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웅종합건설 박영자 대표
한번 시작하면 꾸준하게 지속하는 기질,
공부하며 사업 넓혀가는 정중동(靜中動)의 여성 CEO
건설 현장의 긴장을 클래식 음악 들으며 순화시키는 균형 갖춰
어떤 직업은 남녀 어느 쪽이든 구성원 대다수가 한쪽의 숫자가 일방적으로 많아 이미 직업이 성(性)의 보편적 기질을 대변하는 분야가 있다. 조금씩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가령 유치원 보모나 간호사 등은 아직도 여성의 종사 비율이 높은 직업군이다. 건설업 또한 그러하다. 기계나 장비들이 무겁고 다루기 위험하며, 육체노동이 많은 건설 분야는 남성들의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내부를 들여다본다면 이런 건설업의 특성 속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안정감으로 건설업체를 견실하게 이끌어 나가는 여성들이 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은 이런 긍정적 균열 속에서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걸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한쪽의 성별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에 처음으로 도전하거나 진출한 다른 성의 사람은 대단한 개척자이기도 할 것이다. ‘제19회 여성경제인의 날’ 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은 (주)성웅종합건설의 박영자 대표를 만난 이유다.
건설현장의 여성 CEO
(주)성웅종합건설은 토목공사, 건축공사를 비롯해 조경식재,시설물까지 아우르는 종합건설기업이다. 이 기업의 CEO는 아직 지천명(知天命)도 넘지 않은 여성인 박영자 대표다. (주)성웅종합건설을 이끄는 수장의 명함을 건네받고 이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당연히 남자일거라 짐작하며 대표실 문을 여는 사람은 순간 당황할지도 모른다.
(주)성웅종합건설 박영자 대표는 일찌감치 거친 남성들의 세계로 결정지어졌던 건설 ‘판’에서 이런 기성 편견에 균열을 내고 있는 여성 중의 한사람이다. 벌써 13년째 (주)성웅종합건설을 경영해 오고 있다.
그렇다 해도 또 다른 선입견은 금물이다. 박영자 대표가 혹시 와일드(wild)한 느낌의 여성이라고 상상한다면 그것 또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성숙하고 세련된 이미지에 웃으니 아직 소녀 같다. 장식적 수사가 아니다.
특별히 여성경제인의 날에 정부포상을 받은 소감을 물었다.
“제가 무엇을 한번 시작하면 돌아보지 않고 꾸준하게 지속하는 기질이 있어요. 건설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왕 발을 들였으니 열심히 했고 한결같이 끈기를 가지고 일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신출내기가 어느새 제법 경력이 쌓인 기업이 됐네요. 꾸준함의 성가를 알아주시니 기뻐요.”
친정 아버지의 영향으로 뛰어든 건설업
“본래 전공은 건설이 아닌데...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건설회사에 근무하셨어요. 그 회사에서 장학재단을 만들어 직원의 고등학생 우수성적 자녀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분기마다 초대해 임원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꿈과 용기를 주시고 음식제공도 해 주셨어요. 그렇게 건설회사와 접하면서 제게 건설업이 별로 멀지 않게 다가왔지요.”
박영자 대표가 건설회사의 CEO로서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이라고 한다. 올해 13년 차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전문 직종이었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야간대학교에 입학해 토목,건축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건설업 입문에 남편의 외조가 큰 정신적 지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성웅종합건설 박영자 대표의 부군은 그녀의 업계 경쟁사라고 한다. 부군도 마찬가지로 다른 법인의 종합건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야간대학교에서 만난 클래스 동기들은 지금도 박영자 대표의 소중한 조언자들이자 인적 자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건설회사의 직원 또는 현장 소장,대표 등 이미 현장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더 많은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모인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야간대학 동기들은 지금도 정기적인 교류를 하면서 각자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며 업계의 전반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박영자 대표는 사업적인 중요한 기로에 서거나 현장 갈등이 생길 때 이들에게 자문하고 상의한다고 한다. 물론 최종 결정과 선택은 박영자 대표 자신의 몫임을 잊지는 않는다.
박영자 대표는 직원들에게 건설기술 전문교육, 건설공무에 필요한 캐드교육과 입찰 실무 교육 등을 통해 직원들 각자의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기회도 제공한다.
아무리 지식을 쌓는다 해도 건설은 현장이 중요한 직종이다. 일면 남성적 사고방식이나 완력이 지배하는 곳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아무리 굳은 의지로 대처한다 해도 여성인 박영자 대표에게 벽은 있었다.
“초창기에는 현장에 있는 감독이나 근로자들이 저를 신임하지 않는 게 확연히 보였어요. 하지만 어려운 고비가 있다고 해서 놓아버리면 영영 좋은 결과는 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일관성을 가지고 일했지요.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지금은 더 열성적으로 협조해 줍니다. 아마도 여성이라서 더 섬세하고 정확하게 일한다는 장점이 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은 현장에 나가면 근로자들이 먼저 일에 대한 상의를 해오거나 현장 상황을 설명해 준다고 한다. 참고로 ㈜성웅종합건설은 현재까지 무사고 무재해 하자발생이 0%다.
