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매출 부진에도 불구, 연구개발(R&D) 투자를 전년대비 8%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일 수록 미래를 대비해 투자를 늘리는 패턴이 정착되는 양상이다.
특히 R&D투자 규모 상위 1천대 기업 중 중견기업의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는 등 R&D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 반도체 불황속 R&D투자 14% 늘려..독보적 1위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3기업 R&D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R&D투자 상위 1천대 기업의 투자액은 총 72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규모는 역대 최대치이지만, 증가율은 2022년(10.5%)보다 다소 둔화됐다. 이들 1천대 기업의 작년 매출액은 총 1642조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국제정세 불안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에도 R&D를 크게 강화한 것이다.
전반적인 매출 감소 속에서 R&D투자를 늘리면서 1천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은 2022년 3.9%에서 4.4%로 0.5%포인트(p) 높아졌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1천대기업 전체 R&D 투자 규모의 32.9%를 차지하며 독보적 1위를 이어갔다. 삼성의 지난해 총 R&D 투자액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23조9천억원으로 전년(20조9천억원)보다 14.4% 늘어났다.
삼성은 지난해 핵심사업인 반도체가 사상 초유의 혹한기에 시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으나 R&D 투자를 늘리며 호황에 대비했다.
삼성은 선대 이건희 회장의 '불황 때 투자하라'는 소신을 이어가며 경기 호불황에 상관없이 공격적인 R&D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투자액 비중은 무려 14.0%에 달한다. 특히 삼성의 R&D 투자규모는 1천대 기업중 상위 10위에 포함된 나머지 9개 기업의 R&D투자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사상 최대실적 현대차·기아, 증가율은 삼성보다 높아
삼성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계열사 듀오인 현대차와 기아도 지난해 R&D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두 회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는 지난해 R&D 부문에 전년 대비 15.6% 증가한 3조7천억원을 쏟어부으며 삼성 다음으로 R&D투자를 단행했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오히려 삼성보다 높다.
기아는 더욱 공격적이었다. 총 규모면에선 6위였으나 전년 대비 무려 22.7% 증가한 2조2천억원을 R&D부문에 투입했다. 상위 10개 기업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R&D합산 규모도 6조원에 육박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차세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최근 R&D 투자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의 뒤를 이어 SK하이닉스(3조6천억원), LG전자(3조3천억원), 삼성디스플레이(2조8천억원), LG디스플레이(1조9천억원), 현대모비스(1조6천억원), 삼성SDI(1조1천억원), LG에너지솔루션(1조1천억원) 등이 10위권에 올랐다.
작년에 1천대기업 중 R&D 투자규모가 1조원을 넘긴 업체는 이들 상위 10개기업 뿐이다.10대기업의 R&D투자 규모도 총 45조5천억원으로 1천대 기업 전체의 무려 62.7%를 차지했다. 상위 5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투자비중이(56조6천억원)은 78.1%에 달한다.
◆중견기업 상위 100대기업의 33%..."주도적 역할"
이번 조사에선 R&D 투자 상위 1천대 기업 중 대기업이 171곳, 중견기업은 491곳, 중소기업은 338곳 등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과 비교하면 중견기업 수가 407곳에서 491곳으로 84곳 증가한 것이다.
특히 상위 100대 R&D투자 기업에 33곳의 중견기업이 포함되는 등 중견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산업부는 혁신 생태계에서 중견기업이 점차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견기업 중 눈에띄는 기업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로 총 4671억원의 R&D투자를 단행하며 전체 ·17위에 올랐다. 방산 대표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4088억원)도 19위에 랭크됐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797억원·69위)가 두각을 나타냈다.
전체적인 R&D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 2022년 기준 글로벌 R&D투자 상위 2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47곳에 불과하다. 세계 9위 수준이다.
미국(827곳), 중국(679곳), 일본(229곳), 독일(113곳) 등 세계 4대 경제강국은 물론이고 경쟁국인 대만(77곳)에도 못미친다. 특히 글로벌 상위 2500대 기업 중 50위권에 든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7위)가 유일무이하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R&D투자를 늘리는 것 뿐"이라며 "R&D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더욱 늘리는 등 정부차원의 R&D투자 장려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더욱 늘려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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