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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슈기획]'피벗' 상황은 조성됐지만...집값 급반등에 멀어진 금리인하

금통위, 만장일치 금리동결...가계부채 급증에 '8월 금리인하' 물건너가 이창용 "대출·집값 안정돼야 금리인하"...시장 "10월 이후에나 가능할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물가는 예상 경로를 유지하며 안정권을 향하고 있으나, 집값이 난데없이 급반등하며 3년만의 피벗(금리 추세전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했다. 12회 연속 금리를 묶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다. 시장의 전망에 부합한다.
관심은 동결 사유와 향후 전망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다"는 점을 동결 이유로 들었다.
이 총재는 지난 금통위까지는 여전하 높은 물가가 금리인하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했으나 이번엔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값과 가계부채를 문제삼았다.
◆한은 "가계대출 추이 주시"...주담대 3년애 최대치
사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2%)에 0.4%포인트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한은은 대신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이 불안한 점에 보다 주목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총재도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유입한다거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집값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서울아파트값 상승세는 최근들어 예사롭지가 않다. 고금리로 위축됐던 아파트 매수 심리가 갑자기 살아나면서 거래도 늘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는 그야말로 폭풍장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힘들게 낮췄던 하락분을 빠르게 만회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1일 발표한 '7월 둘째 주(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4% 올랐다. 지난주(0.20%)에 비해 상승 폭이 더 커졌다.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약 5년1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서울아파트값이 심하게 꿈틀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아파트값이 심하게 꿈틀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스1

아파트값 상승 곡선은 가계대출과 그 궤적을 같이한다. 집값 상승과 거래량 증가로 가계부채가 급증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15조5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었다.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6조3천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상반기 누적 증가 규모(+26조5천억원)도 2021년 상반기(+30조4천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1일 발표한 ‘2024년 한국경제 보고서’도 "한국이 하반기부터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예상된다”면서도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를 위협할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는 우리경제의 뇌관이다. 한 순간에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부동산과 가계부채 관리가 안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로의 추세전환, 즉 피벗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이총재 피벗 첫언급 주목...美연준 금리인하가 변수?
미국의 피벗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거졌던 '8월 금리인하설'이 사실상 물건거간 것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긴축재정을 통해 나랏빚을 줄이고,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 대응해온 금융당국으로선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을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서 나서고 있고 9월 시행 목표로 2단계 스트레스DSR을 추진하는 등을 추진하고 있어서, 추후 서울아파트값과 가계부채 추이가 잡히지 않는한 한은의 피벗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8월 금통위는 고사하고 10월 금통위까지도 피벗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란 얘기다. 올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금통위는 8, 10, 11월 3차례 남아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한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이 총재가 이날 피벗을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2021년 8월 이후 한 차례도 금리를 내린적이 없는 한은의 수장이 근 3년만에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워딩을 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 총재는 이날 (피벗)시점은 불투명하나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고 했다.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서도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 인하 검토 메시지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한 것이다.
5월 회의 당시 단 1명에 불과했던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의 금통위원도 이번 회의에서는 2명으로 늘었다. 한 명의 금통위원만 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돌아서면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가 3대 3으로 팽팽히 맞서는 셈이다.
이 총재는 "3개월 이후까지 현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4명의 금통위원이 조기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최근 금리 인하 기대로 불안해진 외환시장과 주택가격, 그리고 가계부채 상황"이라고 전했다.
변수는 있다. 미국의 조기 피벗 가능성이다. 시장에선 미 연준(Fed)이 9월을 시작으로 연내 0.25%포인트(p)씩 두 번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만약 9월에 피벗을 단행한다면,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한 차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가계부채와 집값 오름세가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등 외환 시장이 극도로 불안해,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도 "역설적으로 집값과 가계부채가 진정되고, 물가가 2%대에 보다 근접한다면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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