모든 것에 통용되는 비법, 꾸준함과 신의
(주)성웅종합건설의 명칭 ‘성웅’에는 박영자 대표의 재미있는 의도가 들어있다.
“저는 평소에 결혼해 아들을 낳으면 ‘성웅’이라고 이름을 짓자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가 생기니 집안 어른들께서 다른 이름을 권하시더라고요. 거역할 수 없어 다른 이름을 따랐지요. 그런데 회사를 설립하면서 문득 ‘성웅’이란 이름이 다시 떠오른 겁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을 ‘성웅’으로 정하고 아들처럼 알뜰살뜰 잘 키우자는 다짐을 했지요.”그렇게 박영자 대표는 아들 같은 (주)성웅종합건설을 아이들을 키울 때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하며 성장시켜 가고 있다. 박영자 대표의 표현에 의하면 큰돈을 벌어들이진 못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조금씩 성장해가는 흐름을 타고 있다고 한다.
IMF나 글로벌 경제위기 때, 건설업 전체가 입찰이 잘 안 돼 어려운 상황일 때에도 단비처럼 입찰이 성사되기도 하고 또한 같은 업종의 지인들에서 꾸준한 신의와 믿음으로 하도급을 받아 회사의 존속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꾸준함과 신의을 보이는 박영자 대표의 조용한 힘이 작용한 터일 것이다.
관공서 입찰을 주로 하는 ㈜성웅종합건설은 그동안 전북에서 몇 십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며 금년에는 100억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금도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어려운 시기가 닥칠 때나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힘든 시기를 잘 보내지 않으면 행복은 다가오지 않는다’는 신념이었지요. 그리고 일관된 의지로 꾸준히 정진하는 거지요.”
운영 자금난을 겪을 때 형제들의 도움을 받았던 박영자 대표는 지금도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든 가족보다 더 든든한 지원군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토목에 주력하던 (주)성웅종합건설은 입찰을 통해 작년부터 공공건물을 다수 건축하였다. 그 중에서 고향인 진안군 석곡마을에 있는 30평짜리 공용 건물로 마을의 숙원사업이었다고 한다. 회사의 첫 건축물로 공공적 성향을 가진 건물을 짓게 되어 남다른 감회가 있다고 한다. 또 지난 6월에는 조경식재,시설물공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다온산업 자회사로 인수해 설립했다. 건축업의 경우 조경을 병행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효율성이 높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박영자 대표는 야간대학에서 토목과 건축을 열심히 배웠듯이 요즘은 조경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생소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사업과 연관된 공부들 역시 박영자 대표에게는 꾸준함으로 밀고 나가야 할 대상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활동에서 많은 도움 받아
박영자 대표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에 8년 동안 쉬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그동안의 성실한 활동력을 인정받아 임원인 총무이사 역할도 맡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 CEO 단체입니다. 건설,제조, 유통,서비스업 등 다른 사업이나 사업가들의 매력을 발견해 갑니다. 서로 공통된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아서 회원들 각자에게 많은 도움이 돼요. 훌륭한 네트워크도 되고요. 정말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박영자 대표는 자신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 견주어 후배 회원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돌봐주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다고 한다. 그래서 협회 모임이 있을 때는 꼭 참석하려고 애쓴다. 뿐만 아니라 현장 일용직근로자들을 위해 근재보험과 퇴직공제에 가입해 직원들의 안전과 복지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주)성웅종합건설은 직원들의 애경사에도 박영자 대표를 비롯해 전 직원이 참여할 만큼 사내 분위기도 남다르다.
박영자 대표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 개최하는 리더스포럼이나 유명인사의 강의를 통해 더 많은 지식을 섭렵하고 다른 인생관을 접하며 견문을 넓히는 일이 소중하다고 한다. 협회 활동을 성실히 하는 것 또한 박영자 대표의‘꾸준한’기질에서 발현된다.
“제 앞에 주어진 힘든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토로해도 위안은 될지언정 해결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저 자신이 해결할 일이지요. 그런 인식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은 반드시 다가오지 않을까요.”
(주)성웅종합건설을 경영해오면서 박영자 대표는 전주상공회의소 표창, 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상,지방노동청지청장표창,시·도지사상등을 받으며 매 시기마다 꾸준한 사업 활동에 대한 세간의 평판을 얻었다. ‘제19회 여성경제인의날’을 맞아 받게 된 정부포상 또한 그간의 사업적 성과에 대한 공공의 평가인 것이다.
박영자 대표는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8년째 클래식 음악감상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참석해 2시간 동안 음악에 푹 빠지고, 그와 연계된 인문학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은 건설현장에서 받게 되는 소음과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한다. 어릴 적 경찰이 되고 싶었다는 박영자 대표. 그녀의 내면에는 열정적인 에너지와 이를 평정하는 차분함이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이 절묘한 균형 감각이 박영자 대표의 변함없는 꾸준함으로 나타나는 듯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