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협상의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니다.” 최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이에 대한 외교 당국의 브리핑 중 일부이다. 여기에 발맞춰 미국 국무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진행 중인 대화(ongoing conversation)는 계속될 것이다.”
두 말은 현재 한반도의 문제에 대한 현실을 매우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협상의 동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일단 협상 자체는 멈추었다’라는 이야기며 진행 중인 대화는 계속된다는 말은 ‘새로운 대화는 하지 않겠다’라는 말이다. 이렇게 한반도 평화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북한이 지나치게 망설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명분 없으면 김정은도 권력 기반 잃어
그간 미국은 끈질기게 북한을 압박하면서 핵 검증을 받고, 핵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일종의 ‘살라미 전술’을 통해서 이를 지연하면서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대응해왔다. 그러나 최근 전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미국은 더는 협상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급하게 정상회담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북한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를 망설이고 있다.
북한이 망설이는 이유는 우선 미국에 굴욕적인 대우를 당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분단 이후부터 지난 70년 동안 북한은 끊임없이 ‘미 제국주의와의 투쟁’을 독려했다. 비록 경제 대국으로 가겠다는 명분이 있지만,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 주민에 대한 체면도 서지 않는다. 이는 곧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 군부 내에 새롭게 강경한 분위기가 시작되면 김정은 위원장도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회 다가오기 쉽지 않아
더불어 미국에 대한 신뢰 역시 북한이 망설이는 이유이다. 정작 성실하게 비핵화를 했지만,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는다든지, 혹은 체제의 유지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이는 북한으로서도 매우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미국과 조금씩 ‘기브앤 테이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일 수가 있다. 따라서 한꺼번에 비핵화하는 것에 대해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 부활’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일 수도 있다.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모든 가능성을 엎으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겠다고 위협을 하는 전술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벼랑 끝 전술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북한이 이번에도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는다면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이런 신뢰를 얻을 기회가 없다. 이는 우리 남한으로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북한과의 경협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제 망설임을 멈추고 조금 더 전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야만 남북이 진정한 윈-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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