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발표한 인공지능 모델은 글로벌 기술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이 모델은 OpenAI의 챗GPT와 경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면서도 훨씬 낮은 비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지며, 이른바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으로 불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경쟁에서 미국이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딥시크의 등장은 이러한 인식을 단숨에 뒤집었다. 실제로 해당 모델은 미국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뿐 아니라 시장 파급력에서도 존재감을 입증했다.
“기술 경쟁에서 규칙 경쟁으로”…AI 패러다임 전환
딥시크의 진정한 영향력은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게임의 규칙’을 바꾼 데 있다. 기존에는 고성능 AI 모델의 구조와 학습 방식이 기업 비밀로 철저히 보호됐지만, 딥시크는 이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을 택했다.
이 접근은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중국 기업들은 잇따라 유사한 오픈소스 모델을 공개했고,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AI 사용량의 약 3분의 1이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최고 성능 모델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앤트로픽(Anthropic)과 OpenAI 등은 강력한 AI 기술이 오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제한적 공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값싼 AI’가 만든 새로운 글로벌 확산
딥시크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개발자들은 기존 대비 최대 90% 낮은 비용으로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개발자들은 물론 미국 내 스타트업들까지 중국 모델을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의 ‘민주화’를 가속하는 동시에, 중국이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할리우드 영화나 패스트푸드 체인과 유사한 소프트파워 효과”로 평가한다.
기술을 둘러싼 이념 경쟁…미국 vs 중국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이념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샘 올트먼은 “민주적 AI가 권위주의적 AI를 이겨야 한다”고 밝히며, 미·중 AI 경쟁을 가치 체계의 충돌로 규정했다. 또한 미국 기업들은 딥시크가 자사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정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한국, 대만, 호주 등 일부 국가 정부 기관은 보안 및 데이터 보호 우려를 이유로 딥시크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기술 확산 속도와 신뢰 문제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개방하지만 통제한다”…중국식 AI 전략의 모순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은 겉보기에는 개방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통제 체계를 유지하는 특징을 보인다.
AI 모델 자체는 공개되지만, 실제 서비스와 활용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 이는 혁신과 통제라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적 모순을 내포한다.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는 AI 초강대국 도약을 위해 기업들의 빠른 혁신을 독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안정과 정치 체제 유지를 위해 기술 활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최고’보다 ‘충분히 좋은’ AI의 시대
딥시크의 최신 모델은 여전히 OpenAI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에 비해 일부 성능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최고 성능’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성능과 낮은 비용’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망: 소프트파워로 확장되는 AI 경쟁
딥시크의 등장은 인공지능 경쟁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더 이상 단순한 기술력 경쟁이 아니라, **접근성·개방성·비용 구조를 포함한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오픈소스를 통해 구축한 AI 생태계는 향후 글로벌 기술 표준과 영향력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AI 패권은 ‘누가 더 강력한 모델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사람에게 기술을 확산시키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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