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올해 연구개발(R&D) 관련 예산 축소로 불만이 높은 과학기술계를 달래기 위한 또 하나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일부 과기전문 대학원에 적용되고 있는 학생연구장려금, 이른바 스타이펜드(Stipend)를 단계적으로 일반 대학 이공계로 확대하고, 대전에 대덕연구단지에 이은 제2의 연구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지난달 5일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을 신설하고 임기중에 R&D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데 이은 윤 대통령의 두번째 이공계 지원 공약이다.
이를 두고 야권과 과기계 일각에선 4.10총선을 앞두고 과기계의 성난 민심, 즉 '과심(科心)달래기용'란 지적을 받고 있지만, 위축된 이공계의 사기를 높이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시의적절한 정책적 판단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공계생에 생활장학금 지원…석사 80만원·박사 110만 원
정부가 국가 R&D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에 매달 일정 금액의 장려금을 보장하는 학연장학금을 전면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이공계에선 '스타이펜드'란 용어로 널리 알려진 이 제도는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이 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운영중이다.
국내선 2019년 9월부터 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학기술원 등에 일부 도입됐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대전 ICC호텔에서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과학 수도 대전'을 주제로 12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공계 학생들이 학비나 생활비 걱정을 덜고 학업과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기계 20년 숙원인 연구생활장학금 지원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면서 "국가R&D에 참여하는 모든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석사는 매월 최소 80만원. 박사는 매월 최소 110만 원을 빠짐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함께 기존에 학부생만을 대상으로 했던 대통령 과학장학생 선발 기준도 석박사과정에 밟고 있는 대학원생까지 확대키로 했다. 장학금 규모는 1인당 연평균 25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 대학원은 개별 연구실 여건과 상황, 연구과제 참여 정도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라 연구 몰입 여건이 떨어진다고 보고, 대학 차원의 지원체계인 학생 인건비 풀링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풀링제란 국가R&D 과제의 인건비를 연구책임자별 혹은 기관별로 통합 관리해 학생연구원이 과제에 참여하지 않아도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정 금액을 보장하고, 그 이상은 연구실 여건에 따라 추가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가 R&D시스템이 민간이 하기 어려운 원천 기술과 실패를 상관없이 도전적·혁신적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개혁하고 있다"며 혁신 과정에서 지원이 줄어들 것정은 안해도된다고 설명했다.
◆출연연 전문행적인력 늘리고 기관장 권한 강화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기초 및 응용 과학기술 연구의 구심점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대한 지원책도 내놓았다.
우선 대전 소재 16곳을 비롯해 26개 출연연이 지난달 공공 기관에서 해제된 것을 기점으로, 모든 출연연을 관리 중심에서 연구자 중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연구원 정원과 총 인건비, 채용 방식 등 기존 공공기관 시절 적용돼온 각종 규제를 전면 철폐, 자율성을 제고하고 세계적인 연구자 영입을 위한 특별 채용을 허용키로 했다.
이에 필요한 인건비와 정원은 과기정통부 체계를 도입하고, 기술료를 인건비로 집행하는 것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출연연의 기관장 권한도 대폭 강화된다. 출연금 과제 간 예산을 자율 조정해 원하는 연구 분야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현재 출연연 주요 사업이 대과제, 중과제, 세부 과제 등으로 세분류돼 있고 이들 과제 간 예산이 다른 과제로 옮겨갈 수 없다. 이를 두고 과기계에선 재량권을 해치는 구조란 지적을 받아왔는데, 정부가 전향적으로 수용한 셈이다.
출연연 연구자가 행정업무에 신경 쓰지 않고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전문 행정인력 지원도 강화된다.
연구 행정업무가 점차 전문화, 다양화함에 따라 일선 연구자들이 행정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와함께 각 출연연의 폐쇄적인 장벽을 낮추기 위해 개방형 협력 체계로 전환한다는 목표아래 올해 1천억원을 투입,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을 운영키로 했다.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각 요소기술의 컨버젼스화 대응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2 연구단지 조성에 가속페달을 밟기 위한 세부계획도 내놨다. 현 대덕단지와 별개로 유성구 교촌지구 일대를 나노·반도체 중심의 제2연구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교촌단지는 지난해 국가산업단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곳으로 현재 사업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를 거쳐 2026년 상반기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고, 추후 연구개발특구로 편입한다는 목표다.
◆제2연구단지 조성 가속페달....충청권 CTX사업도 속도
제2연구단지는 연구개발에 중점을 둔 대덕연구단지와 달리 연구성과 기반의 창업 특화 공간으로 육성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를 위해 입주 기업에 법률과 금융 등 R&D서비스 패키지 지원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 1특구와 신설되는 2특구를 모두 묶어 나노,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산단과 연구개발특구 지정에 필요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와 인허가, 각종 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고, 조기 제2연구단지 조성을 위해 관계 기관 및 지자체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전의 과학기술 성과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접근성과 연결성을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대전의 과학기술, 세종의 행정기능, 청주의 바이오반도체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광역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대전-세종-청주를 잇는 '충청CTX'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키로하고 최대한 빨리 검토해서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4월 민자사업적격성 평가가 완료되는 대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조기에 사업을 착수하겠다"면서 "2026년부터 대전 철도 지하화 기본계획을 마련, 임기안에 착공 기반을 갖추는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학 수도 대전이 우수한 과학 인재와 탄탄한 출연연, 그리고 첨단 연구소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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