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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4: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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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스마트폰이 만든 ‘유령’?

일그러진 우리 시대의 자화상, ‘고스트족’

스마트폰이 만든 ‘유령’?

스마트폰이 만든 ‘유령’?

일그러진 우리 시대의 자화상, ‘고스트족’

29세의 직장인 정병효 씨(가명)는 직장에서 업무와 관련된 말을 빼놓고는 하루 채 열 마디를 하지 않는다. 회사 내 동기나 친구 그리고 친한 지인들과는 대부분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하기 때문.

정 씨는 애인이나 친구들과 만남에서도 자주 스마트폰을 사용해 애인과 친구들에게도 핀잔을 듣기 일쑤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더라도 그의 대부분 소통의 매개체는 스마트폰. 간간히 얼굴을 대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긴 하지만 오히려 불편하다는 느낌이 강하단다.

스마트폰’이 인간관계 망친다?

스마트폰의 알람소리에 잠을 깬다. 눈을 뜨면 손을 뻗어 스마트폰을 터치해 하루 일정을 체크한다. 아침을 먹으며 지인들과 ‘카톡’을 하고 ‘카스’에 올릴 사진을 편집한다. ‘페이스북’으로 ‘기상청’에 접속해 오늘의 날씨를 확인한 후 집을 나선다.

도심으로 향하는 광역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위터 확인과 쇼핑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일상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사무실에 와서는 PC로 인터넷을 하며 업무를 본다.

이렇듯 디지털 기기들은 2013년을 살아가는 우리 일상을 점령해 버렸다. 온통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풍경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광경이 됐다. 인터넷의 발달과 SNS의 일상화 등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현대인들에게 소통의 공간은 더욱 확대되고 있지만 ‘누에고치’에 갇힌 누에처럼 혼자서 노는 ‘코쿤족’, 타인을 유령처럼 여기거나 스스로 타인에게 유령처럼 존재하는 ‘고스트족’처럼 현대인들의 왜곡된 인간관계 유형 역시 점차 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만들어진 이른 바 ‘디지털 인맥’은 차고 넘치도록 풍부하지만 현실 속 인간관계는 각박하고 초라한 것이 오늘날 디지털 족들의 모습이다. 특히 오프라인 상에서의 만남이나 사람 사귀기보다는 온라인상의 소통과 관계 맺기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게 오늘날 세태인 것은 확실하다.

‘고스트족’은 오프라인에서 상대방과 마주하고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대화가 없이 그저 유령처럼 행동하는 이들을 말한다. 대인관계보다 ‘스마트폰’을 더 중요시하는 게 이들의 특징으로 얼굴을 마주한 이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에티켓’이나 ‘예의’를 저버리는 경우다. 심각한 아웃사이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고스트족’의 등장을 직접적으로 이끈 것은 바로 스마트폰의 확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갈등의 부재’, 인간관계에 악영향

가입자 3,500만 명을 넘어 선 현재 스마트폰은 우리 시대에 가장 보편화된 디지털 기기가 됐다. ‘디지털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현대인들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 줬지만 동시에 ‘VDT증후군’ 같은 ‘디지털 의존증’을 불러왔다. ‘고스트족’ 역시 ‘디지털 의존증’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증상 가운데 하나. 더불어 ‘고스트족’은 ‘싱글족’이나 ‘1인 세대’ 등 급속하게 핵가족화 돼가는 우리 사회의 개인화 현상에 작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25.3%를 차지해 네 가구 가운데 한 가구는 ‘나홀로 가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2인 가구 역시 25.2%를 보였는데 이러한 초핵가구화는 주택구조의 소형화와 개인화를 가져왔고 많은 기업들도 이들을 주요 소비층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이르렀다. 시장 규모도 거의 수조원에 이를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개인주의화 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고스트족’의 출현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는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타인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관계 맺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작 다른 이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모르거나 혹은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나홀로 인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고스트족’ 역시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아예 인간관계 자체를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

‘고스트족’ 같은 심리 성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갈등의 부재’를 언급한다. 40세 이상의 지난 세대들의 경우 형제가 3명 이상인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많다. 더구나 지금처럼 무엇이든 넉넉지가 않아 잦은 다툼이 일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전 세대들은 협상하는 법을 배우고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가정에서의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레 학교공동체로 이어졌고 이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로 발전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중추를 맡고 있는 30대 이하 세대들의 경우 형제가 없거나 있어도 한 명이 경우가 많았다. ‘자기중심’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갈등은 없었고, 그렇다보니 갈등을 해결할 방법 역시 배우지 못했다. 어렸을 때 이러한 인간관계의 메커니즘을 습득하지 못했기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타인과의 관계 정립에 큰 문제를 보이는 것.

시간과 노력 필요한 ‘관계맺기’

그러다보니 현실에서는 충족되지 못한 인간관계의 갈증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서비스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다. 더욱이 현실의 인간관계에서의 껄끄러움이나 갈등이, 사이버 세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고 그 해결방법도 현실보다 ‘스마트’하기 때문에 더 빨리, 그리고 더 깊숙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고스트족’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 단절의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인간의 가치에 대한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인간관계는 ‘양’보다는 ‘질’적인 면에 더 의미를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이버 세계에서 맺은 인간관계를 현실 속의 인간관계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더욱이 가상 세계에서 많은 이들과 맺는 관계로 현실을 대체하려는 생각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존 멕스웰은 자신의 저서 <인간관계 맺는 기술>에서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만드는 비법을 제시했다. 그는 어떤 상황,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든 지켜야 할 인간관계 5단계 법칙을 언급한다.

그 다섯 가지 법칙은 ‘관계 맺기의 영향력을 늘 기억하는 것’, ‘상대방에 집중하기’, ‘상대에게 말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 자체가 되기’, ‘인간관계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과 ‘관계 맺기는 기술임을 인지하는 것’ 등이다. 결국 ‘인간관계’의 핵심은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에서 여우의 입을 통해 말했던 것처럼 ‘시간과 노력을 통해 조금씩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과 고통을 감내해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 ‘인간관계’인 것.

오래된 부부들이 닮아가며 행복해지는 이유는, 반평생을 가까이에서 서로 지지고 볶고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부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우리 주위에서 생겨나는 ‘고스트족’들은 이런 ‘부부의 사례’에서 인간관계의 기초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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