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의 청결은 세안만큼이나 한 사람의 인상을 좌우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주 씻고 감아야 한다. 그러자면 물이 필수다. 짬도 내야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에 처할 때가 종종 있다. 몸이 불편한 지경에 처했거나 물을 공급받지 못할 때 등 상황은 많을 것이다. 그럴 때 별다른 수고 없이 간단한 방법으로 머리를 감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요긴한 제품도 없을 것이다. 코소아의 정석훈 대표는 자신의 병상 생활에서 얻은 사업 아이템으로 신선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물 없이 감는 샴푸다.
시련기를 잘 맞으면 전화위복이 된다
코소아는 본래 중국과 인도에 전자제품이나 자동차관련 전자부품을 수출하는 중개무역업체다. 작년에는 500만 불 수출탑까지 받은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전혀 연관성 없는 분야의 사업 아이템을 출시했다. ‘더 샴푸’라는, 물 없이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샴푸다. 코소아의 정석훈 대표가 더 샴푸를 만든 계기는 극적이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북경대 조선족 교수에게서 2013년 2월 코엑스에서 전세계노인연합포럼(IHGG)이 열리는데 발표자로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노인들을 위한 비즈니스부스가 마련되는데 한번 참여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지요. 250만 원을 들여 부스를 예약했어요.”
그런데 당시 그에게는 당장 부스를 운영할 실버 아이템이 없었다. 얼핏 무모해 보이지만 그는 짧지 않았던 전직 직장생활 동안 마케팅과 영업을 하면서 발달된 감각이 있었다. 아이템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그러던 중 대상포진이 생겨 병원에 입원하고 옆구리에 있던 지방덩어리를 떼어내던 중 정밀검사를 했는데 지방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모든 사업 활동을 중단하고 수술을 받았다. 오랜 시간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실의나 우울증에 빠질 법도 하지만 그는 별 할 일이 없는 병상에서 부스에 들어갈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상이 왔다. 병원이라는 곳에는 으례 움직이기 불편한 환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환자도 많다. “평소 실버 아이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상에 있다 보니 더욱 확연히 다가오는 것이 있었어요. 고령이 되면 거동이 재빠르지 않아 머리감는 것조차 힘들 때가 많죠. 저희 어머니 연세가 93세이신데 워낙 깔끔한 성격이신지라 손자들이 보러오면 어떻게든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시려 하는데, 힘에 부치는 일이지요.”애완동물센터에서 고양이가 물 없이 거품샴푸를 하던 것을 기억해낸 그는 고양이 샴푸를사람이 쓸 수 있는지 물었다. 사람에 맞게 성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더 샴푸의 효과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물 없는 샴푸 개발에 돌입했다. 평소에는 비즈니스 핑계로 술자리도 많았지만 그런 유흥 활동을 끊으니 편안하게 아이템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샴푸를 개발하느라 열심히 구상을 하고 병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히려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으니 감사한 시간이었어요.”샴푸 생산업체에 의뢰를 하고, 용기 형태와 라벨을 구상하고 했다. 4개월 만에 그가 기획했던 샴푸가 제품으로 완성되었다.
그즈음 그의 병실에는 우울증으로 7층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고등학생이 입원해 있었다. 전신에 심한 부상을 입고 오랫동안 투병 끝에 그가 있던 병실로 옮겨오게 된 것이다. 한참 신체 활동이 왕성한 나이인데도 혼자 거동을 할 수 없어 바깥 공기를 쐬려면 침대에 누워 산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었다.
“그 친구가 처음 휠체어로 옮겨 산책을 나가고 싶다고 한 날은 마침 샘플이 나왔을 때였어요. 세수도 못하고 빗질이 안 될 정도로 머리도 길고 엉겨 있었어요. 더 샴푸를 주었지요. 머리카락이 깨끗해지고 빗질까지 하게 되니 아이의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더군요. 가슴이 뭉클했지요.”그때 정석훈 대표는 더 샴푸가 무조건 잘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항바이러스 성분을 가진 허브 오레가노
더 샴푸의 주재료는 천연성분과 FDA에서 승인 품목으로만 구성됐고 에탄올, 석유계열, 실리콘, 색소, 셀퍼레이드 등의 기피성 화학성분은 전무하다. 특히 오레가노잎’을 첨가해 샴푸를 하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오레가노는‘꽃박하’라고 불리는 허브로 진정, 살균작용, 피부정화, 염증 경감, 피부재생 등의 효능을 지녔다. 원액을 3~5회 펌핑해 2~3분 동안 머리에 문지르고 마른 수건으로 닦으면 비누로 세안했을 때처럼 뽀득 뽀득한 느낌이 든다.
