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20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현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이날 올해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작년 9월 이후 5차례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FOMC는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과 2%의 물가 상승률 달성을 추구한다"고 재확인한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동결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은 최근 지표상 경제 활동은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고, 일자리 증가도 계속 견고하며, 실업률은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고,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완화했으나 여전히 상승 추세에 있어 위험에 고도로 주의를 기울어여한다"고 강조했다.
◆연준, 연말 금리 중간값 4.6%...3차례 베이비스텝 유력
FOMC가 열리기 전부터 금리동결이 유력시됐던 탓에 이날 최대 관심사는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연준의 메시지였다. 이를 통해 긴축에서 완화로의 추세 전환, 즉 '피벗' 시점과 향후 금리 밴드를 유츄할 수 있기 떄문이다.
연준은 일단 "FOMC는 금리 조정을 고려함에 있어 주요 데이터의 변화와 전망, 리스크들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실질적으로 2%를 향하고 있다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금리를 낮추는게 적절치 않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연준은 그러나, 올 연말 기준금리를 4.6%(중간값)으로 예상하고 올해 안으로 3차례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0.25% 포인트씩 3차례 베이비스텝을 통해 총 0.75%포인트(p) 정도의 금리인하를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연준은 이후에는 금리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것임을 피력했다. 연준은 내년말 기준금리를 3.9%(중간값)로 전망했다. 작년 12월에 제시한 예상치(3.6%)에서 0.3% 포인트 높였다.
이는 올 연말 전망치보다 0.7%p 낮은 것으로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0.25%p씩 3차례 인하하겠다는 얘기다. 연준이 올해 피벗을 시작, 내년에 4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치를 벗어난 것이다.
이제 전세계의 관심은 연준의 1차 금리인하 시점이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에 올해 3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고수함에 따라 6월 인하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증시의 3대 지수가 이날 모두 사상 최고로 마감한 것이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방증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1.37포인트(1.03%) 오른 39,512.13에 마감한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일제히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증시의 3대 지수가 같은 날 각각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년 11월8일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대 변수는 역시 인플레이션 흐름이다. 단기적 조짐은 별로 좋지 않다.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6% 상승, 예상치(0.3%)를 두배 웃돌았다.
PPI의 상승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를 반영한 듯 연준은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 즉 근원물가의 연말 상승률 예상치를 2.6%로 직전 대비 0.2%p 높였다.
◆한은, 내달 금리동결 확실시..."금리인하 빨라야 7월"
증시 분위기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번 FOMC정례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연준 위원들 사이에 비둘기적(긴축완화 선호) 성향이 득세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장기 금리전망에 대해선 다소 보수적으로 바뀌었지만, 연말까지 단기 추세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웠다.
미국과의 커플링(동조)현상이 두드러진 한국 시장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21일 오전 12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2% 이상 상승했다. 코스닥도 1%대 중반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피 시총 톱50중 하락한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S, 에스오일 등 단 3종목 뿐이다.
미국의 3회 금리 인하 전망과 기업밸류에이션 정책에 따른 '바이 코리아' 기대감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시총 상위종목이 초강세다.
특히 엔비디아발 HBM(고대역폭메모리) 호재와 마이크론의 예상밖 실적개선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이며 상승장을 견인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은 미 연준발 비둘기적 통화운영 기조는 한국은행의 의사결정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금융권에선 한은 역시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또다시 동결할 것이 확실시된다.
관건은 금리인하 시점인데, 현실적으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미간의 기준금리 차이가 2%p까지 벌어져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릴 경우 외국자본 유출 등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물가상황도 예사롭지 않은 흐름이다. 농산물 가격의 사상 유례없는 폭등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대에 재진입한데다, 국제유가가 꿈틀대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시그널(신호)을 제공할 것에 유념해 긴축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큰 흐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유가나 농식품 가격 등의 변수에 따라 적지않이 출렁일 수 있는 만큼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물가흐름과 가계부채 동향, 한미 기준금리격차 등의 리스크가 크다"며 "한은이 미국의 피벗을 확인한 후에 빨라야 7월에나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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