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사립유치원연합회 백재우 회장
사립이나 국·공립 편견 없이 유아에 맞는 교육 환경 고루 만들어야
장시간 앉아 있는 교육보다 신체활동 많이 할 수 있는 놀이 교육 추구
수도권에서는 취학 전 아이를 공립 유치원에 입학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부모들의 다급한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반대로 사립 유치원은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치원 교육이 사회의 보편적 교육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인데도 제도적 정착이 완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유치원 교육은 한 개인에게 있어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적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에게나 사회, 국가에 남다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맞벌이를 해야만 경제적인 낙후를 면할 수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유치원 교육은 아이 부모의 보육과 교육 역할을 훨씬 많은 부분 대신하고 있다. 유아 교육기관으로서의 유치원이 담당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선두에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유치원 제도나 처우, 공적 행보 등은 무척 중요하다. 지난 달 천안사립유치원연합회장에 취임한 백재우 백향목 유치원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앞서는 리더보다 더불어 가는 리더
충청남도 천안에는 53곳의 유치원에 420여 명의 유치원 교사들이 유아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충남에 총 132개의 정도의 유치원이 분포돼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천안에서만 전체 유치원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사립유치원연합회 제 11대 협회장으로 선출 되고 그 자신 천안 백향목 유치원의 이사장이기도 한 백재우 회장은, 30년 가까이 유아들과 최고 가까운 곳에서 생활해 온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맑고 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백재우 회장은 공립유치원 설립 추진과 김영란법 등 사립유치원이 존폐의 기로에 서있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회장직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는 말로 그가 느끼는 책무감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앞서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기보다는 회원들이 앞으로 나가는데 있어 뒤에서 충실히 밀어주는 역할을 하려는 생각입니다. 회원들과 더불어 가는 리더가 되고자 합니다. 교육지원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교육적 측면의 주문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협의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중요성도 피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백재우 회장은 또 “ 사립유치원의 설립자가 설립자 보수를 인정받지 못하는 법적 지위와
사립유치원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감사는 전체 사립유치원이 힘을 합해 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부분이다 “ 라고 토로했다.
사립유치원의 역사가 110년이나 되어 가는데도 자산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오랜 불공평 지위는 사립유치원들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2년의 임기 동안 백재우 회장 자신이 설정한 활동 목표를 설명하면서 그는 단어를 신중히 골랐다. 자신이 교육하는 사람이라는 입장을 한 틈도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의 단정한 자기검열처럼 보였다. 교육자로서 투쟁이나 관철이라는 강한 어조보다는 ‘협의’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몸으로 활동하는 유치원
백재우 회장은 천안 백향목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백재우 회장의 부인인 김신현 원장이 총원장직을 맡고 있다. ‘ 백향목’이란 이름은 독실한 종교인인 김신현 총원장이 백향목 나무처럼 곧고 높게 뻗은 정신으로 원생들이 꿈을 키워 나가며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한다.
백향목유치원에 다니는 원아의 수는 500명을 헤아릴 정도의 대규모로 전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하지만 백 회장은 이런 단순 비교를 경계한다.
“유아교육을 외형이나 인원을 가지고 따지는 것은 우습습니다. 작은 규모라도 사립유치원만의 필요한 특성교육이 잘돼 있다면 그 지역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유치원은 원장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향목유치원에는 규모만큼 원아들을 위한 다양한 체육활동시설이 겸비돼 있다. 건물 앞 쪽에는 커다란 운동장 겸 잔디밭도 조성돼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충분하다 싶다. 분명 부모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이런 유치원 환경은 15년 전 백재우 회장이 아프리카를 방문했던 경험에 닿아있다. 그는 낙후된 아프리카 혹은 사파리만 연상하며 방문했다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넉넉한 사람이 유치원 교육을 시키겠지만, 그렇다 해도 현지의 유치원에서는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책상 위의 공부는 거의 시키지 않고 스포츠 활동 위주로 충분한 교육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영, 승마 등의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정말 다양하게 짜여 있었지요. 한국에 돌아가면 유치원을 저렇게 만들어야겠구나 하고 구상했지요.”
실제로 이즈음 우리나라의 유치원 교육의 조류는 산과 정원, 잔디 등 산림과 수풀 자원을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백향목유치원은 캄보디아에서도 같은 이름의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역시 90명에 이르는 원아들이 다니는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이다. 캄보디아 백향목유치원은 백재우 회장과 김신현 총원장이 서로에게 했던 약속의 산물이다. 자신들의 생활을 돌보고도 돈이 모아지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돈을 쓰는 생활을 하자는 봉사정신에서 나온 약속이었다.
