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합

[칼럼]사람의 존재를 존중하라.

수필가 조영환

수필가 조영환
수필가 조영환

2020년 혹독한 바이러스(疫病) 영향으로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사회적 약자에게 분출하는 일들이 부쩍 많아졌다. 최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한 남자가 잔액이 부족한 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하려 하자, 역무원은 이 남성을 역무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 남성에게 ‘지하철을 타려면 마스크를 꼭 써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남성은 다짜고짜 역무원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폭행에 역무원은 속수무책으로 큰 부상을 입었다. 또한 버스에 오르던 승객이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버스 기사를 폭행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별것 아닌 일에도 많은 사람이 쉽게 짜증을 내고 분노를 표출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사라진 듯하다. 어떤 몰지각한 아파트 입주민은 경비원을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으며 협박을 일삼고 도를 넘는 갑질을 했다. 
이로 인해 그 피해를 당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전도유망(前途有望)한 철인 3종 경기 선수에게 대회에 나가 뛰어난 성적을 내라며 훈련받을 때 뿐 아니라 평소에도 습관적으로 악의적인 폭력을 휘둘렀던 감독과 선배 선수로 인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를 대할 때, 이들은 그녀를 소중한 인격을 가진 한 인간으로 대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폭행하며 폭언을 퍼부었다. 
결국 존재에 대한 비난과 모욕을 받은 그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기는커녕 남을 무시하는 일이 얼마나 편만(遍滿)해 있는지 모른다. 
성적이나 성과에 얽매여서 한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면, 피해를 입은 사람의 마음에 난 상처는 좀처럼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를 함부로 대하고, 차별하는 일이 유난히 빈번하게 일어나 너무 마음이 아팠던 지난 몇 개월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를 갖고 세상에 태어났다. 우리 사회에 남을 낮잡아 보고 타인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사람들이 줄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존재의 무시 혹은 존재의 차별을 당한 사람은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깊은 좌절에 빠진다. 2020년 5월, 미국의 한 백인 경찰이 흑인 플로이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숨을 쉴 수 없어요. 날 죽이지 마세요.”라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너무 오랫동안 무릎으로 목을 눌러 과잉 진압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체포 당시 영상이 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시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BLM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재 점화 되었으며, 흑인을 향한 공권력의 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얼마 못가서 백인 경찰이 흑인머리에 포대기를 씌어 질식하여 사망했다. 이와 같은 인종 차별반대 시위를 통해, 뿌리 깊은 미국 내 인종 차별로 여전히 많은 이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큰 피해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말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남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마골오백금(死馬骨五百金)이란 말이 중국 고사 『전국책(戰國策)』에서 나온다.  연(燕)나라와 제(齊)나라에 얽힌 이런 이야기다. 연나라 소왕은 제나라로 인해 한때 망했던 연나라를 다시 되찾아 임금이 되었다. 이어 그는 부왕을 죽이고 나라를 짓밟았던 제나라를 쳐서 멸망시키려고 했다. 소왕은 먼저 인재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옛 스승인 곽외를 찾아가 인재를 얻는 방법을 물었다. 그때 곽외는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들려주었다. 
“옛날에 한 임금이 천리마를 구하려고 했으나 몇 년이 지나도록 천리마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한 하급 관리가 자기가 천리마를 구해 오겠다면서 천금을 요구했습니다. 그에게 천금을 주었더니 얼마 후, 그는 죽은 천리마 뼈를 오백금을 주고 사 왔습니다. 
임금이 노하며 ‘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 있는 천리마였지 죽은 천리마가 아니다. 그런데 죽은 말을 오백금이나 주고 사 왔느냐!’며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그 하급 관리는 ‘죽은 천리마를 오백금을 주고 샀으니, 살아 있는 천리마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조만간 살아 있는 천리마를 가진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애쓰고 돌아다녀도 구하기 힘든 천리마를 이제 앉은 자리에서 얻게 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되었습니다. 신은 이제 늙었습니다. 저는 죽은 천리마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임금께서 먼저 신을 오백금으로 사십시오. 그러면 살아있는 천리마 같은 인재가 사방에서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하여 소왕은 곽외를 위해 새로 궁전을 짓고 그를 스승으로 정성을 다해 모셨다. 
이 소문이 퍼지자 과연 악의, 추연, 극신 같은 명장들이 앞을 다투어 연나라로 모여들었다. 훌륭한 장군과 인재가 그의 휘하에 모여들자, 그는 그토록 원했던 제나라를 일거에 휩쓸었다. 
사마골오백골(死馬骨五百金)을 직역하면, “죽은 말의 뼈를 오백금에 산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큰 것을 얻으려고 작은 것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귀하게 얻는다는 의미로도 자주 쓰인다. 
보통 사람들이 소홀히 여기기 쉽고, 하찮게 여길 수 있는 존재에 대해 그 가치를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고 도리어 그의 존재가치를 인정해 주고 존중할 때에 우리는 우리가 기대 하는 것 이상의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타인에 대한 존재의 비하로 인해 많은 갈등과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남을 낮잡아 보는 대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존중의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훨씬 살 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네 삶이 여러 위기로 인해 팍팍해 질수록 타인을 대할 때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좋겠다. 대신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존재에 대한 존중>이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려, 우리 사회가 남을 낮잡아 보는 사람이 없어지고 남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