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양대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SK는 20일 이노베이션과 E&S 합병 보도와 관련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합병설에 주가가 급등하자 내놓은 원론적인 공시를 낸 것인데, 재계 안팎에선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사 합병시 자산규모만 106조원...재계 8위 수준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문제는 이달 28~29일 이틀간 이천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그룹경영전략 회의에서 보다 진전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략회의의 핵심 어젠다가 그룹의 미래 성장전략과 함께 200개가 넘을 정도로 비대해진 계열사 교통정리를 통한 사업재편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만약 SK그룹이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을 단행한다면 자산 기준 100조원이 넘는 거대 종합 에너지업체가 탄생한다. 양사 합계 자산은 106조원 달한다. 한화그룹에 이은 재계 8위의 수준이다.
SK그룹이 양사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SK하이닉스), 통신(SK텔레콤)과 함께 그룹의 3대 축중 하나인 에너지사업 전반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주축사로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다. E&S는 LNG발전·신재생에너지 등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한다.
이노베이션이 E&S를 품는다면 전통적인 화석에너지부터 미래 에너지에 이르까지 에너지사업 전반을 모두 아우우르는 에너지 공룡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최근 SK이노베이션으로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노베이션 재무구조개선과 SK온 부양 '일석이조'
알짜배기 기업인 E&S와의 합병은 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와 함께 현금 창출력을 크게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S는 지난해 영업이익만 1조3천억원대를 올렸을 정도로 SK계열사중에서도 재무구조가 탄탄한 우량 계열사로 꼽힌다. E&S의 합병으로 이노베이션의 신성장동력이자 그룹이 또다른 미래 먹거리로 육성중인 2차전지(배터리)사업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배터리 전문 자회사 SK온은 지난 4년간 20조원 가량을 쏟아부었음에도 9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흑자전환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자회사간의 추가 합병으로 SK온이 적자행진에서 탈피, 흑자구조를 시현하고 상장에 성공한다면, 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과 SK온의 투자금 확보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널리 알려진대로 배터리 부문은 반도체와 함께 최태원 회장이 유달리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과 동시에 E&S의 자회사인 나래에너지서비스와 LNG중개·판매업체인 프리즘에너지 등을 SK온에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은 무분별한 중복투자·사업으로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과감한 통폐합을 통해 핵심사업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비춰진다.
SK그룹은 현재 반도체·인공지능(AI) 등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숙적 삼성전자를 넘어선 AI용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설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열사수 삼성의 3배 이상...교통정리 필요성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전체적은 그룹의 사업 재편과 함께 커질대로 커진 계열사에 대한 교통정리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기준 공정위의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소속회사 변동 현황을 보면 SK 계열사수는 무려 213개에 달한다. 이는 재계 1위의 삼성그룹(63개)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현대차아 LG도 계열사는 각각 67개와 63개에 불과하다.
사실 SK그룹은 최근 5~6년새 계열사를 크게 늘려 몸집은 불렸으나 체력은 그만큼 부실해졌다는 얘기가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총체적인 계열사 구조조정, 즉 리밸런싱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재계에선 SK그룹이 그동안 중복 투자가 많았고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배터리, 에너지,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경영진 회의에서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되는 회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이 과연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을 포함, 어느 수준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단행할까. 그 대략적인 윤곽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그룹경영전략 회의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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