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경 한국권투연맹 회장
“한국 프로복싱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중흥의 동력 상실한 복싱계 ‘개탄’…한국권투연맹 출범시켜
“대진료 대폭 인상, 시합 활성화, 공정한 조직과 심판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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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은 한때 국민적 치유 프로그램이었다. 고단한 일상을 잊게 하는 최고의 오락이자, 카타르시스였다. 그저 즐길 거리에 그치지 않고, 나와 공동체의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한 바탕 축제였다. 그런 프로복싱이 이젠 ‘3D스포츠’로 밀려나, 옛 영화(榮華)만 되새김질하는 회한의 처지가 되었다. 권투인들 사이에서도 “이래선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권투인들 일각의 갈등과 내홍을 딛고 새 출발해야 한다는 외침도 컸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사)한국권투연맹은 그런 결의에 찬 실천 행렬의 맨 앞에 있다. 이인경 회장은 “내 뼈 한 조각이라도 헌신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프로복싱 르네상스를 기약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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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세계 챔피언을 배출하며 국민 스포츠로 위상을 떨쳤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회고만 해선 안 되겠죠. 프로복싱의 옛 전성기를 오늘에 되살려야 합니다. 온전히 그건 우리 권투인들의 몫입니다.”
이 회장은 “전국 일선에서 옛 명성을 되찾고자 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는 관장님들, 프로모터, 선수 여러분들과 함께 한국복싱을 살리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사)한국권투연맹(이하 ‘연맹’)의 태동 의지를 밝혔다.
이 회장도 그 태생부터 권투인이다. 젊은 시절 아마추어 복싱선수로 입문, 프로에서 활동하다 은퇴했다. 그 후 WBA 아시아수석부회장을 8년이나 지내는 등 국내외적으로 한국복싱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힘써왔다.
“기존의 복싱 단체의 내분과 갈등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죠. 그래서 뜻이 맞는 전국의 지도자들과 체육관장들의 힘을 모았죠. 새로 ‘한국권투연맹’을 결성한 겁니다.”
이 회장은 “그로기 상태의 한국 프로복싱을 살리기 위해선 그 길 밖에 없었다”며 필연적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연맹이 출범할 당시 호응도 컸다. 기존 단체 회원들 대부분과, 전국 체육관의 80%가 새로 출범한 연맹으로 합류하면서 사실상 한국 프로복싱계의 구심체로 거듭난 것이다. 이 회장은 “기존의 어떤 단체보다 많은 경기를 개최하고, 선수들 지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뼈 한 조각까지 바쳐 복싱 부흥 헌신”
이 회장의 취임사 ‘뼈 한 조각’ 발언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그는 “저 역시 복싱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침체 일로의 한국 프로복싱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며 “많은 고민끝에 ‘내 뼈 한 조각’이라도 헌신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를 수락하게 되었다.”고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최근 울산 ‘IBF 세계타이틀 전초전’ 현장에서도 이 회장은 “‘뼈 한 조각’까지 바칠 각오로 모든 걸 바치겠다”고 변치않은 다짐을 주변에 내비쳤다.
“국민스포츠였던 프로복싱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죠. 그 중 급속한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경제적으로 살만하게 되니까 어렵고 힘든 복싱을 하려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겁니다.”
이 회장은 “침체의 정도가 거의 ‘제로’ 수준의 바닥을 치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이젠 상승세를 탈 일만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극단적인 침체의 나락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복싱 부활의 ‘터닝 포인트’가 아니겠냐는 기대감이다.
이런 희망섞인 예측과 함께 “더 이상 한국 프로복싱이 좌초되어선 안 된다”는 모진 각오로 작년에 회장직을 수락한 것이다.
