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합

재난지원금, 부자들이 더 많이 받아갔다

- 보편적 복지정책의 역설 -

소득상위 10%가 소득하위 10%보다 더 가져간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정치권과 재정 당국 등이 서로 엉켜서 보편과 선별로 편을 갈라 정책 대전을 치르고 있다. 이미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한 차례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사실상 2차전인 셈이다. 하지만 1차 때는 긴급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전 국민 보편지급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번에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평가와 함께 재정 여력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모든 재정지출의 원칙에서 보자면 보편성, 즉 보편적 복지가 최상의 가치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선별적 복지를 선택하면 더 효율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 대한 각종 복지 정책을 촘촘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업수당을 지급하거나 직업훈련 등을 실시해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일도 현대 복지국가의 의무 가운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OECD 국가들은 이 분야에 GDP 대비 평균 약 2%쯤을 재정에서 지출하는데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실업대책비가 급증했고, 최근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실업급여 지급액도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감염병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벌써 수십만 명이고 소득이 감소한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긴급 구난자금지출은 전례가 거의 없어서 여러모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백가쟁명식 주장이 난무하지만 불가피하게 겪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5천 년 역사상 처음 찾아왔다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여튼 이번 2차 재난지원금은 맞춤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4차 추경예산안이 제출되어 있다. 손해를 많이 본 12개 업종의 자영업자를 주된 대상으로 하면서도 기타 영세업자들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므로 어떤 업종을 주느냐, 얼마만큼 주느냐가 벌써부터 논란이다. 매출액이 초과하거나 대상 업종에서 누락되거나 한 경우에 집단 반발하고 시위까지 벌이고 있으나 어쨌든 선별지급으로 가닥을 잡았다. 3차 지원, 4차 지원을 거듭할수록 제도를 개선하겠지만 당분간은 당연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할 것이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있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논쟁에 불을 붙였을 당시와 비교하면 쉽게 연상이 된다. 물론 오 전 시장은 아이들의 급식문제를 복지문제로 이슈화 함으로써 오히려 국민정서에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 중산층 또는 중상층 이상 고소득층까지도 지급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이 1차 지원과 2차 지원의 가장 큰 관점의 차이이다. 참고로 OECD 기준에서는 중간(중위)소득 50~150%까지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통계청이 3개월마다 발표하는 가계소득동향 자료(2인 이상 비농림어가)를 보면 금년 상반기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6%(약 7만원) 정도 감소했다. <표 1> 사실상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경상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은 오히려 3.3%(16만원 이상) 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분의 2 가까이(약 24만여 원) 늘어난 공적이전소득, 주로 재난지원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코로나로 지출이 줄면서 가계흑자는 26%(28만여 원)나 증가했다.


소득하위 10% 근로자가구는 최저임금도 못 벌어
하지만 소득하위 10%와 소득상위 10%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근로자 가구의 경우 소득하위 10% 근로자가구는 일자리를 계속 잃는 가운데 최저임금 월급(1,795,310원) 대비 평균 70% 정도의 근로소득도 올리지 못했다. <표 2> 그래서 공적이전소득(주로 재난지원금)을 통해 가까스로 소득보전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소득상위 10% 근로자가구는 거의 근로소득의 변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이전소득은 하위 10%가구보다 9만4천여원 더 많이 지급받았다. 물론 가구당 가구원수 차이 때문에 재난지원금 지급 액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구당 동일액 지급이 아닌 가구원수별 차등 지급은 결국 “부자에게 더 많은 지원”이라는 정책의 역설을 낳고 말았다. 


소득하위 10% 근로자외가구는 월 70만원으로 2.3명이 생활해
근로자외가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표 3> 근로자외가구는 자영업자 및 무직 가구를 포함하는데 최하위인 1분위는 주로 무직 가구 중심이고, 최상위인 10분위는 소득활동이 활발한 자영업자가 중심이다. 1분위 근로자외가구는 금년 상반기 월평균 총소득이 겨우 70만원이다. 여러분, 놀라지 마시라. 이 돈으로 가구원 2.3명이 생활해야 한다. 그래서 매달 적자가 평균 81만여 원이다. 이 가구는 가구주 평균연령이 65세 이상인 노인이다. 그나마 폐지 등을 팔거나 가끔 노점에 나가서 했던 벌이도 시원찮아 사업소득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 대척점에 서 있는 10분위 근로자외가구는 사업소득이 작년보다 10% 감소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월평균 사업소득 565만여 원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적이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 가구는 가구원 숫자가 가장 많아서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가장 많이 지급받았다. 그리고 중소벤처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긴급 생계지원비 지원을 계속 받아서 공적이전소득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가구이다. 결과적으로 여기에도 정책의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2차 지원금이 갖고 있는 복지관, 정책적 철학은 "중상층 이상은 주지 않는다"이다.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소득상위 10% 뿐만 아니라  사실 상위 20%와 30%까지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적어도 통계청 자료에는 그렇게 나온다. 기초노령연금 하위 70% 지급원칙을 세운 이유도 나름 까닭이 있을 것이다. 이번 4차 추경예산안은 100% 빚을 내어 만드는  긴급구호재정이다. 지금 중상층 이상 고소득층까지 절박할 정도로 코로나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통계청이 내놓는 기본적인 여러 통계는 정부가 세우는 각종 복지정책의 기초를 제공한다. 세금을 걷거나 빚을 내거나 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는 있다. 가난한 자를 갑자기 부자로 만들 순 없다. 부자들을 더 배부른 부자로 만들어서는 더 더욱 안 된다.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서 힘들고, 소득이 줄어서 삶이 팍팍한 서민들의 곁에서 눈물을 닦아줄 정도면 족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는 건 오만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하루빨리 어두운 곳, 비어있는 작은 곳이라도 채우겠다는 겸손한 자세로 되돌아와야 한다. 

출처 : 데이터政經(http://www.data-on.kr)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