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28일(현지시간) 우량한 2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미국 기술주 흐름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엔비디아 실적에 따라 AI, 반도체 등 전세계 기술주의 향배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예상 밖 호실적으로 시장의 관심에 화답했으나,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엔비다아 주가는 이날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7% 가량 급락하며 뉴욕증시 충격파를 던졌다.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 급락으로 글로벌 시총 2위인 엔비디아 시총은 순식간에 2천억달러, 한화로 약 268조원이 증발했다.
◆1년만에 매출 122% 늘었지만...투자자들 "기대이하"
엔비디아는 이날 매출 300억4천만 달러(40조1천785억원), 주당 순이익이 0.68달러(909원)의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287억 달러, 주당순이익 0.64달러의 월가예상치를 보란듯이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1년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연매출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기업의 분기매출이 1년만에 무려 122% 급증했다.
AI버블론 속에서 시장에서 마치 '디펙토 스탠다드'(시장표준)로 간주되는 AI가속기 'H100'이 다 만들지를 못해 못팔 정도로 수요가 몰리면서 엔비디아의 실적을 또다시 끌어올린 것이다.
엔비디아의 현재 AI가속기 시장 지배력은 막강하다. 간판제품 'H100 칩은 주문 후 최장 6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GPU시장의 약 92%를 장악하고 있다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인용해서 전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빅테크들도 아직은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AMD나 인텔은 물론 아마존의 AWS, 구글 클라우드, MS 등이 독자칩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며 엔비디아로의 쏠림현상은 여전하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로 인해 엔비디아는 3분기(8∼10월)에도 양호한 실적흐름이 이어져 매출이 32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 대비 8% 가량 늘어날 것이다. 월가의 전망치(317억 달러)를 8억달러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강력한 시장지배력에 우량한 2분기 실적, 그리고 3분기 전망치마저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있음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급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선 전장 대비 2.10% 떨어진 125.61달러를 장을 마쳤다.
하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6.92% 폭락하며 120달러벽이 무너졌다. 장중 한 때 8%가 넘는 폭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우량한 2분기 실적에 더해 엔비디아측이 5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발표했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에서 막강 지배력을 자랑하며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정작 증시에선 '어닝쇼크'를 공개한듯 주가폭락 사태를 빚은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원인은 우선 시장의 과도한 눈높이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엔비디아는 사실 올해만 주가가 150% 이상 급등하며 시장가치가 1조8200억 달러 이상 불었다. 그런만큼 시장에선 더 놀라운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이 지난 몇 분기 동안 가장 공격적인 기대치조차 뛰어넘은 엔비디아에 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비록 월가 예상치를 넘는 실적을 냈으나 그 폭이 작아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높였다는 뜻이다.
향후 매출 전망치는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더 자극했다. 엔비디아의 2분기 대비 3분기 실적 증가폭(8%)이 시장 기대치와 고작 3% 밖에 차이가 안난다는 것이다.
왠만한 실적향상만으론 높아질대로 높아진 엔비디아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더다는 얘기다. 게다가 3분기 매출총이익률 예상치가 75%로 시장전망치(75.5%)보다 낮게 나타난 점이 불난집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주 전반에 '충격파'...3분기도 큰 기대 어려워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은 다른 AI 관련 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브로드컴과 AMD 주가가 각각 2%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이 1%씩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발 주가폭락 여파가 관련업체로 확산하며 전체 시가총액이 총 1천억달러 줄었다"고 보도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대 협력업체인 SK하이닉스 주가는 29일 오전 전일대비 6% 이상 급락한 채 거래 중이다. 같은시간 삼성전자 역시 전장에 비해 2~3%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시총 1, 2위 종목의 부진 속에 코스피지수도 1% 가까이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당분간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기술주들을 웃고울릴 전망이다. 모닝스타 주식 전략가 마이클 필드는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에 충격파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이달초 급변동에서는 거의 회복되긴 했지만,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뉴욕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엔비디아 실적을 이제 미국 고용보고서 같은 주요 경제지표만큼이나 중시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미국 증시를 들었다놨다할 정도로 막강해졌다는 방증이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가 거시 지표 달력에서 매우 중요한 이벤트가 됐다"며 "최근 실적 발표 후엔 미국 고용보고서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때와 비슷한 시장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실적은 3분기까지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대체로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을 320~3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AI칩 호퍼(Hopper)의 주문이 꽉 찬 상태에서 공급능력(캐파)을 갑자기 늘어나지 않고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차세대 AI칩 블랙웰(Blackwell)이 출시되는 4분기(11∼1월)엔 좀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블랙웰은 기존 호퍼시리즈 보다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 AI시장의 다시한번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블랙웰이 호퍼시리즈에 비해 공급가격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엔비디아가 같은 캐파에서 평균판매가격이 높아지면 매출과 이익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이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블랙웰 칩 샘플이 이미 오늘 전 세계로 나가고 있다"며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웰 공급을 크게 늘려나갈 것"이라며 일부의 생산지연 가능성을 일축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증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높아진 엔비디아가 증시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며 다시한번 도약하며 글로벌 기술주들을 힘차게 끌어당기는 것은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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