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하나
수많은 단풍잎이
달려 있는
한 그루
나무도 아름답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 잎들 중의
어느 하나에
다정한 눈길을 주어보라.
그대여
문득 놀랍지 않은가
한 그루 나무에 못지않은
한 잎 단풍잎의 생의 무게.
아기 손보다도
작은 몸속
얼키설키 새겨진
숱한 생의 흔적.
단풍과 나
차츰차츰 곱게
단풍 물드는 잎들을
멀뚱멀뚱
쳐다보지만 말자.
저 많은 잎들은 빠짐없이
생의 절정으로 가는데
나는 이게 뭐냐고
기죽고 슬퍼하지 말자.
한 하늘 하나의 태양 아래
또 같은 비바람 찬이슬 맞으며
지금껏 하루하루 살아온
나무와 나의 삶인 것을.
이제 고운 빛 띠어 가는
나무의 한 생이라면
내 가슴 내 영혼 또한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어 가리.
단풍
하루의 태양이
연분홍 노을로 지듯
나뭇잎의 한 생은
빛 고운 단풍으로 마감된다.
한 번 지상에 오면
또 한 번은 돌아가야 하는
어김없는 생의 법칙에
고분고분 순종하며
나뭇잎은 생을 접으면서
눈물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의(壽衣)
단풍잎을 입고서
한줄기 휙 부는 바람에
가벼이 날리는
저 눈부신 종말
저 순한 끝맺음이여!
<프로필>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신학대학 대학원 졸업.
번역가이며 시인. 자연 친화적이고 낭만적인 색채의 시를 즐겨 쓴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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