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끝내 의대 증원을 강행했다. 의료계 전체가 "돌아올 다리를 끊는 일"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으나 정부는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부가 20일 기존보다 2천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을 공식 발표했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의대교수들의 집단 사직 예고 등 의료계 전반의 집단행동에도 아랑곳않고 의대 증원을 예정대로 확정한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은 1998년도 입시 이후 27년 만이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급격한 고령화로 의사 부족이 예상되자 2018년과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으나,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과 집단행동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인구 변화와 사회 변화, 의학의 발달 등을 고려할 때, 의사 인력 충원 없이는 국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한 총리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가 한의사를 포함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 한의사를 제외하면 OECD 꼴찌”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2035년에는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절대적인 의료인 부족을 피하기 어려운만큼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늘려, 꾸준히 의사를 길러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주장에 대해 한 총리는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반박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정부가 의료계 반발에 밀려 의대 정원 351명을 감축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확보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지역 의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우수한 지역 병원을 적극 육성하겠다”며 “늘어나는 2000명의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 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의사단체들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 없는 독단적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은 이날 저녁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삼아 온라인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협의했다.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정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대학에 휴학계 수리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휴학계를 반려할 경우에 대비해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의료계의 향후 반발 수위가 어디까지 이를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집단사직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실행에 옮길 지도 주목된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의대별 정원 배정 발표 후 이들이 모종의 실력행사나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가 대학별 배분까지 마치며 증원을 확정한데다 국민여론도 의대증원에 찬성하는 기류가 더 강한만큼, 정부와의 재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강경 일변도의 전략으로 의대 정원이 확정 발표됨에 따라 이제 공은 의료계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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