“현지인이 운영을 하고 저는 1년에 세 번정도 방문을 하는데 그곳 아이들을 보면 특별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백재우 회장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넉넉히 쓰되, 운영자는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며 경건하고 검박한 생활의 산물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아이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기쁨
처음 백회장이 교육을 매개로 아이들과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26년 전의 미술학원이 시작이었다. 그동안 그의 곁에서 웃음과 손길과 꾸중과 다정함을 받고 커나간 아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최초로부터 26년이 흘렀으니 많은 아이들이 이미 성인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백재우 회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옛날 어린 제자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사회 여러 곳에서 저와 만났던 아이들을 성인이 돼서 다시 만납니다. 저를 취재하러 왔던 기자도 있었고, 어느 날은 옷을 사러 갔는데 저를 알아보더군요. 유치원 소방시설을 점검 나온 소방관이 제게 백향목유치원 졸업생이라고 밝히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감격마저 했었지요. 아이들이 잘 성장해 사회 곳곳에서 열심히 자신의 몫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게 내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 중의 하나가 아닐까 혼자 감동하고는 합니다.”
백재우 회장은 지금보다도 더 좋은 시설로 지금까지 이어온 세월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동안 유치원이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는 당연하지만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는 교사들의 헌신적인 모습이나 아이들의 웃음을 볼 때, 유치원이 개인의 것이 아닌 유치원에 관련되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한다.
실제 백재우 회장의 손녀도 백향목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유치원 입학식에서 그는 학부모들에게 자신의 손녀도 백향목 원아임을 밝혔다. 부모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심전심으로 알아줄 것이라는 내심에서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하는 교육, 먹는 음식, 뛰노는 놀이에 어찌 정성과 사랑을 쏟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이들을 기다려 주는 것이 교육의 한 방편
인터뷰에 동석한 백향목유치원 김신현 총원장은 백재우 회장과 부부이자 교육 동료, 동지로서 26년을 한결같이 보조를 맞춰 걸어왔다. 어느 측면에서는 더 섬세하게 유치원 교육 현장을 포착해 온 김신현 총원장은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실천이 되지 않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한 가지 행동을 부모에게 주문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가지고 태어난 소중한 개성을 키워주고 바른 한 인격체로 자라길 바란다면 교사든 부모든 아이들을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 속에 내재한 어떠한 것을 끌어내서 찾아내 주는 교육이지요.”
김신현 총원장은 요즘 젊은 엄마들의 ‘기다릴 줄’모르는 조급함을 조심스럽게 질타했다. 김신현 총원장이 한 예로 든 에피소드는 많은 부모들에게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치원의 한 교사가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갔을 때 겉옷을 벗어서 스스로 옷걸이에 거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아이가 행동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고 한다. 역시 손녀를 맡긴 김신현 총원장은 그 교사의 가르침이 무척 고마웠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행동을 두고 생각을 달리하는 부모도 있었다고 한다.
“흔히 부모들이 아이에게 옷을 입히거나 신발을 신겨주거나 하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면밀히 보자면 아이를 사랑하는 것보다는 부모인 내가 마음이 급해서 신겨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그래서 아이가 주체적인 사람으로 커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잘 해내면 칭찬을 남용하기 보다는 담담하게,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낄 정도만의 용기를 줄만큼만 해주는 겁니다.”
계산 없이 줄 수 있는 마음이 진짜 가족
백재우 회장 역시 오랜 교육사업에서 얻은 터득이 두터운 사람이다. 흔히 지나치게 되는 풍경 하나를 지적한다.
“요즘의 구인광고 문구를 보면 ‘가족처럼 모십니다’라는 말을 상투적으로 많이 씁니다. 그런데 가족이란 소중한 말이 너무 남발되지 않나 싶어 안타까워요. 가족이란 내 것을 계산없이 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가족이지 않겠어요. 그 문구를 보면서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한 가족 한 식구라는 마음으로 원아, 교사, 협회원들을 섬겨야겠구나, 라고 늘상 다짐하지요.”
백재우 회장은 양심적인 사회공헌 기업의 표상이 된 ‘유한양행’처럼 유치원 교육계에서 같은 위치를 가지고 멀리 보고 가는 교육기관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이자 의지를 재삼 내비쳤다. 대의명분을 앞세운 큰 변화보다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고 협력해서 나가는 상호 존중을 토대로 한 발전을 2년 동안 조용히 이루고 싶다는 바람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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