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속기용 핵심 메모리 HBM 시장 최강자 자리를 꿰찬 SK하이닉스의 독주체제가 최소 1년간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부동의 1위임에도 HBM분야에서 선두 하이닉스를 맹추격중인 삼성전자가 당분간 하이닉스의 장벽에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HBM 등 AI용 메모리는 당대 반도체 시장의 최대 '노른자위'다. 3분기 실적악화에 주가가 5만원까지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긴 삼성의 메모리사업 앞날이 그리 밝지 않다는 의미와 같다.
◆"하이닉스, 엔비디아 납품실적에 수율도 안정권"
생성형 AI시스템의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은 HBM 시장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향후 1년 간은 하이닉스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와카스기 마사히로와 서실리아 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HBM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도전할 가능성이 작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보고서는 삼성이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대한 HBM 공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하이닉스의 상황을 비교해 삼성에 대한 잿빛 전망을 내놨다.
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대해 안정적으로 HBM을 납품하고 있는 실적과 80%에 가까운 5세대(HBM3E)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하이닉스의 HBM 주문은 2026∼2027년까지 부킹(예약)돼 있으며, 올해만도 16조∼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여기에 하이닉스의 대규모 설비투자도 HBM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은 HBM시장에서 하이닉스를 따라잡을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12단 5세대제품 납품을 위한 퀄테스트(최종승인)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에 테스트를 완료하고 3분기부터 납품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분기를 지나 4분기에 진입했지만, 퀄테스트 통과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은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인정했다. 테스트가 정상절차를 밟고 있다는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삼성의 12단 5세대 제품 승인이 늦어지는 사이 하이닉스는 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AI 가속기용 HBM이 5새대 제품이 주력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삼성의 HBM, 나아가 메모리부문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짐작케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9조1천억 원에 영업이익을 내는 데 HBM 실적부진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와 일맥 상통한다.
◆엔비디아 삼성제품 승인 시점이 최대 변수
삼성은 하이닉스 추격은 커녕 메모리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에도 역전당할 위기에 봉착해있다. 최근 마이크론의 HBM 부문 평가 가치는 지난해 40억 달러에서 내년에 250억 달러로 6배 이상 높아졌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하이닉스의 차입 축소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를 포함한 지정학적 위험이 하이닉스의 HBM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하이닉스의 4세대(HBM3) 및 5세대 HBM 제품은 주로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에 사용되는 데 이는 이미 중국 판매가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블룸버그 연구소의 보고서 외에도 지난 12일 일부 외신이 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신형 AI칩 '블랙웰'의 향후 12개월치 물량이 완판됐다고 보도했다.
블랙웰과 짝을 이루는 HBM은 삼성이 그토록 애타게 엔비디아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12단 5세대 제품이 적용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개발은 삼성이 빨랐으나 양산은 하이닉스가 먼저 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하이닉스는 지난달 현존 HBM 최대 용량 36GB의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하며 추격자인 삼성에 적지않은 심리적 타격을 가했다.
하이닉스의 선제 공격에 엔비디아향 12단 5세대 HBM 최종 테스트 지연으로 더욱 궁지의 몰린 삼성전자가 이같은 부정적 전망을 보란듯이 뒤집을 수 있을 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일반 범용 메모리와 달리 주문제작형으로 공급되는 HBM은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만들기만하면 팔리는 범용 메모리와는 개념이 다르다. 특히 납품에 앞서 반드시 수요 업체의 여러 단계에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엔비디아가 삼성 12단 5세대 제품에 대해 언제 '최종 합격증'을 내줄 지와 얼마나 빠른 시간안에 수율을 경쟁사 수준만큼 끌어올리느갸가 블룸버그 등이 주장하는 하이닉스 '1년 독주설'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HBM 부문에서 생각지도 못한 '2류'로 전락한 삼성은 최근 조직개편과 부문장까지 교체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과연 삼성이 앞으로 1년간은 HBM에서 하이닉스를 못따라간다는 예상을 뒤엎고 하이닉스와 힘겨운 HBM경쟁에서 어떻게 접전양상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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