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두 경제대국의 증시가 그먀말로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의 예측치를 벗어나는 광폭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한 국제정세, 미중러간의 신냉전, 중국경기 부진 등 여러가지 글로벌 악재에도 아랑곳없이 마치 날개를 단 듯, 주가가 치솟고 있다.
미국과 일본 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일본 닛케이지수는 3만9천대에 진입하며, 1980년대 버블경제 시기 이후 34년만에 굳게 닫혀있던 천장을 뚫었다.
◆美3대지수 기록적 상승세...日시총 아시아 1위 복귀
22일(현지시간)은 미국 증권시장에 새로운 장이 열린 날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우량기업 주식 30개 종목, 일명 블루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일대비 1.18% 상승하며 3만9069.1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며 4만선을 향한 질주를 계속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5.23포인트(2.11%) 상승한 5087.03로 신기록을 달성하며 5천대에 진입했다.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도 예외는 아니다. 나스닥은 전장보다 2.96%(460.75포인트) 상승한 1만6041.62로 장을 마감하며 2021년 11월 이후 처음 1만6000선을 넘어섰다.
나스닥지수의 역대 최고치는 종가 기준 2021년 11월 19일 기록한 1만6057.44다. 사상 최고 기록까지 불과 15.82포인트만 남겨놓았다.
뉴욕증시 못지않게 도쿄증시도 그야말로 미친듯 강세다. 지난 22일 도쿄증시는 주식상황판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이며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처음으로 3만9000선을 돌파했다.
닛케이지수는 22일 장중엔 3만9156.97까지 치솟으며 4만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닛케이지수가 3만9천선을 찍은 것은 일본의 ‘버블(거품) 경제’ 시기 이후 무려 34년 만의 일이다.
덕분에 도쿄 증시는 상장기업 전체 시가총액면에서 중국상하이 증시를 제치고 아시아 1위에 복귀했다. 2020년 6월 이후 3년 7개월만이다. 도쿄증시는 이에 따라 뉴욕증권거래소, 미 나스닥권거래소, 범유럽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에 이어 시총기준 세계 4위로 올라섰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이처럼 고공행진을 벌이며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는 이유는 몇몇 우량주들의 우량한 실적을 바탕으로 증시의 수급여건이 크게 호전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 증시 랠리는 전날 실적을 발표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어닝서프라이즈의 실적을 발표한데 힘입어 주가가 16% 이상 급등한 것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엔비디아 4분기(2023년 11월~2024년 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769% 늘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글로벌 AI선도기업의 놀랄만한 실적은 투심을 강하게 자극하며, 이날만 엔비디아의 시총이 27700억달러나 불어났다. 이는 뉴욕증시 사상 1일 시총 최대 증가폭 신기록이다.
엔비디아발 주가폭등 열풍은 AI및 반도체 테마주에 투심이 쏠리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뉴욕증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글로벌 시총 1위이자 AI대장주 MS 주가도 이날 2.35% 상승했다.
◆日슈퍼엔저에 자본유입 확대...증시 수급상황 크게 개선
일본 증시의 고공비행은 미국과는 같은 듯 좀 다르다. 우선 유사한 점은 슈퍼엔저를 바탕으로 대장주인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발 AI반도체 테마로 인해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등 반도체 관련주가가 폭등하며 닛케이지수 상승을 견인한 것도 미국증시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도코증시의 총알, 즉 투자금의 수급 상황이 최근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부동산 부실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증시를 이탈한 외국 자본이 엔저에 편승, 대거 도쿄증시로 방향을 큰 것이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시행 등 일본 금융당국의 증시부양책으로 개인자본이 은행에서 증시로 물밀듯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여기에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와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주주친화적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현상이 도쿄증시의 뒷심을 보다 강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이와관련 “증시 규모와 유동성이 30년 전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며 “상장 기업의 중장기 성장력 향상과 증시 매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제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의 증시는 초활황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한국 증시는 횡보를 거듭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오랜기간 답보상태에 빠지며 뉴욕증시나 도쿄증시와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코스피 지수는 23일 현재 2670선에 머물며 사상 최고점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고, 기술주 중심인 코스닥 역시 900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올들어 닛케이 평균주가가 16.85% 치솟는 동안 코스피는 단 0.33%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증시의 과도한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韓기업 과도한 저평가...26일 발표 밸류업프로그램 기대
한국 증시가 극심한 답보상태에 빠진 것은 여러각도에서 분석 가능하다. 우선 경기침체, 소비위축, 성장률 부진, 실질임금 감소 등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않다. 한-미 금리격차(2%포인트)도 외국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상대적 실적부진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 주가흐름과는 대조적으로 박스권 탈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증시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메모리 세계 최강임에도 불구, 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이니셔티브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빼앗긴 여파로 주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견인하는 반도체주가 전세계 증시를 뒤흔들고 있지만, 정작 삼성은 7만원대 초반의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시총면에서 도쿄증시의 대장주 도요타에 역전당한 상태다.
그러나,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한국 주요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요 글로벌기업이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추진중인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오는 26일 상장사 저평가 해소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증시 부양과 규제완화, 주주환원 권고 등 투자자 유입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인 자본의 순유입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밸류업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고, 삼성 등 주요기업의 1분기 실적반등이 예고돼 있어 한국증시가 조만간 미, 일 증시를 따라 상승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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