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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슈기획]'트럼프 리스크'에 놀랐나...한은 예상밖 기준금리 '스몰컷'

한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서 금리 0.25% 인하...지난달 이어 2연속 트럼프 관세폭탄 등 수출·경제 둔화 영향...경제성장률도 하향조정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또 다시 0.25%포인트(p) 낮췄다.
당초 시장의 압도적인 금리 동결 예상을 깬 '깜짝 스몰컷'이다. 지난달 통화정책기조 전환, 즉 피벗에 나선 이후 이은 2연속 스몰컷이다. 3.50%에서 장기간 멈춰있던 기준금리는 두달만에 3.00%까지 낮아졌다.
1400원대 고환율과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 가계부채·부동산 불안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내수와 수출회복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읽힌다.
한은은 이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로, 내년 전망치를 1.9%로 각각 하향 조정하며 2연속 스몰컷의 배경을 스스로 뒷받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돈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집중

한은은 28일 오전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금융시장의 동결전망을 보란듯이 깨버리는 스몰컷을 단행했다.
지난달 3년 2개월간의 고금리 시대를 마감하는 피벗에 나선 이후 두 차례 연속 금리인하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3.25%에서 연 3.00%로 낮아지며 2%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단으로 비춰진다. 무엇보다 가계부채·부동산 불안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집값 폭등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트럼프2기 출범을 앞두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1400원대 진입한데다, 한-미 간의 기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그러나, 내수경기 회복을 통한 경제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살려야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도 이같은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의결문에는 "성장 하방 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적시돼있다.
내수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일단 경기부터 살리고 보자는 얘기다. 사실 고공행진을 계속해온 수출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최근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꺾인 상태다.
정부와 한은은 당초 2분기 역성장에 대해 1분기 '깜짝성장'(1.3%)에 따른 기저효과론을 내세우며 3분기 반등을 자신했다. 하지만 3분기 성장률은 단 0.1%에 그쳤다.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이 내수진작을 위해 2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
한은이 내수진작을 위해 2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

◆트럼프 시즌2로 인한 불확실성에 성장률 1%대로 낮춰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수출도 성장폭이 둔화된데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부진에 소폭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이날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여파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2% 하향조정했다. 이전 전망치보다 0.2%p 낮춘 것이다.
이처럼 한은의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표면적으론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트럼프 리스크'를 상당히 의식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의 트럼프 2기 개막을 앞두고 관세폭탄 등 미국우선주의가 서서히 현실화하면서 수출, 특히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정부 시즌2의 출범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불확실성 요인이다. 관세인상과 이민자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내년 취임 직후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수출 증가세 둔화, 달러강세-원화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이 우려된다.
한은이 이런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해 내년 성장률을 1%대까지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0.2%p 낯춘 1.9%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나온 성장률 전망치중 가장 보수적이다.
결국 한은으로선 수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민간소비·투자가 살아나고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형편이 나아진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에 보조를 맞췄다고도 볼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환율불안 등 금리인하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그러나, 2연속 금리인하로 인한 환율 불안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미 대선 후 미 물가·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지난 13일 장중 1410원 선을 넘어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더 떨어져 1400원대에서 고착화된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있다. 미국(4.75%)과 금리 차이가 1.50%p에서 1.75%p에서 다시 벌어진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통상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으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시 흐름과 외환보유고 등에 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
4분기 들어 다소 진정된 가계부채와 서울 집값이 연속 금리 인하에 다시 꿈틀댈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언제 다시 급반등할 지 예측불허다.
전문가들은 "전후 사정을 종합할때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에서 한은의 2연속 금리인하가 시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금리인하로 인한 역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대비체제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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