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에 건설투자가 급감하며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1년 내내 이어진 내수 부진에 4분기들어 한 풀 꺾인 수출둔화세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혼란으로 인해 연말 특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며 소비가 극도로 위축, 성장률의 막판스퍼트를 가로막았다.
전형적인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속에서 성장률 2%는 겨우 지켜냈으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초중반까지 낮아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 탄핵정국 속에서 사회 혼란과 갈등이 고조되며 소비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개막으로 수출여견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건설투자 성장률 0.5%p 갉아먹어...수출도 둔화
지난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2%로 집계됐다. 전년 성장률(1.4%)보다는 0.6%포인트(p) 높지만, 작년 11월 한국은행이 예상한 2.2%보다 0.2%p 낮은 수준이다.
상반기만해도 2%대 후반까지 예상됐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은 지난 4분기 성장률이 당초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4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1%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작년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분기 성장률은 2023년 1분기부터 작년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작년 1분기엔 1.3%의 깜짝성장률을 나타내며 저성장 기조의 늪에서 벗어나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강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단 1분기만에 성장률이 0.2%로 후퇴한 것이다. 당시 한은과 정부는 1분기 '깜짝성장'의 기저효과 탓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3, 4분기 연속으로 단 0.1% 성장에 머물렀다. 특히 4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한은의 전망치(0.5%)보다 무려 0.4%p나 낮은 실망스런 결과다.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의료·교육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2% 늘었다.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KSF)기간에 맞춰 대대적인 세일행사가 성장에 한몫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0.5%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의 호조로 1.6% 성장했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건물·토목 동반 부진으로 3.2% 뒷걸음치며 성장률을 0.5%p 갉아먹었다.
문제는 수출이었다. 2023년 4분기부터 성장률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이 4분기에 둔화세를 보이며 0.3% 증가에 그쳤다. 수입은 오히려 자동차·원유 위주로 0.1% 줄었다. 그나마 4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설비투자로 0.2%p 늘었다.
◆3분기째 저성장 기조...정국혼란에 올 1분기도 어두워
업종별로는 제조업(0.1%)과 서비스업(0.3%)이 성장했지만, 농림어업(-3.9%)과 전기·가스·수도업(-2.9%), 건설업(-3.5%)은 뒷걸음쳤다.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0.6%로 실질 GDP 성장률(0.1%)을 웃돌았다.
한은은 "지난해 전체로는 건설투자 숫자가 좋지 않았고, 민간소비는 증가폭이 축소됐다"면서 "4분기 기준으로는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민간소비도 좋다고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작년 2분기부터 3분기째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는 모양새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가 1% 중반까지 낮아진 가운데, 일부 기관은 1%대 초반까지 하향조정한 상태다.
근거는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다.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소비 위축이 정국혼란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믿었던 수출이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플러스 행진을 벌였으나, 이달엔 16개월만에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 연휴에 따른 조업일 수 부족이 큰 이유지만, 수출둔화세가 뚜렷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2일 "1월에 IT 제품의 글로벌 수요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과 함께 6일간의 설 연휴로 조업일수까지 크게 줄어 수출이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국혼란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경제성장의 양대 축인 소비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하면 올해 성장률이 1%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추경 편성을 통한 강력한 내수진작책과 수출확대를 위한 종합처방전이 시급히 마련돼야 추락하는 성장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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