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보유한 배터리(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의 이유로 정부 승인이 없이는 외국 기업에 매각할 수 없다.
MKB파트너스·영풍 연합과 힘겨운 경영권 다툼을 벌어고 있는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연말로 예정된 임시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될만한 카드를 잡은 셈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9월24일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장에선 경영권다툼 중인 MBK·영풍연합의 공세에 대응, '국가 핵심기술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혔다.
◆향후 해외 매각에 제동...'국가핵심기술' 보호 명분 얻어
정부가 고려아연이 특허를 보유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고려아연측이 신청한 지 두달도 채 안돼서 내린 결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신청한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고려아연측에 통보했다.
산업부는 보호할 필요가 있는 핵심기술을 지정해 특별 관리한다. 현재 13개 분야에서 75개 기술이 지정돼 있다. 세계적인 기술패권 전쟁과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기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선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 매각도 당연히 정부허가가 필요하다.
고려아연으로선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됨으로써 기술보호를 안전장치 확보란 실리 외에 MBK·영풍의 경영권 확보 시도에 대응, 국가핵심기술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까지 얻었다.
다급해진 것은 MBK·영풍 연합이다.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획득해 추후에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전략에 차질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MBK측이 그간 향후 엑시트(투자회수) 전략에 중국 등 특정국을 배제하겠다고 알려져있으나, 해외매각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모펀트 특성상 큰 출구장치 하나가 닫힌 셈이됐기 때문이다.
더욱 고민스러운 것은 고려아연측이 당초 국가핵심기술 신청을 경영권 분쟁의 히든카드로 내세운 것만 봐도 이번 산업부 판정 결과가 MBK·영풍연합측엔 분명 악재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주총 표대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 등의 선택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 영향권 아래 놓여있는 국민연금이 정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기업의 경영상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경영권다툼 과정에서 공격적 M&A측의 손을 들어주기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고려아연 측은 특히 그동안 "영풍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MBK파트너스라는 투기 자본을 이용해 고려아연을 인수한 후 매각하려 하고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러나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됐다고 해서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MBK측은 자사가 중국 투기자본과는 무관한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고 규정하면서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마타도어(흑색선전)'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한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MBK "환영할 일"...주총 앞두고 우호지분 확보경쟁 치열
영풍·MBK연합측은 일단 고려아연 제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관련,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는 18일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 첨단 전략기술'로 지정된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차전지 시장에서 전구체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 국가핵심기술 및 첨단 전략기술로의 지정은 고려아연의 전구체 기술이 국가 경제 성장의 원천 중 하나로 입증됐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풍과 MBK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글로벌 톱레벨의 기술력이 꽃피울 수 있도록 지배 구조를 신속히 개선하고 기업 및 주주 가치를 강화할 것"이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현 경영진과 최대주주인 영풍·MBK연합의 주총 표대결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번 국가핵심기술 선정이 캐스팅보터 확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에 쏠려있다.
현재 MBK연합 측이 지분율을 39.83%로 34.65% 수준으로 알려진 최윤범 고려아연회장 측에 비해 5% 가량 많다. 하지만, 양층 모두 과반 지분 확보까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 경영 참여 확대와 보호 등 정공법을 내세워 캐스팅보터 집중 공략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다는 배수진까지 검토하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경영 참여 보호 및 참여 강화를 위해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MBK측은 최대주주와 2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요 주주들의 의사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재구성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고려아연의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양측의 운명을 가를 임시주총일은 MBK측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 신청한 임시주총 소집 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인 오는 27일이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초엔 주총이 열릴 전망이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확보를 위한 최윤범 회장측과 영풍·MBK연합의 피말리는 경쟁에서 어느쪽이 마지막에 웃을까. 또 이번 전구체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다가오는 주총 표대결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양측이 모두 주총 승리를 자신하는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결과에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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