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 사상 세번째 탄핵소추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200표를 넘기며 전격 가결됐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8년만에 현직대통령 탄핵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건국 이래 2000년대 들어서만 세번째다.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탄핵공화국'의 오점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갓 넘긴 상태에서 내란죄 혐의로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는데 이어 국회에 의한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즉각 정지되며 벼랑 끝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당시 박영수특검 체제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 대통령이 이제 8년만에 자신이 탄핵대상자가 되는 비운의 주인공이됐다.
◆한 권한대행 NSC소집 등 국정전반 점검...바이든과 통화
예상대로 였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찬성 204표 가운데 범야권 192명을 제외하면 '부결 당론'을 유지한 국민의힘에서 12표의 찬성표가 나왔다. 기권과 무효표까지 포함하면 여당에서 총 23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탄핵 가결 직후 14일 오후 6시8분 담화문을 통해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잠시 멈추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여의도 집회 현장을 방문해 단상에 올라후 “국민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했고 국민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면서도 국회 탄핵의결은 1차전의 승리로 이제 겨우 작은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45년만의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음에 따라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 직무정지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도 즉각 가동됐다.
한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전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계엄을 막지못했다는 이유로 내란죄 수사대상이어서 한때 탄핵소추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1더블어민주당은 15일 국정안정을 이유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안하기로 결정했다.
한 권한대행은 14일 군통수권을 넘겨받고 긴급 임시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잇달아 개최하며 국정 전반을 점검했다. 15일 오전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등 외교라인을 챙겼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본격적인 대통령 직무대행에 들어갔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14일 저녁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에 있어서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 비상경제 대응체계 강화, 치안 질서를 확립 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헌재로 넘어감에 따라 한 권한대행 체제는 최소 2~3개월간은 유지될 전망이다. 만약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엔 2달안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하기에 한 대행체제는 4개월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
◆여당 23명의 이탈표, 진흙탕싸움 예고...여야 대권잠룡들 꿈틀
윤 대통령의 운명을 가른 단 5표의 여권 이탈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국정 대혼란과 윤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의 동요는 빠르게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상황이 다르다. 여당은 탄핵찬성을 주도한 비주류 친한계와 탄핵반대 당론을 유지한 주류 친윤계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탄핵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는 사실상 붕괴됐다.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과 친한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96조 규정상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이상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여권의 대권 잠룡과 중진들이 한 대표를 직격하며 비대위 즉각 출범을 내세우면서 한동훈체제 붕괴가 가시화됐다.
이러 가운데 나경원 의원은 15일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이 불행의 시작이었다"며 한 대표를 직격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직무수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16일 의총을 열어 지도부 개편을 논의할 예정인데, 배신자프레임과 당권을 둘러싸고 진흙탕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여당이 경우에 따라선 분당 위기까지 내몰리는 등 탄핵후폭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거대야당 민주당은 본격적인 국정주도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에 국정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국회와 정부가 대한민국 전반에 불어닥친 위기를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다. 12·3 계엄사태후 극도로 혼란한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켜 계엄선포로 실추된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 초당적 협력체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내는 탄핵소추 가결을 이끌어낸 힘을 바탕으로 과도기 국정운영을 주도하며 4~5월에 있을 지 모를 조기 대선국면 분위기를 유리하게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한 이 대표를 향해 "국회를 인질 삼아 난동 부리던 난동범이 국민들을 바보 같이 안다"며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조기 대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야 대권잠룡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가운데, 국회에서 헌재로 공이 넘어간 윤 대통령 탄핵열차의 최종 종착역이 어디일까. 앞으로 약 두 달여로 예상되는 헌재의 최종 판결 결과에 온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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