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에 발목 잡힌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월 2%대로 내려앉은 지 한 달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새해 첫 달 2%대로 떨어지며 물가안정 목표치(2%)에 달성 기대감을 키웠으나 '금값'이 된 과일물가의 급등이 소비자물가를 3%대로 밀어올렸다.
설상가상 한동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물가상승률 둔화를 견인해왔던 석유류마저 국제유가 불안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물가로 인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소비가 또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신선과일 금값, 32년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으로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에서 고공비행을 계속하다가 지난 1월 2.8%까지 떨어졌으나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2%대를 힘없이 내준 꼴이됐다.
전월에 비해선 0.3%포인트(p) 상승했는데, 이는 작년 6월(0.3%p 하락) 이후 8개월만에 변동폭이 가장 큰 것이다.
물가가 이처럼 다시 고개를 든 것은 농산물이 주요인이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20.9% 폭등했다. 전체 물가를 0.80%p나 끌어올렸다.
농산물 중에서도 특히 과일이 문제다. 신선과일은 1년전에 비해 무려 41.2% 폭등했다. 이는 1991년 9월(43.9%) 이후 32년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품목별로는 사과가 71.0% 올라 '금사과'로 불릴만하다. 사과 대체재로 소비가 크게 늘어난 귤도 덩달아 폭등하며 1년전 대비 78.1% 껑충뛰었다.
신선과실 가격의 기록적인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지수의 세부항목 중 신선식품지수가 20.0%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도 6.1% 올랐다.
과일만큼의 오름폭은 아니지만, 채소 역시 두자릿수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2월 신선채소물가는 1년전에 비해 12.3% 올랐다. 작년 3월 13.9% 오른 뒤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농산물값 고공행진에 국제유가 상승세가 물가 반등에 기름을 부었다. 주유소 기준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은 최근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ℓ)당 1635.4원으로 직전 주 대비 8.3원 올랐다. 지난 1월 말 상승 전환한 뒤 5주 연속 오름세다.
이에 따라 그간 물가상승률 둔화의 주요인이었던 석유류물가 하락 폭이 전월(-5.0%)의 3분의 1 이하인 1.5%로 축소됐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기여도 역시 1월 -0.21%p에서 -0.06%p로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석유류가 이제 상대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생활물가도 오름세 전환...서민 부담 가중 우려
그나마 서비스 물가는 2.5% 오르며 전달(2.6%)보다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됐다. 공공서비스 물가도 2.0% 오르며 전달(2.2%)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개인서비스와 외식 물가도 각각 3.4%와 3.8% 오르면서 2021년 10월(3.4%) 이후 28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작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보다 0.6%p 높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4.5%) 정점을 찍은 뒤 올 1월 3.4%까지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넉 달 만에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5% 상승해 전달과 같았다.
이처럼 농산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생활물가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섬에 따라 서민들의 물가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 성장률의 아킬레스건인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생활물가는 당분간 고공비행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과일값이 쉽사리 잡힐 가능성이 낮은데다 국제유가 추이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물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김웅 부총재보는 6일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낮은 내수압력 등으로 추세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농산물 등 생활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총재보는 이어 "농산물 물가 흐름이 매끄럽기보다는 울퉁불퉁할 수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물가 전망경로 상에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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