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에 매듭 짓겠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출범을 두 달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최고 치적중 하나로 내세우는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트럼프가 집권과 동시에 칼을 대기 전에 매조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내년 1월20일 트럼프 취임식 전에 당초 약속된 보조금 지급 문제가 확정되길 바라는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식전 남은 300억달러 조기 지급 확정 목표
바이든 정부가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 보조금 지급을 마무리짓기 위해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보조금 용도로 남은 예산 약 300억 달러(약 42조 원) 전액을 다 써 내년 초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계획 철회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목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칩스법)에 근거한 보조금 프로그램과 관련, “우리가 떠나는 시점까지 (기업에 주기로) 약정한 자금의 거의 전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싶다”고 강조했다.
러몬드는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하기 전에 50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중 지출되지 않은 자금을 가급적 다 써야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 산업정책 유산이 공화당에 의해 손상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문제가 바이든정부의 마지막 긴급 임무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기업들에 할당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열심히 협상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8월 서명한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거나 투자하는 기업에 생산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총 527억 달러를 5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생산 보조금의 경우 대부분 기업 배정이 끝났지만 거쳐야 할 정부 협상이 워낙 복잡해 실제 지급되지 않은 액수가 3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상무부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텔,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최종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 막판 보조금 협상 필사적...산업부, 외교채널 풀가동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몬드 장관은 최근 직원들에게 주말에도 일할 것을 지시하고 기업과의 막바지 협상에 더욱 속도를 붙이기 위해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몬드 장관은 이와관련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분명한 데드라인(마감시한)”이라며 “모든 연구·개발 자금도 우리가 떠나는 시점까지 지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조금이 일단 지급된 뒤에는 법적 구속력이 생겨 의회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되돌리기 힘들다는 게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의 해석"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의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트럼프 당선자의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달말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대담에서 정부가 반도체 공장 투자 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수입 반도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장려에 더 유리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반도체 보조금은 너무 나쁘다.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건 옳지 않다. 10센트도 낼 필요 없다. 조세정책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보조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K반도체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이미 미국 투자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에 만에 하나 바이든 정부가 약정한 보조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미국내 공장건설 등 모든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반도체업계는 이에따라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미국 차기 정부와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불확실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보조금의 조기집행을 위한 외교채널을 풀가동하고 있다.
안덕근 통상산업자원부장관은 지난 20일 SK하이닉스 김동섭 사장, 삼성전자 지현기 부사장 등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미 양국이 반도체 동맹으로서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보편관세 도입, 반도체 투자보조금 축소·폐지 가능성에 관한 업계의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서 안 장관은 "미국은 주요 반도체 시장으로 우리 기업들의 핵심 투자처인 만큼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칩스법 '초당적' 통과사안..."트럼프 보조금 철회 가능성 기우"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조바심이 과도한 기우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반도체 보조금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만, 쉽사리 보조금 정책 자체를 철회하기는 어려운 몇가지 사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2년전 칩스법이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을 포함해 초당적 지지로 의회를 통과한 부분이다. 트럼프가 의회까지 장악하며 완벽한 독주체제를 구축한 채 집권2기를 맞는다해도, 공화당이 지지한 칩스법을 전면무시하고 보조금을 없던일로 되돌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공급망 확충이 미-중간의 첨단산업 패권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러몬도 장관은 이와관련, “칩스법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프로그램이며 그래서 지금까지도 초당적으로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반도체 보조금 수혜 기업 상당수가 공화당 소속 의원과 주지사의 지역구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보조금을 철회하고 싶어 하더라도 지역구와 관련된 예산이 취소되는 것에 민감한 공화당 의원들이 그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주 오하이오와 뉴멕시코, 뉴욕, 오리건의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보조금이 "적기에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향후 30일 이내에 보조금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우선주의와 신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정부 시즌2 개막을 앞두고, 대한민국 경제의 최대 핵심인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 반도체보조금 문제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날 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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