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선택은 결국 '빅컷'이었다. 연준이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p) 인하했다.
FOMC를 앞두고 시장의 전망은 빅컷과 베이비컷(0.25%인하)이 팽팽하게 맞섰으나, 연준은 12명의 위원 중 11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빅컷을 단행했다.
미국이 통화긴축 기조에서 양적완화로 전환하는 '피벗'을 결정한 것은 지난 2022년 3월 이후 무려 4년반만의 일이다. 특히 연준은 이날 올해안으로 기준금리를 .5%p 추가 인하할 것으로 시사하며, 장기 고금리 시대의 종지부를 찍었다.
◆연준 "인플레둔화 확신...인하 속도 느리게갈수도"
연준은 17~18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FOMC회의를 마무리하며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종전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2년초부터 전세계를 덮치기 시작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무려 4년 반 만에 이뤄졌다.
이로써 펜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통화긴축 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세계 최강국 미국의 긴축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이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빅컷 단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은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2%)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회의 직후 빅컷 배경에 대해 "7월 FOMC회의 이후 7, 8월 고용 보고서가 나왔고 2건의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나왔다"며 "고용지표가 인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향후 하향조정될 것임을 시사하는 보고서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파월은 "우리는 이들 지표를 모두 취합해 FOMC를 앞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이번 빅컷 결정이 우리가 봉사하는 국민과 미 경제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결론지었다"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향후 금리인하 속도 전망에 관해선 "추후에 들어오는 지표와 경제전망의 전개, 물가·고용 위험 간 균형에 근거해 매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하겠지만,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더 느리게 갈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올해 추가 0.5%p 인하 예고...뉴욕증시는 하락세
연준은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0.7%p 낮췄다. 연내에 0.5% 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올해 FOMC회의는 11, 12월 두차례 남아있다. 0.25%p씩 두차례 더 내릴 수도 있고 한번 더 빅컷을 단행할 수도 있다.
내년 이후 기준금리 중간값은 2025년 말 3.4%로 지난 6월 예측치(4.1%)에 비해 0.7%p 떨어졌다. 또 2026년 말의 중간값은 2.9%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향후 지속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얘기다.
연준의 빅컷 단행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추이 속에서 고용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연준이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일각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 성장률과 노동시장이 굉장히 견고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고려했다는 얘기다.
실제 연준은 이날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발표한 2.1%에서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특히 연말 실업률은 6월 예측치(4.0%)보다 0.4%p 높은 4.4%로 높였다.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월의 2.6%에서 2.3%로, 연말 '근원 PCE 물가 상승률'(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월의 2.8%에서 2.6%로 각각 하향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 부각되며 연준의 빅컷에도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하며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빅컷 결정에 일시적으로 급반등했던 뉴욕증시는 경기침체 우려, 향후 인하 속도에 대한 파월의 신중한 발언, 차익실현 매물 등이 뒤섞이면서 상승폭을 반납한 채 하락세로 돌아섰다.
11월 5일 대선을 앞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진영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진영의 반응도 엇갈렸다. 해리스는 "이번 발표는 높은 물가의 타격을 입은 미국인들에게 환영할 소식"이라면서도 "물가가 중산층과 근로 가정에 너무 높다는 것을 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는 "연준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경제 상황이 금리를 그 정도로 내려야할 만큼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앞서 대선 전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운신의 폭 커진 한은, "가계부채 추이 보고 결정"
미국의 빅컷 결정은 우리나라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0%p차로 역대 최대폭까지 벌어진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1.50%p 포인트로 줄어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19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제금융시장에선 연준이 향후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 다소 매파적(hawkish)으로 평가됐다"면서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한미 금리차가 크게 줄고,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등의 여건이 개선될 때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불구, 집값과 가계부채 급등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한은의 피벗결정이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의 피벗에도 불구,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등의 국내 여건은 금리인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다수의 금통위원은 정책당국의 거시건전성 책과 이와 관련된 주택가격과 대출 추이를 감안해 금리 인하를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한은의 피벗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증시는 19일 오전 현재 코스피는 전장대비 0.68%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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