은 명절 보내세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물가는 오르고 살림은 팍팍하지만, 5일마다 열리는 진부장터에는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녹두빈대떡, 튀김, 막걸리, 순대, 꽈배기… 소박한 먹거리 사이로 오가는 웃음소리와 정겨운 사투리.

20년째 변하지 않은 가격의 빈대떡 한 판에는 할머니의 삶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0분을 기다려서 먹는 그 빈대떡 한 입에는, 진부 장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의 정과 별미의 맛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명절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요즘, 진부 장날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명절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이번 추석, 평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진부장날을 확인해보자.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인정과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명절의 맛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부장터 정보

  • 장날: 매월 3일, 8일, 13일, 18일, 23일, 28일 (5일 간격)
  • 위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일대
  • 추천 먹거리: 녹두빈대떡, 튀김, 막걸리, 순대, 꽈배기
  • 주변 관광지: 오대산 월정사, 알펜시아리조트, 용평리조트, 휘닉스파크

추석 연휴 장날 일정

  •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중 장날 개장 여부는 진부면사무소(033-330-4600)로 문의

※ 이 기사는 추석 명절 특집으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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