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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칼럼] 삭발(削髮)의 딜레마

글 : 데일리뉴스 김준현 국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삭발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뉴스DB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삭발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뉴스DB

삭발은 본래 종교적 의식이다. 불교에서 석가모니는 세속의 번뇌와 얽매임을 끊는 결단의 표시로 출가 수행자에게 머리를 깎게 했다. 머리카락을 끊임없이 솟아나는 번뇌와 닮았다 하여 무명초(無明草)라고 부르며, 삭발은 무명을 끊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에서 고대 그리스인은 머리카락을 잘라 신에게 바쳤고, 초기 기독교와 중세 가톨릭에서도 수도자는 신에 대한 복종의 뜻으로 삭발을 했다.

최근 들어 우리 정치에서 삭발이 하나의 독특한 정치 투쟁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삭발을 하는 데는 여야도, 보수와 진보도 없다. 맨 처음 삭발을 한 정치인은 1987년 박찬종 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이다.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영삼·김대중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면서다. 1993년 김영진 당시 민주당 의원은 우루과이라운드에 반대해 협상장인 스위스 제네바까지 날아가 삭발 투쟁을 펼쳤다. 여야 대립이 격렬해지는 2000년대 이후 정치인 삭발은 유행처럼 번졌다. 2004년 설훈 당시 민주당 의원(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처리 반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 3명(사학법 재개정 요구), 2010년 충청권 의원 6명(신행정수도 수정안 반대), 2013년 통합진보당 의원 5명(정당해산심판 청구 반발) 등의 삭발이 이어졌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를 거치면서 삭발은 저항의 상징이었다. 달리 자신의 의사를 알릴 방법이 없는 정치적·사회적 약자가 택한 마지막 투쟁 수단 중의 하나가 삭발이었다. 프로야구 등 스포츠에서 부진의 늪에 빠진 선수들이 단체로 삭발을 하는 것처럼 결연한 각오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삭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삭발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일본 군국주의가 심어놓은 식민지 잔재라는 비판도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일본 야쿠자 집단에 유독 삭발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야당 대표로는 사상 처음으로 삭발을 단행했다. 한국당 내에는 삭발 행렬에 동참하려는 국회의원이 줄을 섰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제1야당 대표의 유례 없는 삭발에 대해 지지층에서는 “진정성 있는, 쉽지 않은 결단”이라는 평가를 하지만 ‘명분 없는 쇼’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야당 대표의 삭발에 대한 평가는 결국 국민의 몫이겠지만 정치인이 삭발로 정치적 목표를 이룬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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