실제 연맹 출범 무렵까지 프로복싱계는 내홍과 갈등으로 인한 내상(內傷)이 컸다. 프로복싱의 미래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과 노선은 소송과 다툼으로 비화되었다. 정작 프로복싱 부흥을 위한 동력은 상실되고 말았다. 이 회장은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권투계가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지향하며 전진하기 위해선 새로운 출발이 필요했다”고 돌이키며 “그런 비전과 목표의 실현을 위해 한국권투연맹이 어렵사리 출범한 것”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더 이상 ‘헝그리 복서’ 시대는 없다”
이 회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그런 각오에 걸맞는 약속을 선포했다. 그리곤 “약속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겠다”고 예의 ‘뼈 조각’ 다짐을 곁들이며 재차 강조했다. 그가 ‘공약(空約)’아닌 ‘공약(公約)’임을 확약하며 밑줄 그은 내용들은 하나같이 복싱계의 시급하고 절박한 현안들이었다. 조직과 운영, 선수들의 처우와 위상 제고, 경기 활성화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이 회장이 특히 작심하고 있는 것은 선수 대전료 인상과 현실화, 그리고 경기 활성화 두 가지다. 아예 그는 “시합이 활성화 되고 선수 대전료가 인상되는 건 본 단체의 최대 목표”라고까지 했다. ‘헝그리 복서’시대의 종언을 공약한 것이다.
“미국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필리핀 매니 파퀴아오는 21세기 프로복싱의 양대 ‘아이콘’이죠. 그 두 사람이 곧 경기를 앞두고 있어요. 그들 대전료만 2억 달러입니다. ‘1초당 1억원’의 대결입니다”
이 회장은 “대전료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 복싱 발전의 ‘모티브’이며, 복싱에 대한 사회적 척도의 문제”라며 한 달 앞둔 ‘세기의 대결’에 비교했다.
그래서 내세운게 선수 대전료 ‘최저지급제도’다. 이는 프로모터가 경기를 앞두고 ‘최저 대전료제도’를 반드시 준수토록 한 것이다. 총 대전료를 연맹에 사전 공탁, 연맹이 경기 후에 지급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의무적으로 선수와 매니저, 프로모터가 사전에 ‘시합계약서’를 작성해야만 경기를 승인하도록 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대전료를 최소 2배 이상, 대폭적으로 올릴 것”이라며 “기업체들의 후원도 적극 유도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협의해 수익 모델도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료 인상과 함께 ‘시합 활성화’도 이 회장과 연맹이 심혈을 기울이는 과제다.
“흔히 일선 관장님들은 ‘시합이 없어서 선수를 육성하지 못한다’고들 합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죠. 일선 관장님들의 그런 탄식을 종식시켜야 합니다. 시합 활성화는 그래서 절실한 문제죠”
이 회장은 “나아가선 한국 프로복싱의 활력을 소생시키는 핵심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 말처럼 연맹은 출범 후 두 달마다 한 차례씩 4라운드 신인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한 차례씩 전국 신인왕전도 연다. 이미 작년 12월부터 한 달 간 충남 예산에서 제 1회 신인왕전을 열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한국 타이틀매치를 주최하는 프로모터에겐 대전료 일부를 지원한다. 단독 또는 연합으로 일선 등록 관장이 4라운드 신인전을 개최하면 ‘프로모터 등록비’를 면제해준다. 경기 인정료도 50% 할인해주고, 프로모터 등록비도 대폭 깎아준다.
국제적 외연 넓히고, 복싱인 소통·화합 힘써
연맹은 국제교류전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고, 한국 복싱계의 외연을 ‘글로벌’ 수준으로 넓힌다는 비전의 일환이다.
‘한·일 루키대항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필리핀, 멕시코, 러시아 등 각국 복싱 기구와의 연계를 통한 교류전도 수시로 갖는다. 특히 국내 유망주들이 세계 4대 복싱기구의 세계 랭킹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세계 4대 복싱기구 총회마다 참석키로 한 것도 이런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 회장은 또 복싱인의 소통과 화합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그간 반복되어온 복싱계 내부의 반목과 다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실천적 의지의 표현이다.
