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크로키 작가 김아원. 누드크로키를 한번이라도 접해 본 관객이 있다면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자칫 외설적이거나 선정적일 수 있는 누드라는 소재를 유쾌발랄하게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은 김아원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에서 비롯되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표현은 ‘김아원 크로키’에 맞춤한 상황이다. 인체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짧고 강하게 몰입된 감성으로 재빨리 잡아채는 크로키, 인체라는 자연을 완벽한 조형물로 빛나게 하는 김아원 작가의 작품세계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디지털 코드를 벗어나 인간의 살아있는 흔적을 깊은 호흡으로 표현해 온 김아원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해 본다.
패션브랜드 <코카롤리>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대중과 친숙해
2009년 영캐주얼 브랜드에 아름다운 혁명이 일었다. 빨강, 파랑, 초록 티셔츠 위에 힘차게 그려진 누드크로키의 행렬! 김아원 작가의 작품이 패션브랜드 <코카롤리>와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이었다. 각각의 브랜드가 하나로 만나 커다란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것이 콜라보레이션의 기본 목적이라 볼 때, 김아원 작가의 누드크로키는 본연의 목적 이상을 성취했다.
김아원 작가의 누드크로키는 인간의 몸이 지닌 섹시코드를 재미있고 우아하게 표현했다는 격찬을 받으면서 <코카롤리>브랜드의 이미지 메이킹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백화점 전시공간에서도 <코카롤리>의 누드스케치 패션을 아트갤러리 형태로 전시하는가하면 속도와 조형물, 재미, 개방이라는 4개의 키워드(keyword)를 이처럼 잘 표현한 작품은 드물다는 찬사를 얻어냈다.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은 자주 일어나는 아트 워킹이지만 누드와 패션의 만남이 이처럼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김아원 작가는 “누드크로키는 생각만 해도 즐겁고 기분 좋은 작업이다. 훈련된 손놀림으로 순간 몰입된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매순간 신비로운 긴장과 새로운 다이나믹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누드크로키만의 매력”이라 전했다. 그의 누드크로키는 고도로 절제된 획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상징성으로 다가온다.
크로키가 밑그림 정도로 치부되던 개념에서 독립된 예술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데는 김아원 작가와 같은 크로키 아티스트의 열정이 한 몫했다. 김아원 작가는 “누드크로키에 빠져드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초현실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면서 “깊어지는 감성과 생활에 대한 여유로움까지 발견하게 되는 것이 누드크로키 작업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인체, 그것은 세상 모든 아름다움의 시작
김아원 작가의 전공은 장식미술이다. 김 작가는 실내장식이라는 공학적인 요소가 주는 선(線)의 미학을 추구하는 가운데 크로키 아트의 세계에 눈뜨게 되었다. 디자인보다 기능이 우선인 장식미술의 특성상, 김 작가가 크로키로 마음이 옮겨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는지도 모른다. 김아원 작가는 “이 세상 어디든 인체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며 “인간을 모델로 삼고 평생동안 미술과 친구하며 크로키 아티스트로 살 수 있는 것은 선택받은 일이라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아원 작가는 몸의 움직임, 영혼이 드러나는 그 자체가 숭고하고 귀한 것이기에 몸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해왔다. 움직이는 모든 것이 영혼이며, 영혼의 동선이 곧 몸의 동작이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그의 작품세계는 문명화의 권위와 억압, 그리고 폭력에서 자유롭고도 유연한 ‘자연주의적’ 삶, 즉 참된 삶의 화두와도 맞닿아있다. 김 작가는 “누드는 가식과 기만으로부터 자유롭다. 벗음으로 인한 상호간의 평등과 신뢰감은 누드 크로키가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크로키를 키워드로 한 활발한 작품, 전시 활동 펼쳐
김아원 작가의 일상은 크로키보다 더 활발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한국크로키회를 이끌면서 우리나라 크로키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평창동 갤러리 인(仁)에서 진행된 작품전에서는 누드크로키를 모티프로 한 손수건과 셔츠를 출품해 호평을 받았나하면 <한국크로키 협회전>(2012.5), 크로키 작가를 위한 <무료공개 누드크로키>(2012.6.)를 개최하는 등 크로키 부문의 끊임없는 작품 활동 및 대내외 홍보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양한 존재의 살아있는 흔적을 원색의 강렬한 색채와 선(線)굵은 움직임으로 그려온 김아원 작가. 몸의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담아 크로키로 토해내는 그의 작품에서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연으로 다가온다. 삶과 사랑, 사람을 바라보는 경쾌한 시선과 색감. 그리고 크로키.... 김아원 작가의 작품세계는 흐르는 물처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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