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경기 불황의 ‘출구전략’ 될까?
‘지하경제 양성화’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박근혜식 경제정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바로 ‘창조경제’다. 이전 MB정부의 성장 위주 경제정책과 차별점을 보이는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와 ‘박근혜식 복지’를 아우를 중요한 ‘슬로건’이기도 하다. 물론 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재원 마련’. 이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 이른바 ‘지하경제’의 양성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경제 활성화와 복지실현의 일환으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새 정부는 별다른 증세 없이 135조 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려면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필수적인 단계로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의 실현에 부정적이거나 후폭풍 때문에 오히려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도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새 정부 복지재원의 ‘마중물’ 될 ‘지하경제’ 양성화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 논란을 예상한 듯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4% 수준”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다. 더욱이 “지하경제 양성화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박근혜 정부의 야심찬 재원마련 프로젝트라는 게 대선 후보 시절 캠프의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는 대선 토론회에서도 박 대통령 본인이 직접 언급했던 부분으로 특히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가장 시급한 데 증세를 통해서가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박 대통령의 입장이기도 했다.
사실 한국사회 곳곳의 많은 분야들에 끼어 있는 잘못된 관행들이 어떻게 보면 다 ‘지하경제’라는 데 이견을 보일 이는 없다. 여기에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지 ‘지하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민주화’의 실현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는 여야 후보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부분이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민주당의 정동영 후보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대를 경제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들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견해가 팽배한 상황에서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 이와 같이 강조한 것을 미루어 보면, 그나마 반쪽짜리 복지일지언정 실현시키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는 대목.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에 대해 여당은 국내총생산(GDP)의 24~29%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들과 국책 연구기관, 경제학자들은 이보다 약간 낮은 17~25% 선이 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이 비율만큼 세금으로 거둬들여야 할 재원이 출혈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연간 약 8조원 규모로 잡고 있다. 5년 동안 40조원의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새 정부가 공약한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전체 재원 135조원의 30% 규모로 작은 규모는 아니다.
논란 많은 ‘지하경제’ 범위 명확히 해야
‘지하경제’의 범위는 사채나 마약 거래, 도박, 매춘 등 불법적인 경제활동과 탈세 등 합법적이지만 정부기관의 공식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음성화된 각종 경제활동을 아우른다. 때문에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 음성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시장의 규모와 범위, 이 시장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징세 규모 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조세전문가들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에 ‘지하경제’를 전담할 전문기관을 두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참여연대 강병구 조세재정센터소장은 “별도의 전담조직 구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핀란드의 경우 지하경제 조사국 등 전담기구를 두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이 요구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의 현금거래정보 접근권을 적극 허가하되 세무권력의 비대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국세청의 정보이용에 대한 오․남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 음성화된 지하경제의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1년 탈세와 자금세탁 혐의가 포착된 거래는 무려 32만 9,000여 건으로 이 가운데 국세청에 자료가 제공된 것은 전체의 2.3% 수준인 7,500여 건. 포착되지 않은 돈의 흐름은 이보다 최소 서너 배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개인의 금융정보 침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금융위원회와 검찰이 쥐고 있는 현금거래정보 접근권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본질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는 것.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사채나 도박 등 ‘지하경제 양성화’의 주된 타깃이 될 불법적인 검은 돈보다 저소득 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자영업자들의 경우 소득의 70% 가량이 세무당국에 신고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칫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간이과세제도’를 손볼 경우 연매출액 4,800만원 미만의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 따라서 이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후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하경제’의 범위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일정한 범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
‘유흥업소 접대비’에 대해 무조건 지하경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유흥업소의 세금 신고’가 정착됐기 때문에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배치되는 게 오늘의 현실. 또 현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지하경제의 단면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어 ‘지하경제’의 명확한 기준 설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하경제의 한 요소로 성매매가 지적되는 만큼 지하경제 양성화는 성매매 합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억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당장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실무적 접근보다는 명확한 기준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지하경제’도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과의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수위원회 국민참여센터에 올라온 의견을 보면, 현재 실질적 비과세 영역으로 남아있는 종교인 과세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 주식보유세제를 입법화 하자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또 현금거래를 신용카드로 전환시켜 자금흐름을 투명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편, 과거 우리 정부가 ‘지하경제’의 폐해를 겪거나 일전을 치른 경우가 많다. 지하경제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1982년 발생했던 ‘장영자, 이철희 어음부도사건’였고 정부 차원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시도했던 경우는 1993년부터 시행된 ‘금융실명제’의 실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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