더 샴푸는 실내용과 실외용을 구분하고 있다. 실내용은 보습성분을 강화한 것으로 환자나 노약자 일시적으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외용은 ‘더 샴푸’실내용에 자외선 차단효과와 항산화작용 성분을 추가했다. 주로 캠핑이나 운동 등의 레저용이나 실외의 장소에서 장시간 샴푸를 하지 못할 경우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최근에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연일 경각심을 유발하면서 더 샴푸의 용도성이 훨씬 높아졌다. 마스크를 써서 입만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모발 사이에 흡착되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현재 서울 숭실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미세먼지가 두피에 주는 영향'과 ’더 샴푸를 사용했을 때 먼지제거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를 실험 연구하고 있습니다. 2월 중에 연구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3,4월에 어김없이 날아오는 황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더 샴푸를 구입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궁한 시장성
더 샴푸 실외용은 의외의 수요가 많다.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는 트럭기사들이나 야외훈련을 하느라 며칠씩 머리를 감을 수 없는 군대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 국군의 날에 장교들을 대상으로 시제품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꽃보다 군인’이란 상표명으로 피엑스에 진출할 구상도 하고 있다. 육사 훈련생도들에게는 샘플 지원을 하고 있다.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난 사람들이 무더기로 주문을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문병용으로 과일이나 음료수 대신 더 샴푸를 구매하도록 세트를 출시할 계획도 있다. 장애인들을 위해 용기에는 점자 설명도 넣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0.5%를 차지하는 시력장애인들을 위해서다. 머리를 감아야 하고 감을 수 없는 상황은 무수히 생기게 마련이고 용도는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더 능동적이다. 몽골에서는 코소아와 조인트벤처를 하자는 제안이 왔고 노르웨이에서는 샘플을 보고 독점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한다. 시장 전망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곳은 역시 중국이다. 코소아 정석훈 대표는 자동차부품 수출 때문에 중국 사정에 정통해 있기도 하다. 중소기업 수출지원이나 정부 정책과제 프로그램에 과제수행을 참여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특화 시켜라
그런데 시중에는‘더 샴푸’ 이전에도 이미 비슷한 아이템들이 출시돼 있었다고 한다. 대기업 생활용품 회사에서 생산하는 것이거나 영국, 미국 등에서 수입하는 제품들이다. 스프레이 방식이고 인위적인 화학 성분이 들어있는 것들이다. 소비자들 반응은 미미하다.
"제가 오랫동안 일선에서 구매와 영업을 하다보니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간파하는 감각이 좀 있습니다. 사용자가 누구냐, 어디서 쓸 것이냐 등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에 대한 확실한 답을 가지고 움직여야 합니다. 기존 제품들은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려고 광범위한 욕심을 내니 누구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는 제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필요를 가진 소비자를 세분화한 타깃으로 유용성을 강조하고 그것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죠.”
그는 매장에 오는 손님에게 꼭 물 없이 사용하라고 하지 않는다. 당장 물이 없는데 사용해야 할 경우에 가장 유용한 것이고,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면 ‘더 샴푸’도 물로 감으라고 말한다. 제품에 대한 경직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용도 활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부스를 방문하는 일반인들에게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그냥 물로 감는 샴푸를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발상의 전환, 사업적 성찰
정석훈 대표는 요즘 병상생활로 잠시 중단하긴 했지만 사업다각화를 위해 새로운 공부를 진행 중이었다. 10년 동안 부품수출 사업을 하다보니 회사를 부강시킬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다. 신생아 촬영 및 영상정보제공 특허를 가지고 시장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 실버 비즈니스가 새로운 사업으로 부상하리라는 전망으로 강남대에 편입까지 마쳤다. 노인을 주제로 한 포럼에도 찾아다녔다. 우리나라 노인요양 시설이 무겁고 칙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밝고 가벼운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견학을 다녀올 예정도 있다.
그는 한때 강남에서 벤처를 운영하며 화려한 호황을 누리며 흥청망청한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의 방종은 오래가지 않았다. 급전직하로 남의 사무실에서 6개월간 빵을 먹으로 지낸 적도 있었다. 3년을 고생하고 연매출 67억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동안 여유있는 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프고 나니 이제는 삶의 여유도 갖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나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매일경제 사이트에서 지식마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성공한 각 분야의 중소기업 CEO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다른 중소기업에게 컨설팅하는 지식봉사 개념이다. 코소아 정석훈 대표는 사회구성원이자 기업 CEO로서의 건강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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