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연맹 문정숙 회장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소비자중심의 금융정책실현과 함께 국가적 금융교육 전략을 작성해야합니다.
금융사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가공된 정보를 제공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업경제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라 할 수 있다. 모든 유무형의 생산품들은 결국 소비자가 그것을 선택하도록 유인해서 이익을 올리려 한다. 고전이나 현대 경제학을 막론하고 소비(자)는 경제활동의 최종 정착지가 되고 그래서‘소비자 주권’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금융 소비자가 금융시장의 주체로서 스스로의 권익을 확보하고 올바른 금융정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 지난 2001년에 순수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창설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의견 개진과 금융사들의 건전한 제도운영을 위한 비판적 제안을 통해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유도해왔다. 올해로 창립 13주년을 맞는 금융소비자연맹은 제5대 회장으로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문정숙 교수를 선임했다. 우리나라에 ‘소비자’개념이 전무하던 시절부터 이 분야를 개척해 온 인물이다.
실천적인 행동가
소비자연맹 회장 취임식이 있던 날, 기자 간담회에서 문정숙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또박또박 성의있게 자신의 전문성을 피력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연마된 지식경험의 내공이 바로바로 답변으로 이어졌고 자신감과 겸손함으로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문정숙 회장은 금융소비 분야의 지식 리더로서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실천적인 소비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녀는 직접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연구실의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금융생활과 밀접한 이슈들에 대한 메모도 많았다. 그동안의 힘들었던 경험이 직접 확인하고 실천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갖는 것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금융정보의 비대칭성 해소가 우선 돼야
금융소비자연맹이 앞으로의 지배적 활동을 견인해 나갈 수장으로서 문정숙 회장의 일성은
‘금융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강조했다. 현재 금융시장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비대칭적 정보문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진정성을 더 보여 주어야 하며, 회사 내의 소비자보호의 시스템이 더 잘 정비되어야 합니다. 또한 금융시장의 제도나 상품을 일반소비자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소비자들이 각자 발품을 팔아서 금융정보를 얻어야 한다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게 될 겁니다. 저희 금융소비자연맹같은 단체가 사회적 운동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정숙 회장은 이런 금융정보가 원활하게 공급되기 위해서는 금융사들, 금융당국, 소비자단체 등이 노력하여 ‘적절하고 정확한 정보를 쉽게 풀어서 금융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갈파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지식 및 정보의 보편적 공유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금융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의 보편적 공유도 그러려니와 갈수록 극성을 보이는 금융사기에 대한 대비도 금융교육을 통해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정숙 회장은 키코사태나 저축은행 사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등 많은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 보이스피싱이나 파밍 등의 피해가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는 현상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금융정책이 소비자 중심 쪽으로 나아가야 더욱 정교해진 금융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와 정부 그리고 단체가 함께 금융교육을 국가 전략화 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영국에서는 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지정해 통합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불모의 환경에서 시작한 소비자경제학
문정숙 회장은 ‘소비자’라는 개념조차 미미했던 1980년대 중반에 ‘소비자경제학’을 선택했다. 거기에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포착할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의 선견지명이 작용했다.
문정숙 회장은 대학에서 꽤 수재로 통했다.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대학을 일등으로 졸업했고 대학원 역시 일등으로 입학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미국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당시는 지금처럼 유학 정보가 많지 않아서 제가 혼자서 미국문화원 가서 자료책자를 일일이 찾아보고 타자를 쳐서 미국대학에 입학원서를 보냈지요. 그런데 대학 측으로부터 받은 답장마다 나열된 전공 교과목에‘컨슈머(consumer)'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때 미국 경제 학문에서는 이것이 트렌드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문정숙 회장은 언젠가 한국에서도 주목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는 예견을 가지고 ‘소비자경제학(Consumer Economics)’을 전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86년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소비자경제학이란 전공을 알거나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경제학의 일부분이냐고 반문하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은 한국사회가 생산자중심에서 소비자중심의 경제구조로 이행했거나 그 과정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학문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지만 당시에 저는 완전히 비주류였어요.”
문정숙 회장은 당시 자신의 학문적 처지를 우월적 지위를 가졌던 사회구조와 비견해 설명한다. 남자도 아니고 서울대 출신도 아니고 주류경제학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조건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경쟁력을 가지게 될까를 고민했지요. 향후 20년은 죽어라 공부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는데 어느새 소비자 중심의 사회로 가고 있네요.”
그녀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시간을 가지고 준비한 것이 결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경쟁력이 생겼다고 말한다. “박사학위를 받고 왔을 때가 오히려 제 진정한 공부의 시작이었고, 지금은 그동안의 경력과 경험을 살려 진정한 봉사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조직생활은 협력과 소통
문정숙 회장의 외유내강형 삶의 태도는 한때 종사하던 공직생활에서도 드러난다. 그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금융소비자보호처장으로 발탁돼 금융정책에 관여했다.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정책적 기본 틀을 세우고 금융시장의 관행과 제도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일에 관여했다. 금융교육 표준안을 만들어 생애 주기에 따른 금융교육에 관련된 프로그램 수립과 금융소비자를 위한 효율적인 분쟁 조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당시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는 1,700명의 구성원 중에 유일한 여자 임원이었다고 한다.
“일은 기본으로 열심히 잘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선임 임원 및 직원들과 잘 협력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성공적인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소통과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웃는다.
사람이 먼저 돼야한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휴머니즘적 태도는 문정숙 회장이 교수로서 가르치는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에도 배어있다.
“시대의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어떤 사회이든 간에 사람이 먼저 중시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는 프로페셔널한 기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바탕은 바른 정신을 가지고 참된 사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삶이 아닐까요. 학생들에게도 늘 강조합니다.”
문정숙 회장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같이 살아가고 있는 주변과 사회에 책임감을 가지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된다고 말한다. 학생들도 취업 때문에 힘들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귀하게 쓰일 수 있는 젊은이들로 성장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요즈음엔 취업이 힘들다 보니 스펙 쌓느라 바빠 제대로 좋은 책에 몰두해 자신을 돌아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강의 틈틈이 학생들이 진정한 의미의 성공적인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문정숙 회장이 금융소비자연맹을 전문성과 식견으로 잘 이끌어 가리라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지금 이 시점은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소비자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로 인해 금융소비자연맹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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