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이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최대 유통그룹 신세계의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8일 공식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의 후계자로서 1995년말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이사로 입사한 이후 29년만이다. 200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담당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만에 '부회장딱지'를 뗀 것이다.
정 회장의 승진으로 모친인 이명희(81)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올라섰다. 정 총괄회장은 당분간 총수(동일인) 지위를 유지하며 정 회장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원톱체제' 공고히...정유경 총괄사장 인사 배제
정 회장은 사실 2010년부터 신세계 주주총회에서 공식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명실상부 총수 역할을 맡아왔다.
삼성가(家) 3세 정 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나 있어 일찌감치 후계자 길을 걸어왔다.
이런 점에서 표면적으로 이번 승진은 정 회장의 타이틀만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바뀌었을 뿐, 그룹내 입지나 역할이 크게 달라지는 것 없다.
그러나 정 회장의 이번 승진은 그의 위상과 명분을 살려줌으로써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 급변하는 유통시장 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신세계그룹의 또다른 경영 축으로서 신세계백화점, 면세점, 패션 부문을 총괄하는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정 회장의 '원톱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재계 안팎에선 작년 9월 경영전략실 인사를 직접 관장하며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정회장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그룹 장악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의 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실 정 회장은 동년배 재벌 총수들에 비하면 회장 승진이 비교적 늦은 편이다.
과거와 달리 그룹총수들이 갈수록 젊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권한과는 상관없이 '부회장' 타이틀을 유지하는 게 달가울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사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970년생), 구광모 LG그룹회장(1978년생) 등 적지않은 주요 대그룹 총수들이 정회장보다 어린 나이에 일찍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최태원 SK회장(1960년생)은 마흔이 채 안된 1998년 회장에 승진했다.
특히 정 회장과는 외사촌지간이자 같은 나이(1968년생)인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부회장을 단 지 10년만인 지난 2022년에 회장 타이틀을 단 것 보다도 2년 가량 늦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은 경복고 동기동창이자 범 삼성가 패밀리로서 친분이 두터울 수 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묘한 승부욕에서 비롯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커머스 급부상 따른 위기상황 대응책..."혁신 새 화두"
이처럼 정 회장은 승진이 대외적으로 '명분용'이라면 대내적으로는 유통시장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따른 신세계그룹의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유통시장의 최대 큰손이지만, 모바일쇼핑 등 이커머스의 급부상으로 에서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게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쿠팡 등 이커머스가 급성장을 거듭하며 토종 유통 공룡인 신세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매출 31조8천억원으로 이마트(29조4천억원) 매출을 사상 처음 추월한게 이같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마트는 특히 지난해 연결기준 사상 첫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그룹이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게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유통경쟁이 날로 격화하면서 신세계그룹에 과거에 비해 훨씬 강한 위협 요인이 쏟아지는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신세계측은 이와 관련, "이번 인사를 계기로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적지않은 변화가 예고된다. 앞서 정 회장은 작년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콘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혁신을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화두로 던진 정 회장이 이번 승진을 계기로 어떤 변화를 실천에 옮길 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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