“‘복싱인 가족 체육대회’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화합을 도모하겠습니다. ‘복싱인 간담회’도 분기별로 한 차례씩 열기로 했습니다. 복싱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연맹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죠”
이 회장은 또 ‘투명하고 공명정대한 집행부’의 구성과 운영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로 그가 취임한 후 공표한 인선(人選)은 대체로 고개를 주억거릴 만한 면면을 갖췄다. 정실이나 ‘패밀리’ 위주의 관행을 과감히 뿌리뽑은 것이다. 특히 회장과의 인간적 유대나 친소 관계 따윈 철저히 배격했다. 현재 유명우 실무부회장과 우람엔지니어링 최승조 대표가 수석부회장으로 연맹의 변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
심판은 경기의 질과 공정성을 높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곧 경기 활성화라는 이 회장의 공약과도 맞닿는 대목이다. 역시 “사명감과 공명정대한 심판부를 관리하고,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애초 내걸었고, 현재도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개모집을 통해 국제심판진을 구성했고, 심판위원장도 공적 검증과 동의를 바탕으로 선출했다. 매 분기별로 한 차례씩 심판 간담회를 가지며, 국제기구 타이틀 매치마다 심판진을 파견토록 했다. 날로 시야가 넓은 정보를 접하고, 국제적 경험을 축적해 심판 역량을 높여간다는 복안이다.
“한국 프로복싱, 모든 것 새로 시작”
이 회장은 치밀한 전국 차원의 조직 네트워크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전국의 회원 체육관 등록제를 통해 상생과 공존의 대명제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권투연맹 KBF 공인 등록체육관’으로 홈페이지에 공지함으로써 나름의 공신력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수련과 양성 시스템을 검증한 후 등록된 체육관에 대해선 별도의 ‘라이센스’를 발급한다. 혹은 각 지회별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등록과 자격 부여가 결정된다.
이 회장은 “한국권투연맹은 우리 선수들과 권투인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출범했다”면서 “전국 대다수의 체육관과 관장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등록제’ 본연의 의도를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공인된, 수준높은 체육관은 곧 연맹의 자존감이며 복싱계의 독보적 권능, 그 자체란 뜻이다.
이 회장은 “다행히 날로 신인 유망주가 많이 발굴되고 있다”고 복싱계 앞날을 낙관했다. 특히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연맹이 주도하는 각종 경기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져 더욱 반가운 마음이다.
그런 시합 때마다 이 회장도 마음만은 링 위의 선수들과 함께 있다. 최근 있은 WBC YOUTH 슈퍼밴텀급 챔피언 김예준 선수의 경기도 그랬다. 이날 김 선수는 상대방을 제압하며 승리를 거뒀지만, 이 회장은 따끔한 훈계를 아끼지 않았다.
“가능성은 많아요. 하지만 불만스런 점도 있죠. (이 선수가) 그 동안 시합을 잘해왔으나 오늘은 영 아니네요. 날아오는 펀치를 몸으로 피하기보단, 다리(푸드웍)로 피해야 다음 동작으로 쉽게 연결되는데…. 그럼 마치 흐느적거리고 힘빠진 것처럼 보여요”
이 순간만은 그는 ‘회장’이 아니라, 영락없는 ‘복싱인’이며 복싱 전문가다. 그것도 현역이나 다름없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는 한국권투의 한 축을 짊어진, 묵직한 하중의 (사)한국권투연맹 회장이다. 그래서 “한국 프로복싱의 꿈과 미래를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고 취임 당시의 초심을 늘 환기시킨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와 평판도 각양각색일 듯. 하지만 이 회장 체제의 한국프로복싱, 그 내일에 거는 복싱계의 기대는 분명 크다. 그 기대만큼 ‘내일’에 거는 이 회장의 확신도 분명하고 단호하다.
“한국권투연맹은 한국 권투계의 비전을 실천할 겁니다. 이를 위해 실현 가능한 목표들을 세워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그래서 명실상부하게 한국 권투계를 대표하는 기구로 우뚝 설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이인경 회장 호(號)의 세계를 누비는 항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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